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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감시하라, 바뀔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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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8-1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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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시민운동

환경·국제무역 등 시민사회의 감시활동 다양화…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반부패회의에 대한 기대와 우려

요즘 어느 국제 모임을 나가더라도 흔히 듣는 단어가 있다면 바로 세계화와 빈곤 그리고 거버넌스(Governance)다. 통치적 개념의 정부(Government)에 대한 대안 개념으로, 거버넌스는 정부·기업·시민사회 공동의 정치협의기구를 말한다. 이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이론과 현장의 괴리를 극복하고 대안을 찾고자 하는 노력들이 국제 감시기구의 몫이다. 국제 감시기구가 제몫을 하려면 무엇보다 독립적인 기능과 전문성 그리고 다양한 정보수집 능력이 있어야 한다.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와 국제인권감시기구(www.hrw.org)의 인권감시 활동과 환경단체들의 감시활동이 오늘 세계에 기여한 바는 잘 알려져 있다. 1997년 이후에는 세계화나 각종 개발과 관련된 원조 단체들을 감시하는 기구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은 아직 걸음마 수준


사진/ 지난 8월2∼3일 필리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제반부패회의. 국제 감시기구가 제몫을 하려면 무엇보다 전문성과 정보수집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들 중에 국제 무역, 은행에 대한 감시기구의 원조는 영국의 브레튼우즈 프로젝트(www.brettonwoodsproject.org)를 꼽을 수 있다. 최근에는 빈곤지원과 환경개발이라는 그럴듯한 명목의 원조가 이루어지는데, 오스트레일리아의 ‘개발 안내’(www.devinit.org)는 원조기구들에 대한 새로운 정보와 문제의식을 제공한다. 유럽과 중미의 다양한 감시활동과 달리 한국·일본·중국 등 해외진출 기업들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를 다루는 아시아 내의 감시기구는 초보적인 수준이다. 일본 해외원조기구(ODA)에 대한 잇단 비판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최근 일본 시민사회단체들이 해외진출 기업과 원조기구에 대한 정기적인 포럼을 개최하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거버넌스와 관련된 활동으로는 특히 경제와 정치부패를 감시하는 기구들이 눈에 띈다. 최근에 그 위상과 활동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는 국제투명성기구(TI, www.transparency.org)는 1993년 제안될 때만 해도 많은 기대를 받았고 실제로 많은 부분에서 성과를 얻었다. 특히 내년 5월25∼28일에는 한국에서 국제투명성기구 주최로 제11차 반부패회의(IACC)가 개최된다. 독일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투명성기구는 그동안 긍정적인 활동에도 불구하고 현재 임원들 대부분이 세계은행, 대기업, 유엔 관련 기구 출신이기 때문에 중남미와 아시아 비정부기구(NGO)들은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회의에서 국제투명성기구 대표 피터 아이젠은 “세계무역기구는 자유로운 국제 무역을 지지하면서 부패를 지켜줄 수호자”라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또한 이 기구의 국제회의는 후원단체 대부분이 국제투자기구와 다국적 기업이라서 이들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FX 사업 의제될 수 있을까

특히 99년 남아프리카공화국 회의에서는 현지 NGO들이 세계화와 부패문제에 대한 워크숍을 준비했다가 국제투명성기구로부터 거절당하기도 했다. 그 이후로는 국제투명성기구가 개최국 NGO들의 의사를 얼마나 반영할지 의문이 계속 제기됐다. 따라서 오는 10월 중순 모로코에서 열리는 반부패회의 준비회의가 한국 NGO들이 관심 있어하는 차기전투기(F-X) 도입 의혹 등을 프로그램에 반영하는지에 따라 이 단체에 대한 기대치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99년 남아공 회의를 준비했던 남아프리카 반부패기구의 스티안은 “한국 NGO의 역량과 목소리에 대해 기대해보겠지만, 현재 국제투명성기구가 얼마나 한국 NGO들의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이미 정부 주도하에서 많은 부분이 결정되고 있기 때문에 부패와 불공정에 대한 잣대가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동시에 국제회의 참가비가 터무니없이 비싸서 가난한 국가 NGO들의 참여를 보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인다. 세계NGO대회,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등 말잔치로 끝난 굵직한 NGO대회처럼 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마닐라=글·사진 나효우 전문위원 nahyowo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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