쿠르드인 거주지역에 댐 건설하려는 터키… 오랜 탄압의 역사, 게릴라운동으로 맞서다
아나톨리아 남쪽 지역에 있는 하산키프는 이라크, 시리아와 약 60km 떨어진 작은 시골도시이다. 인구는 약 5천명. 대부분이 염소방목이나 채소재배에 종사하면서 대대로 가난하게 살아왔다. 지리적으로는 터키에 속해 있으면서도 거주민들은 거의가 쿠르드족이어서 터키 정부의 행정력이 거의 미치지 않는 ‘비상사태지역’으로 정해진 곳이다.
영국 정부, 인종청소의 공범인가
산악지역인 이곳은 쿠르드노동당(PKK) 게릴라운동의 강력한 활동근거지로서 ‘터키 안전부대’의 주요 감찰지역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인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지리적으로 겹치는 곳이기도 하고 성경에 나오는 에덴동산과도 지리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 하산키프 주위는 지금도 수백년 된 모스크, 궁전, 고대문자가 암각된 동굴 등 고대문명의 유적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남아 있다. 로마시대, 비잔틴시대, 아랍시대, 몽고시대, 오토만제국의 역사를 지나오며 쿠르드족은 절벽에 있는 동굴 속에서 살아왔다.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동굴에서 생활하고 있는 상태다.
세계에서 가장 미개발된 지역 중 하나인 이곳이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이다. 터키의 ‘일리수댐 건설프로젝트’가 영국의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면서 터키나 영국의 고위인사들, 환경운동가들, 언론인들의 끊임없는 발길이 이어지며 논쟁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터키의 의도는 티그리스강에 댐을 건설해 시리아나 이라크로 흐르는 물의 양을 통제할 뿐 아니라 행정권이 미치지 않는 이 산악지역을 개발함으로써 PKK 게릴라운동의 근거지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터키는 항상 시리아가 PKK 게릴라운동을 지원하는 데 못마땅한 입장을 보여왔고 이라크와도 적대적인 관계를 지속해왔다. 이 계획은 지난해 초에 비밀리에 세워졌는데 영국 정부에서 2억파운드(약 3400억원)를 지원하고 영국의 건설회사 벨포어 비티가 20억파운드(약 3조4천억원)의 공사를 수주하는 조건으로 추진돼왔다. 그러나 지난해 크리스마스 직전 언론에 이 사실이 새나가면서 토니 블레어 정부는 당 안팎의 거대한 저항에 부딪히고 말았다. 인권단체들은 터키의 ‘인종청소’를 지원하는 공범이라고 영국 노동당 정부를 비난했고, 대부분의 인텔리층에서도 인류의 유산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더욱이 외무부 장관인 로빈 쿡도 공식적인 반대의사를 밝히면서 블레어 총리와 정면으로 대립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영국 정부의 일리수댐 프로젝트 지원문제는 여론에 밀려 눈치만 살피다가 현재로서는 거의 발을 뺀 상태에 있다. 많은 법률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이 프로젝트가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댐 건설이 현실화한다면 52개의 마을과 15개의 도시가 수몰될 것으로 예상된다. 터키 정부는 이 일대에 거주하는 쿠르드인들이나 이라크와 시리아 정부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이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터키의 댐 건설이 이대로 강행된다면 터키와 시리아, 혹은 터키와 이라크간의 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 하산키프 일대의 쿠르드인들은 터키 정부의 대책없는 프로젝트에 의해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할 운명에 놓여 있다. 5년 전 자신의 고향을 떠나야 했던 아테네 PKK지부 간부인 로즈가는 고향마을이 터키 병사들에 의해 불타버린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면서 “(댐 프로젝트는) 결단코 저지되어야 하며 만약에 현실화된다면 인류문화에 큰 손실을 가져올 것이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저지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산으로 들어가든지, 도시노동자가 되든지
터키와 외국(주로 미국과 유럽)에 흩어져 사는 쿠르드인들은 최근에 일어난 터키의 비무장 쿠르드 주민들에 대한 무자비한 폭격과 일리수댐 프로젝트를 같은 맥락에서 보고 있다. 바로 ‘흡수통합’과 ‘분리통치’라는 터키 정부의 정책이다. 터키 정부는 현재 유럽연합의 후보회원국으로서 유럽연합의 인권보장 요구와 쿠르드족 역사상 가장 강력한 독립운동세력인 PKK의 저항 등 안팎의 거대한 압력에 직면해 있는 상태이다. 지난 8월15일 터키 정부는 전투기를 동원해 쿠르드인들의 부락을 폭격해 38명의 농민들과 어린이들을 살상함으로써 세계의 지탄을 받은 바 있다.
