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성분 함유된 술 파는 압셍트 비밀클럽이 러시아 전위적 청년문화 선도
최근 금지된 술을 판매하는 비밀클럽이 러시아 젊은이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본산지인 서유럽에서는 오래 전부터 중독성 때문에 판매를 금지한 ‘압셍트’라는 술이다. 원래 프랑스어로 ‘absinthe’라는 단어는 ‘쓴 쑥’이라는 뜻이다. 말뜻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술맛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그럼에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 술에 대한 동경심이 확대되는 것은 금지된 술이라는 점과 중독성 때문이다. 러시아 젊은이들은 미국과 서구 젊은이들이 마약에 심취하는 것처럼 압셍트에 열광하고 있다.
은밀한 점조직 형태로 운영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는 최근 압셍트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비밀클럽 ‘압셍트 클럽’이 명소로 부각되고 있다. 모스크바에서도 유사한 칵테일 바가 공개적으로 문을 연 적이 있지만 몇 년전만 해도 젊은이들 사이에 압셍트라는 단어는 생소한 칵테일의 한 종류로만 여겨져 왔다. 술에 조예가 깊은 이들의 말에 따르면 모스크바 칵테일 바에서 판매하고 있는 압셍트 칵테일은 꼭 필요한 성분의 함량이 미달되어 원래의 맛을 내지 못한다고 한다. 이제는 보다 원조에 가까운 술맛을 제공한다는 압셍트 클럽이 상트 페테르부르크 청년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중심가에 있는 압셍트 클럽은 비밀클럽답게 여느 클럽에서 볼 수 있는 네온사인은 물론 제대로 된 출입구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출입구를 확인하는 것도 어렵지만 이 클럽에 발을 붙이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주변 아는 사람을 수소문해 간신히 이 클럽 안으로 데려가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 압셍트 클럽은 일종의 점조직과 같다. 클럽에 5번 이상 출입한 사람만 회원증을 받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을 데려올 수 있다. “클럽의 규정상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을 통해서만 압셍트 클럽에서 한잔의 술을 마셔볼 수 있죠. 이곳에 들어가는 데 성공한 이들은 이전에 기대한 비밀스러운 면모들을 확인하지 못해 약간은 실망할 수도 있어요.” 압셍트 클럽의 지배인 이들러 아르마소프는 이렇게 조언한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 들어가는 통로는 붉은색 조명으로 장식돼 약간 섬뜩한 느낌을 주지만 홀 안으로 들어가면 여느 고급 사교장처럼 서구 스타일의 깔끔한 분위기가 연출되어 ‘정말 괜찮은 클럽에 들어왔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판매하는 술의 종류는 다른 클럽과 많이 다르지 않다. 오히려 일반 고급 카페나 클럽보다는 보드카·맥주·위스키가 저렴해서 하루 저녁 술 한잔 하기에는 괜찮은 장소다. 클럽의 주메뉴인 압셍트 50g의 가격이 조니워커 반병 가격에 육박할 정도로 비싸지만, 콜라 한잔을 먹는다고 주인이 눈총을 주거나 하는 일이 없다. ‘압셍트 문화’라고 불리는 이 클럽의 음주 스타일은 오히려 일반 주점에서 보드카나 맥주로 말술을 들이켜는 음주문화와 비교하면 굉장히 신사적이다. 특이하게도, 초록색의 압셍트잔을 손에 들고 있는 사람들은 주당으로 악명높은 러시아 남자들이 아니라 여자들이다. 클럽에서 여가를 즐기고 격렬한 몸짓으로 디스코를 추는 남자들은 대부분 차나 커피를 마신다. 압셍트 클럽의 주고객은 안정적인 직장이 있는 20∼30대 젊은이들이다. 압셍트 클럽은 어느 술집보다 편한 느낌을 준다. 처음 이 클럽을 방문하는 이들은 잘 느끼기 힘들겠지만 단골손님들 대부분이 구면인 까닭에 마치 친구집에서 벌어지는 조그만 파티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제공한다. 때문에 이 클럽에서는 파티를 연다고 공고할 때 러시아어로 파티라는 말에 해당하는 ‘베체린카’라는 표현 대신 가까운 친구 사이에 갖는 소모임을 뜻하는 ‘투소프카’라는 표현을 쓴다. 클럽의 특별한 파티는 주로 명절이나 회원의 생일날 열린다. 생일을 맞은 사람에겐 압셍트를 공짜로 마시는 행운이 주어진다. 피카소와 고흐가 사랑한 술
그러면, 도대체 압셍트는 어떤 술일까. 바텐더가 술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입이 저절로 떫어진다. 정통 주법을 따른다고 자랑하는 바텐더는 포크에 각설탕을 한개 올려놓고 적은 양의 압셍트 원액으로 적신 다음 태운다. 타고 있는 설탕을 얼음물에 떨어뜨려 마시는 술이 바로 압셍트다. 술맛이 쓴 까닭은 압셍트의 기본 성분에 ‘투이’라는 쑥과의 식물에서 추출되는 ‘투아이온’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거슬러올라가면 고대 그리스, 이집트 등지에서 광범위하게 마셨다는 기록이 전해오고, 근대와 현대로 접어들면서 서유럽, 특히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일반 대중에게 널리 전파되었다. 이 은밀한 독주가 일반 대중에게 널리 보급된 것은 19세기 말 예술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주요 활동가들이 압셍트 애주가나 중독자들로 알려지면서부터다. 고흐·피카소·드가·마네와 같은 유명화가들이나 상징파 시인 보들레르, 소설가 모파상, 헤밍웨이, 오스카 와일드 등이 이 술의 중독자나 애호가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드라큐라> <물랭루즈>와 같은 영화를 통해서 일반인에게 소개되기도 했다. 한때 프랑스에서는 많은 남성들이 압셍트 중독에 시달렸다. 공식통계에 의하면 1912년에 프랑스에서는 압셍트 연간 소비량이 최고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해에만 무려 2억2100만ℓ가 소비되었다.
