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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김희선처럼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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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8-2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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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맞은 중국 청소년들 사이에 한국 연예인 복제성형 인기

사진/ 중국에서 인기 절정인 김희선, 이영애, 전지현(왼쪽부터). 방학을 맞아 중국 청소년들은 이들의 사진을 들고 성형외과를 찾는다. (씨네21)
중국에 성형미인 바람이 불고 있다. 예뻐지고 싶은 청소년들이 여름방학 기간에 집중적으로 성형외과를 찾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칭다오·상하이 등 대도시 성형외과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베이징 황푸의원 성형외과 양홍화 박사는 “유명한 성형외과에는 날마다 40∼50건의 쌍꺼풀 수술이나 코를 높이는 등의 성형수술이 행해지고 있다. 최근 몇해 동안 학생들이 방학기간을 이용해 성형을 하는 것이 관례가 되기는 했지만 올 여름방학에는 그 수가 엄청나게 늘었다”고 전했다.

월드컵 이후 확산된 한류


최근 성형을 바라는 환자들의 요구 또한 과거와 사뭇 다르다. 과거에는 얼굴의 일부분만을 고쳐 약점을 보완하거나 자신감을 갖기 위해 성형을 한 데 반해 최근에는 얼굴 전체를 연예인과 똑같이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한다. 한마디로 완벽한 복제를 바라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복제의 원본이 바로 한국 연예인들이라는 점이다.

중국 대륙에 불어닥친 한류는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월드컵 개최 이후 한류의 흐름은 더 거세졌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들이 물밀듯 들어오면서 한국 연예인들이 중국 청소년들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이미 한국 연예인들의 패션·헤어스타일·액세서리 등은 중국 젊은이들 몸치장의 필수품이 됐다. 여성들의 휴대폰엔 한결같이 푸카·엽기토끼 등의 캐릭터가 그려진 소품이 달려 있고, 남학생들 사이에선 엉덩이에 걸쳐 입는 바지가 젊은이의 상징물처럼 자리잡았다. 유명 잡지에는 한국에서 유행하는 헤어스타일을 날마다 소개한다. 베이징 젊은 여성들은 일부러 한국 미용사를 찾아와 한국식 헤어스타일을 주문하기도 한다. 상점에선 한국에서 직수입한 의상이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고, 거리에선 태권도복을 입은 학생들이 쉽게 눈에 띈다. 중국산 휴대폰들은 하나같이 삼성휴대폰을 모방한 복제품들이다. 한마디로 중국은 한류시대라고 할 수 있다.

불과 몇해 전까지만 해도 한류의 주류는 10대층이었다. 그러나 이제 한국을 모방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20대를 넘어 30대까지 폭넓게 퍼져 있다. 한류열풍의 끝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모방심리가 복제성형으로까지 이어져 일부에선 한류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칭다오 부녀아동의료센터 성형외과에서 최근 잇달아 16명의 여학생들이 성형수술을 했다. 이 가운데 한 여학생(12)은 전지현의 쌍꺼풀을 원했고, 다른 여학생(18)은 자신의 얼굴을 김희선과 똑같이 바꿔달라고 주문했다.

베이징 소재 성형외과에도 연일 한국 배우의 사진을 들고 찾아와 복제성형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환자들로 넘쳐난다. 유명 연예인과 똑같은 얼굴을 바라는 청소년들의 대다수가 ‘열광팬’들이다. 옷차림이나 헤어스타일만 유명 연예인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얼굴까지 그들을 닮고 싶다는 심리가 수술을 부추기는 것이다.

대륙에 불어닥친 ‘한국 배우 닮기 열풍’은 이미 대만과 홍콩을 거쳐온 것이다. <베이징만보>는 일본·홍콩·대만의 일부 젊은 여성들 사이에 한국으로 성형수술을 하러 가는 것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성형비용이 쌀 뿐 아니라, 성형기술 또한 일류라는 것이다. 게다가 그들이 닮고 싶어하는 김희선·송혜교·이영애·전지현 등의 얼굴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 한국행을 자처하는 이유다.

