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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UAE는 아시아 에미리트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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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8-2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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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없는 아랍의 생존 가능성 보여주는 두바이… 노동력의 80% 이상 이주 노동자

사진/ 동남아시아를 연상시키는 두바이의 한 시장 골목. 전통상가 지역에 동남아시아인들이 넘쳐난다.
석유가 없는 중동국가는 어떻게 될까? 이전처럼 양과 염소를 몰고 낙타를 타고 이동하던 유목민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닐까? 알라가 안겨준 사막의 진주 석유는 중동 각국에 엄청난 부를 가져다 주었다. 그래서 현지인들은 그야말로 손에 물 안 묻히고 기름때 안 묻히고 살아왔다. 그래서인지 이주 노동자 의존도가 80% 안팎에 이른다. 그러나 고갈되는 원유량과 맞물려 연간 수만달러에 달하는 국민소득은 하향곡선을 그려야만 할 것이다. 얼핏 국가 존속의 위기가 눈에 보이는 듯하다. 그래서 지금 중동 산유국들은 원유 의존도에서 벗어나려는 뜨거운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바로 두바이의 모습이다.

두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낯선 경험은 시작된다. 아랍국가인데도 아랍어를 쓰는 것이 오히려 낯설다. 현지인들조차도 영어로 말하는 풍경이 쉽게 눈에 들어오고 아랍인이 아닌 동남아시아인들이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상점·식당·택시 할 것 없이 외국인들이 다 차지하고 있다. 거리 곳곳에서 아랍어 광고판보다 영어 광고판이 더 눈에 쉽게 들어온다. 현지 신문을 보아도 꼭 인도나 동남아시아 섹션이 별도로 구분되어 있다. 현지 아랍인이 오히려 외국인처럼 보이는 것이 두바이의 진풍경이다.

물류센터에 인터넷시티까지


남성들은 힌 통옷과 하얀 머리 덮개를 하고 있고 여성들은 검은색 헤자브를 쓰고 다닌다. 그러나 사회활동에 별다른 제약이 없다. 여성 택시운전사도 존재하고 여성들의 사회적 대접도 괜찮은 나라다. 어디를 갈 때나 여성과 동행하면 큰 혜택을 누릴 것이다. 아무리 남자가 선 줄이 길어도 여자는 맨 앞줄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관공서나 병원이나 어디서든 ‘레이디 퍼스트’다. 두바이 쇼핑 축제를 비롯해 각종 이벤트가 줄을 잇는다. 여성 전용 백화점, 여성 전용 은행…. 여성들에 대한 배려가 끝이 없다. 이것이 여성 보호 차원이든 여성은 약한 존재라는 남성 우월주의에 근거한 것이든 여성들의 지위는 인근 아랍국가에 비하여 월등히 나아보인다. 화려한 불빛이 저녁을 휘감고 있는 두바이의 또 다른 애칭은 ‘중동의 파리’다.

원유 없는 아랍국가의 생존 가능성을 보여주는 성공 현장인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이곳은 두바이 인터넷시티로 대표되는 중동 최고의 첨단 정보산업의 메카이자 제벨 알리 자유무역지대로 상징되는 중동 최고의 물류수송 중심지다. 아랍에미리트연합은 또 아랍 최대의 관광대국으로 나아가고 있다. 제벨 알리 자유무역지대는 제조업이 전무한 현실을 일찌감치 극복한 성공사례로 꼽힌다. 1981년 세워진 이곳은 세계에서 7번째 규모를 자랑하는 100㎢가 넘는 인공 부두에 건설한 컨테이너항이다. 이곳에 한국을 비롯한 세계 100개국의 2200여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연간 컨테이너 물량 300만개 이상이 이곳을 통해 중동 각지로 연결되고 있다. 폭 40m, 길이 100m의 진입로 양편에는 삼성·LG 등 한국 기업들을 비롯하여 제너럴일렉트릭(GE)·제너럴모터스(GM)·소니·마쓰시타 등 세계적 대기업의 간판들도 가득 채워져 있다. 자유무역지대 안내 지도가 없이는 길을 잃을 지경이다. 폭이 200m나 되는 인공수로는 화물선은 물론 시추선까지 드나들 수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정보기술(IT) 기업 유치를 위해 두바이 인터넷시티(DIC)가 문을 열었다. 이미 IBM·소니 등 350여개의 세계 유수의 IT 업체들이 이곳에 입주했다. 이곳은 정보에 대한 모든 통제가 풀리는 정보의 치외법권 지역이다. 두바이의 다른 지역에서 접근이 봉쇄된 사이트도 아무런 통제나 제약 없이 접근할 수 있다. 무제한의 언론 자유를 선언한 두바이 미디어시티도 등이 이미 입주한 가운데 확장 일로에 있다. 교육의 중심으로 두바이를 변신시키려는 결실도 이어졌다. 이미 아메리칸대학이 두바이에 유치되는 등 미국 명문대의 분교 유치가 한창이다.

