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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격렬한 운동이 사악한 것을 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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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8-2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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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Asia Network Documentary)
아룬다티의 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그가 자신의 개성적인 부분이라 표현한 욕실이다. 그는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그 개인적 공간을 스스럼없이 공개했다. 샴푸를 눈여겨봤더니 카디였다(카디: 유기농법을 중심으로 전통방식에 따라 집에서 만드는 옷감을 비롯해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환경상품 이름).



요즘 어떤 화두를 잡고 있나요.

사람들과 교통하기 위한 어떤 운명적인 인력(引力) 같은 것이에요. 그게 날 움직이는 동력이기도 해요.

설교 같은데.

아니. 문학이라고 하더라도 진실을 말하고 누구와 교감하겠다는 뜻이지, 누구를 깔보며 말하겠다는 건 아니죠. 내겐 사실과 감각이 다를 수 없어요. 가령 내 글을 통해 정치적 사안을 다른 이들의 감각기관으로 실어나른다는 뜻이죠. 궁극적으로 얼마나 정직하게 말하느냐가 문제인데, 난 정직하지 않은 예술은 영속적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없다고 믿어요.

그 정직함을 판단하기 위해 당신은 세속적인 현실에 발을 딛고 있어야 하는데, 달걀값과 쌀값이 얼마인지 알고 있나요.


물론 확실히 알고 있죠. 어떤 상표로 대답해드릴까? 내 수익은 주로 ‘변변찮은 것들’- <변변찮은 것들의 신>이라는 소설 제목을 아룬다티는 이렇게 줄여 불렀다- 에서 나오는데, 그전에는 참 힘들었어요. 가난이란 내가 ‘내가’ 되는 걸 막는 심각한 장애 같은 것이었죠.

자유는 성취하기 힘든 건데, 특히 편견으로부터의 자유를 주제로 삼아보면 어떨까요. 당신은 개고기를 먹나요.

(몹시 놀라 당황하며)아니요. 무슨 질문이 갑자기 그래요. 난 개고기 안 먹어요.

왜, 그게 애완동물이라서. 아니면 또 다른 깊은 사연이라도 있어서.

애완동물이라는 점을 떠나서, 난 오랫동안 우리 삶에 뿌리내려온 금기나 금지 같은 걸 쉽사리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지 않아요. 그래도 개나 뱀고기를 먹는 사람들을 공격하거나 하진 않아요. (호쾌하게 웃으며)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만 아니라면 다 먹읍시다. 됐죠?

윤리가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란 말을 하고 싶은 건가요. 보편적인 윤리의 기준은 없다고.

아뇨. 분명 있죠. 인종이나 문화 또는 민족과 상관없이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가치로서 정의와 인간의 존엄성 같은 건데, 대량살상 무기나 인종학살의 공포 없이 살아야 하는 것 따위는 타협할 수 없겠죠.

그럼 개인의 윤리는. 당신은 얼마만한 자유를 개인에게 주고 있나. 가장 친한 친구가 동성애자로 변한다면.

성의 자유는 근본 중의 근본이죠. 누구도, 누구의 그 자유를 침해할 수 없어요.

어떤 글에서 당신은 날마다 한두 시간을 헬스클럽에서 보낼 정도로 지독히 육체적 건강에 몰입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건 당신이 정신의 자유를 좇는 해방된 사람으로서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요.

격렬한 운동이 내 속에 잠재된 사악한 것들을 몰아낸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난 늘 운동하고 육체를 건강하게 만들려고 해요. 이건 무슨 의무라기보다 놀이예요. 전 재미없는 일은 죽어도 못해요.

아직 못다 한 것 중에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라도 있나요. 소설 쓰는 일말고.

뭐 별달리…. 정치적인 글을 계속 쓰겠다는 것말고는. 분명한 건 ‘선전’을 좀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궁리를 하고 있어요. 다국적 기업과 컴퓨터 지배라든지 개발우선주의를 조장하고 있는 세계화 같은 걸 깨부수는 적극적인 선전 같은 것을. 우리 모두가 이런 일을 같이 해야 하지 않을까요? 델리에서도 서울에서도!

프라풀 비드와이(Praful Bidwai) 전 <타임 오브 인디아> 편집장·핵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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