한국은 성형미인의 천국

“동양 문화권에서는 자연미가 가장 아름답다고 여기지만 한국은 예외다. 한국의 유명 연예인들은 대부분 성형수술을 거쳤고, 한두번에 그치지 않는다. 수술을 하고 나면 미운 오리새끼가 유명 연예인으로 변신한다. 많은 연예인들이 성형을 기피하지 않는다. 한국 여성들 사이에선 쌍꺼풀 수술은 성형이 아닌 보통 미용일 뿐이다. 적어도 코를 높이고 턱을 깎는 정도는 되어야 성형수술이다. 한국 여성들은 서양의 유명 연예인처럼 성형을 원하고 있어 한국식 미녀는 모두 비슷비슷하다. 어떤 부모들은 딸이 어렸을 때부터 저축을 해 아이가 자란 뒤 성형수술을 해줄 것을 미리 준비하고 있다.” 중국 언론이 바라본 한국의 성형수술에 대한 평가다. 한마디로 한국은 성형미인 제조처란 이야기다.

한국 배우 스스로도 한국에는 성형미인이 많다는 것을 공언하기도 한다. 중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바이링공위>(샐러리맨의 아파트: 白領公寓)에서 안재욱은 중국의 청춘스타 리우즈와 함께 출연했다. 이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안재욱은 한국 여배우들의 성형수술을 예로 들며 리우즈에게 성형수술할 것을 권유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리우즈가 지금도 매우 아름답지만 조금만 고치면 완벽한 미인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을 해줬다는 것이다.

중국의 일부 연예인들은 한국에 가 몰래 성형수술을 하기도 한다. 겉으로는 성형수술을 한 사실을 극구 부인하지만 한국에 다녀오면 얼굴 형태가 약간씩 달라진다. 그 가운데 월드컵 한국축구 홍보대사로 참석한 가수 위에의 성형 여부가 한동안 중국 연예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중국 언론은 한국의 연예잡지에 나온 기사를 인용해 한국 유명 연예인들 사이에 성형이 보편적인 일이라고 보도한다. 심지어 한국의 유명 연예인들의 98% 이상이 성형수술을 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한국인들은 연예인들의 성형수술에 이질감을 느끼기보다는 아름다움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중국에서 이미 한국의 최고 미녀로 인정받는 김희선, 성형수술 사실을 당당하게 인정한 담백한 미녀 김남주, <가을동화> 방영으로 인기가 폭발한 송혜교, <엽기적인 그녀>로 최근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선망의 대상이 된 전지현 등은 중국의 젊은이들 사이에 닮고 싶은 모델이 되었다.

게다가 한국의 성형미인들이 성형수술 뒤 주가가 높아짐에 따라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는 누구라도 미인으로 탈바꿈하면, 이름을 날리고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게 됐다. 중국 연예뉴스에는 김희선·송혜교·전지현 등 유명 연예인들의 연간 수입이 얼마며, 이들의 출연료가 얼마라는 보도가 끊이지 않는다. 연예인들에 대한 숭배가 단순한 가슴앓이에 끝나지 않고 젊은이들에게 화려한 세계로의 진출을 꿈꾸게 한다.

신분상승 욕구가 성형 부추겨

베이징의학과학원 성형외과 천환란 박사는 “용모가 수려한 많은 여성들이 아름다운 외모를 이용해 큰 수익을 얻으려는 심리가 작용해 더욱 성형수술을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 수앙화의원 성형미용센터에서 20여년 동안 성형수술을 해온 스산파는 최근 한국 여배우 사진을 들고 찾아오는 여성들을 ‘화류계 여성’이라고 치부했다. 그는 “성형은 개인의 성격과 기질을 고려해 내적 아름다움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 본래 임무다. 외모와 심리가 조화와 균형을 이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때 가장 완벽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스산파는 최근 불고 있는 성형미인 바람은 젊은이들이 스타들을 지나치게 우상화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외모에서 오는 혐오감을 없애 자신감을 얻을 수 있으면 굳이 성형을 거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현대 젊은 여성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아울러 남녀를 막론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이 상품시장에서 팔리고 인조미인이 자연스런 흐름이 되는 것은 우려를 낳을 수밖에 없다. 특히 전통관념이나 윤리의식이 희박해진 중국 청소년들에게 성형미인에 대한 갈망은 위험한 유혹이 아닐까.

베이징=황훈영 전문위원 kkccjjh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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