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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입시전쟁, 한국에 뒤질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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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8-0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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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대학입시에 땀흘리는 중국학생들…“명문대 입학은 상류층 진입의 첫 계단”

불볕더위가 한창인 중국의 7월은 대학입시를 앞둔 수험생들의 열기까지 더해 용광로처럼 뜨겁게 달아오른다. 해마다 7월7일은 중국 전역의 대입 수험생들이 수학능력을 평가받는 날이다. 올 입시에는 전국적으로 527만여명이 시험에 응시해 역대 가장 많은 수가 입시전쟁을 치렀다.

10등 현상, 부담감이 시험 망친다

사진/ 칭화대학 도서관에서 밤늦도록 공부하는 학생들. 이 대학에 들어가려면 지방 학생들은 성에서 1∼2등을 해야 한다. (GAMMA)
시험 결과가 발표된 7월25일, 전국의 수험생들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입시결과를 확인했다. 올해 베이징시 수석은 이과를 지원해 750점 만점에 704점을 받은 베이징 80중학 출신의 루청위엔이 차지했다. 그는 이과를 지원한 학생 가운데 입시사상 베이징 출신으로는 최고의 점수를 얻어 화제가 되고 있다. 게다가 루청위엔은 베이징의 내로라 하는 일류 고등학교 출신도 아닌 이류고등학교 출신이라는 점이 더욱 관심을 끈다. 담임선생에 따르면 루청위엔은 평소 반에서 10등 정도를 하는 보통학생이었다. 이번 입시결과를 놓고 교육계에선 ‘10등 현상’이란 신조어가 출현했다.


중국과학원 심리연구소가 99년부터 4년 동안 대학입시에서 최고점수를 얻은 200명의 수험생을 대상으로 심리측정을 한 결과, 학교에서 1·2등 하던 학생들이 실제 입시에서 최고득점을 한 경우는 매우 적었다. 고득점자들은 대체로 학교 전체석차 50등 안에 드는 학생들이었고, 심지어 반에서 성적이 20등인 학생도 있었다. 2년 전 항저우 교사인 저우우는 1천여명의 학생들을 10년 동안 관찰했고, 초등학교 성적이 10등 내외인 학생들이 중·고등학교에 진학해 좋은 성적을 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한편 득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으로 20가지 항목이 추출됐는데, 그 가운데 시험 당일 심리상태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2위는 시험 전 심리상태, 3위는 학습방법, 4위는 기본실력, 가장 주목을 받은 기억력은 17위로 밀렸다. 중국 과학기술부 왕지청 박사는 “시험 당시 수험생의 심리상태가 안정되어 있으면 평소보다 60 내지 100점이 올라갔으며, 심리상태가 불안정하면 50점 정도가 낮게 나타났다. 수험생의 심리상태가 입시 성패를 좌우하는 주요 항목”이라고 밝혔다.

왕 박사의 실험 대상자 가운데 지방 출신의 한 학생은 학교 성적이 매우 뛰어나 모든 사람들이 최고점수를 얻을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수석은커녕 지방의 보통대학에 들어갔을 뿐이다. 10등현상에 대해 교육학자들은 학생들이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를 적게 받고, 교사나 부모가 큰 기대를 하지 않을 때 자유롭게 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 중국인민대학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해마다 지방 출신 수험생들이 베이징 출신보다 우수한 점수를 얻는다. (이정용 기자)
중학교부터 시작되는 중국의 입시전쟁은 생사를 가를 정도로 치열하다. 해마다 7월 말이면 최고득점 소식으로 인해 환호성이 들리는가 하면, 점수를 비관해 자살하는 수험생들까지 나온다. 중국 고교생들에게 대학은 출세를 보장하는 관문이다. 이들은 중학교 때부터 일류와 이류, 삼류를 구분한다. 일류 중학교에 들어가야만 일류 고등학교에 갈 수 있고, 그래야만 명문대학에 들어가기가 쉽다는 것이다. 일단 일류 중·고등학교에 들어간 뒤에는 6년 동안 책과의 씨름을 시작한다. 베이징의 한 유명인사는 “학생들 차림이나 행동만 보아도 일류·이류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명문학교 출신들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모든 면에서 차이가 난다“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특히 지방 고교생들이 베이징의 일류대학에 진학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중국은 성적만으로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지원할 수 없다. 베이징에 있는 대학에 지원할 경우, 각 성마다 할당인원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성 전체에서 1, 2등을 하지 않으면 합격하기 어렵다. 이런 장벽 때문인지 해마다 베이징 출신 수험생보다 지방 출신 수험생들이 우수한 성적을 얻는다. 이번 입시에서 발표된 각 지역별 1차대학(일류대학) 지원 합격선을 보면 베이징은 문과가 462점, 이과가 469점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고, 산둥 지역은 문과가 568점, 이과는 589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 합격선은 그 지역 출신 수험생이 그 지역 1차대학에 지원할 때의 합격선이다. 산둥 출신 수험생이 베이징 소재 대학에 진학하려면 최소 650점 이상은 받아야 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중학교 입학 때부터 치열한 경쟁