4천만명의 쿠르드족은 수세기를 걸쳐오면서 민족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투쟁해왔다. 그러나 세계역사는 쿠르드민족의 염원과는 다르게 흘러왔다. 터키의 지배하에서 수백년간을 차별 속에서 살아왔을 뿐만 아니라 이웃국가인 이라크의 박해도 겪어야 했다. 1988년에는 이라크의 화학무기에 의해 수천명이 목숨을 잃었다. 1978년에 창당한 쿠르드노동당(PKK)은 최후의 수단으로 1985년 무장투쟁을 선언하고 게릴라전쟁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수만명의 쿠르드인들이 투옥되고 약 4천개의 쿠르드족 마을들이 불탔으며, 500만명의 쿠르드인들이 강제로 터키의 도시들로 이주되거나 외국으로 보내졌다. 그리고 터키 병사들, 쿠르드 게릴라들을 합쳐 모두 3만명 이상이 죽었다.
쿠르드인들이 이들에 보내는 지지는 절대적이다. 지난해 2월 케냐의 나이로비에 있는 그리스대사관 건물에 은신해 있던 PKK 지도자 압둘라 오잘란이 터키와 그리스 정부의 정치적 거래에 의해 터키에 넘겨졌을 때 전 유럽 도시들은 쿠르드인들의 시위로 뒤덮였다. 지금 터키의 안전감호소에 분리 수감돼 있는 오잘란은 PKK에 터키와의 전투를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 그뒤 지난해 9월1일 정전이 선포되었다. 오잘란에 대한 사형집행을 우려한 때문이었다. 현재 약 4만명의 PKK 게릴라들이 터키 정부에 대항하고 있으며 그 중 여성 게릴라들도 7천명이나 된다. PKK 간부 로즈가는 세계에 흩어져 있는 쿠르드민족의 PKK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로 PKK는 자금문제에 전혀 구애받지 않고 활동하고 있으나 터키에 거주하는 쿠르드 주민들은 경제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쿠르드인들이 모여사는 곳은 터키 정부가 의도적으로 외부세계와의 교역을 차단시켰기 때문에 경제교역이 거의 없는 상태다. 이로 인해 실업률이 90% 이상이다. 대부분 가축을 기르든지 농사를 지어서 자급자족생활을 해나가고 있으며 자녀교육을 위해 도시나 관광지로 나가서 돈을 벌어 부쳐온다. 이곳의 젊은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오직 두 가지밖에 없다. 도시로 가서 노동을 하든지 아니면 산에 들어가서 게릴라가 되든지.
아테네=하영식 통신원youngsig@otenet.gr

(사진/터키정부의 무자비한 폭격을 피해 피난하고 있는 쿠르드난민들,4천만명의 쿠르드인들은 독립국가 건설을 위해 오랬동안 투쟁해왔다)
세계에서 가장 미개발된 지역 중 하나인 이곳이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이다. 터키의 ‘일리수댐 건설프로젝트’가 영국의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면서 터키나 영국의 고위인사들, 환경운동가들, 언론인들의 끊임없는 발길이 이어지며 논쟁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터키의 의도는 티그리스강에 댐을 건설해 시리아나 이라크로 흐르는 물의 양을 통제할 뿐 아니라 행정권이 미치지 않는 이 산악지역을 개발함으로써 PKK 게릴라운동의 근거지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터키는 항상 시리아가 PKK 게릴라운동을 지원하는 데 못마땅한 입장을 보여왔고 이라크와도 적대적인 관계를 지속해왔다. 이 계획은 지난해 초에 비밀리에 세워졌는데 영국 정부에서 2억파운드(약 3400억원)를 지원하고 영국의 건설회사 벨포어 비티가 20억파운드(약 3조4천억원)의 공사를 수주하는 조건으로 추진돼왔다. 그러나 지난해 크리스마스 직전 언론에 이 사실이 새나가면서 토니 블레어 정부는 당 안팎의 거대한 저항에 부딪히고 말았다. 인권단체들은 터키의 ‘인종청소’를 지원하는 공범이라고 영국 노동당 정부를 비난했고, 대부분의 인텔리층에서도 인류의 유산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더욱이 외무부 장관인 로빈 쿡도 공식적인 반대의사를 밝히면서 블레어 총리와 정면으로 대립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영국 정부의 일리수댐 프로젝트 지원문제는 여론에 밀려 눈치만 살피다가 현재로서는 거의 발을 뺀 상태에 있다. 많은 법률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이 프로젝트가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댐 건설이 현실화한다면 52개의 마을과 15개의 도시가 수몰될 것으로 예상된다. 터키 정부는 이 일대에 거주하는 쿠르드인들이나 이라크와 시리아 정부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이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터키의 댐 건설이 이대로 강행된다면 터키와 시리아, 혹은 터키와 이라크간의 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 하산키프 일대의 쿠르드인들은 터키 정부의 대책없는 프로젝트에 의해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할 운명에 놓여 있다. 5년 전 자신의 고향을 떠나야 했던 아테네 PKK지부 간부인 로즈가는 고향마을이 터키 병사들에 의해 불타버린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면서 “(댐 프로젝트는) 결단코 저지되어야 하며 만약에 현실화된다면 인류문화에 큰 손실을 가져올 것이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저지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산으로 들어가든지, 도시노동자가 되든지

(사진/티그리스강유역.터키는 이곳에 댐을 건설해 이라크로 흐르는 물의 양을 통제하고 게릴라의 근거지를 없애려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