관광산업도 급성장

사진/ 두바이와 아부다비를 이어주는 탁 트인 고속도로. 두바이인들이 속도 경쟁을 벌이는 공간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두바이는 새로운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365만여명의 관광객을 유치했고, 2010년에는 60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대 관광대국인 이집트가 지난해 465만여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인 것에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이다. 무슨 볼거리가 있기에 이렇게 많은 관광객들이 두바이로 몰려드는 것인가? 다른 나라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사막을 옥토와 푸르름과 볼거리, 먹을거리로 가득 채웠다. 곳곳에 푸르른 나무 숲이 우거진 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하룻밤에 1만달러가 넘는 숙박비를 내는 고급 호텔도 있다. 골프의 천재 타이거 우즈가 필드에 나섰던 골프장도 두바이에 있다. 물놀이 시설로 가득한 수상공원과 놀이동산 원더랜드 등 위락시설이 있고, 낙타경주다 투우다 해서 볼거리들이 가득하다.

이제는 수년 내에 눈썰매장을 개장할 것을 목표로 한창 건설이 진행 중이다. 다양한 이벤트로 무장된 곳곳의 대형 백화점들은 쇼핑의 중심지 두바이의 진면모를 보여준다. 스타벅스 커피숍은 기본이다. 첨단 유행이 번져나가고, 과연 이곳이 아랍국가인가 싶을 정도로 미국화된 분위기가 온통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아랍어 한마디 못해도 영어로 모든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거리 곳곳에서 눈에 띄는 아랍어 간판만 보이지 않는다면 영락없는 미국의 로스앤젤레스(LA)를 보는 듯하다.

그렇지만 눈을 조금만 돌려도 동남아시아의 한 도시로 착각할 정도다. 인도와 파키스탄 간판들과 전통복을 입은 동남아시아인들로 가득한 거리를 만날 수 있다. 두바이나 아부다비 공항 곳곳에서는 일자리를 찾아 이곳을 찾은 여성이나 남성 노동자 그룹을 만나기가 쉽다. 공항에서 일하는 직원들 다수도 동남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이다. 현지인들이 자신들의 높은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하여 각종 육체노동과 잡역부, 운전사 등 기피 업종을 모두 인도·파키스탄·이란 등의 외국인들에게 맡겼다. 심지어 말단 경찰직원은 예멘 등지에서 온 아랍인들이 맡기도 한다.

2001년 현재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400만명에 이르는 노동력 중 85% 이상이 이주 노동자다. 사기업 부문은 외국인들의 독무대이고 공공부문에서도 60%가 이주 노동자다. 이러한 수치는 경제활동을 원유와 가스에 의지하고 있는 걸프지역 국가들 중에서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인도, 파키스탄과 기타 동남아 사람들이다. UAE는 영국에서 독립하기 전인 1968년, 노동력의 62%가 자국민이었는데 지금은 7.5%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져 그야말로 소수민족으로 전락한 상태다. 이렇게 된 데는 다 사연이 있다. 유목민적 분위기가 변하여 현대 국가의 면모를 갖추면서 UAE 국민은 이른바 3D 업종, 손에 기름 묻히고 물 묻히는 천한 직업을 기피했다. 그래서 값싼 외국인 노동력이 요구되었다. 도시가 확장되면서 더 많은 인원들을 필요로 했다. 이제는 국가의 주요 활동이 외국인들의 손에 의해 이뤄지는 지경이 되었다.

동남아인들로 넘쳐나는 거리

그러다 보니 지참금 등으로 결혼의 위기를 맞은 현지 아랍 젊은이들이 동남아시아인들과 국제결혼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현지인들의 아랍어 구사력이 떨어지는 등의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아랍화의 기치를 내걸고 인구비율의 불균형을 심각하게 인식하기 시작한 UAE 정부는 최근 불법노동자와 미숙련 노동자를 강제 출국시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주 노동력에 대한 국가적 수요가 그리 간단히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들 외국인력이 차지하고 있는 분야의 대부분은 저임금 기피 업종이다.

저녁이 되면 거리를 비추는 가로등 불빛은 더욱 밝아온다. 현지인들은 자동차 경주를 하듯 폭주를 일삼는 이들, 속도 내기가 유일한 레저인 양 거리를 달려간다. 별 4개 이상의 고급 호텔들 대다수는 나이트 클럽을 운영한다. 밤마다 요란한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비벼대는 무리 속에 흐느적대는 현지인들이 늘어간다. 두바이는 그야말로 아랍인의 정체성 찾기를 위한 다양한 몸부림이 있는 ‘체험 삶의 현장’이다.

두바이=글·사진 김동문 전문위원 yahiy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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