대학 진학이 목표인 지방의 수험생들은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부터 그야말로 ‘새벽별보기 운동’에 들어간다. 아침 6시30분에 학교에 가서 밤 10시가 넘어야 집에 돌아온다. 옌볜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한국인 유학생 최윤미(19)양은 “처음 학교에 갔을 때는 중국 친구들과 교류가 많아 학교생활이 무척 즐거웠지만, 2학년이 되면서부터 친구들에게 말을 걸기가 미안할 정도로 시험 준비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하루 4시간 이상 자면 대학에 가기 어렵다고 여길 정도로 학교 분위기가 살벌하다”고 전한다.

중국 고교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첫 번째 이유는 ‘고소득 보장’이다. 시장에서 상품가치를 가지려면 대학은 필수적 코스다. 특히 취직이 잘 되는 이과계열의 학과를 선호해 문과를 지원하는 학생은 10% 이하다. 이는 실리를 추구하는 중국인들의 속성이 대학입시에도 반영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중국에서의 명문대 선호는 한국 못지않다. 상류층에 진입하기 위한 첫 관문이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베이징대학과 칭화대학은 이런 명문대 가운데 하나다. 해마다 수천명의 수험생이 몰리지만 이들 대학의 입학 정원수는 갈증을 채워주지 못한다. 올해 베이징대학은 이과 200명, 문과 110명, 칭화대학은 이과 342명, 문과 30명만을 모집한다. 명문대 진학만을 고집하다가 ‘고등학교 4학년’이 되는 수험생들도 해마다 는다. 아직 1차대학 원서접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재수를 하겠다는 고득점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베이징사범대학부속 실험고등학교에서 ‘고4학년 반’을 모집하는 첫날 이미 300명의 학생들이 몰려 정원을 훨씬 넘어섰다. 이 가운데는 600점 이상의 고득점자들도 수십명에 달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베이징대학이나 칭화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계속 시험을 보겠다”고 말한다. 재수생들은 대부분 출신 고등학교로 돌아가 4학년 반에 들어간다. 학교에서는 4학년을 3학년과 똑같이 가르친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사설학원까지 등장하였다

최근 인터넷상에 ‘베이징 211입시 꿈공장’(아래 꿈공장)이란 제목의 광고가 실렸다. 모 과학기술유한공사에서 올린 이 광고는 명문대학 진학이 목표인 고등학교 2년생을 모집한다는 내용이다. 전일제 수업, 폐쇄식 학습, 1년간 5만∼10만위안의 학비, 1년 수업으로 베이징·칭화대학 등 일류학교 진학 보장, 진학이 불가능할 경우 전액 환불…. 한국의 스파르타식 입시학원을 방불케 하는 광고다. 이 광고를 낸 꿈공장 책임자는 “5만위안을 내면 명문대학을, 10만위안을 내면 칭화·베이징대학을 보장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들이 택한 교육방법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해마다 베이징 출신 수험생들이 지방 출신들보다 50∼100점 정도 점수가 낮게 나오는 점을 고려해 지방식 교육방법을 베이징에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교육전문가들은 이 같은 계획에 대해 “기업의 경영기법을 교육에 도입하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교육기관에 고액의 비용을 내고 ‘황금알’ 낳기를 바라는 학부모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재수생들에게 사설학원의 출현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미 한번 낙방 경험이 있는 재수생들에게 ‘황금알을 낳는 학원’은 커다란 유혹이다.

사설학원만 신났네

최근 난징의 거리 곳곳에서는 “국가시범고교 유명교사 전일제 수업, 주말 입시 강화반” 등의 문구가 실린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올 입학시험 점수가 발표되자마자 재수생을 모집하는 사설학원들이 속속 등장했다. 이 학원들의 학비 또한 기숙사비를 포함해 6천위안이 넘어, 일반 대학 학비를 능가한다. 그럼에도 난징 수험생들은 벌써 앞다퉈 사설학원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2003년부터 중국의 대학입시 날짜는 한여름 더위를 피해 6월 초로 앞당겨지지만, 일류대학을 향한 수험생들의 열망과 학원들의 장삿속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교육계에 불어닥친 상업주의는 일찌감치 자본에 교육을 내준 한국처럼 피해갈 수 없는 관문이다. 중국의 교육은 어쩌면 한국을 닮아가는지 모른다.

베이징=황훈영 통신원 kkccjjh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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