압셍트에 마약성분이 섞여 있어 중독성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압셍트 중독자들은 일반 마약 중독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불안증·신경쇠약증에 시달리다가 결국은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행위로 생을 마감한다. 남성에게는 술의 기본 성분인 투아이온의 양이 어느 정도 이상을 초과하면 생식기능을 저해하기도 한다. 애석하게도 이 술의 애호가인 피카소나 고흐도 압셍트의 피해자였다. 피카소는 불임환자였고, 고흐는 이 술에 중독되어 자신의 귀를 잘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압셍트의 해악이 밝혀지자 1905년 벨기에를 선두로 서유럽 국가들은 일찍이 이 술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했다. 20세기 유명 화가들의 영향이 큰 프랑스에서는 국민 대부분이 애호가인 까닭에 가장 늦게까지 금지조치를 내리지 못하다가 제1차 세계대전 직전인 1915년에 마침내 압셍트 금주령을 내렸다.
일정 수준 이상을 마시면 인체에 큰 해를 끼침에도, 러시아에서 이른바 잘 나간다고 하는 신세대나 지식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끄는 까닭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 술의 애호가들이 유명한 문화예술인이었던 점을 첫 번째 이유로 꼽는다. 러시아에서도 피카소·고흐·드가 같은 화가들 때문에 이 술에 대한 동경은 강하게 남아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박물관에 전시된 피카소의 <압셍트 여성애주가>와 같은 작품이 세인의 눈을 끄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다 보니 압셍트의 공식 제조와 판매를 금지한 서구 선진국과는 달리 러시아에서는 공공연하게 스페인산 ‘헨타’, 체코산 ‘힐즈’ 러시아 국내산인 ‘빈센트 반 고흐, 압셍트’라는 술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산 압셍트는 대략 위스키 조니 워커 판매가격과 비슷하다. 그러나 이 술맛을 좀 안다는 사람들은 러시아산은 투아이온 성분이 매우 적어서 제대로 된 압셍트라고 보기는 어렵고, 오리지널에 가까운 술은 외국(어느 나라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에서 은밀히 들여오는 ‘압셍트 킹 오브 스피리츠 골드’라고 귀띔한다.
반짝유행으로 끝나지 않을 듯
러시아에서 아직 압셍트는 단속 대상이 아니지만 압셍트의 악명이 널리 알려진 만큼 이를 대대적으로 판매하기는 힘들다. 그러다 보니 ‘스피리츠 골드’ 같은 술은 비밀클럽에서만 맛볼 수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도 이 술에 대한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애호가들은 적당량을 마시면 압셍트에 중독되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이들은 의학의 아버지라고 일컫는 히포크라테스도 필요한 경우 이 술을 처방으로 내놓았다고 주장한다. 그가 특히 류머티즘이나 여성의 월경통증에 대처하는 주요 처방으로 환자들에게 권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압셍트 클럽 고객의 주류는 젊은 여성들이다. 이들이 압도적인 다수로 찾아들어오니 그들을 따라 청년들도 몰려든다. 어쨌든 비밀클럽은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 아무리 ‘유행은 한때’라지만 아직까지 러시아에서 압셍트는 한때의 반짝유행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상트페테르부르크=박현봉 통신원 parkhb_spb@yahoo.com

사진/ 압셍트 클럽 건물. 비밀클럽이기 때문에 입구를 찾기가 어렵고 간판도 없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중심가에 있는 압셍트 클럽은 비밀클럽답게 여느 클럽에서 볼 수 있는 네온사인은 물론 제대로 된 출입구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출입구를 확인하는 것도 어렵지만 이 클럽에 발을 붙이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주변 아는 사람을 수소문해 간신히 이 클럽 안으로 데려가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 압셍트 클럽은 일종의 점조직과 같다. 클럽에 5번 이상 출입한 사람만 회원증을 받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을 데려올 수 있다. “클럽의 규정상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을 통해서만 압셍트 클럽에서 한잔의 술을 마셔볼 수 있죠. 이곳에 들어가는 데 성공한 이들은 이전에 기대한 비밀스러운 면모들을 확인하지 못해 약간은 실망할 수도 있어요.” 압셍트 클럽의 지배인 이들러 아르마소프는 이렇게 조언한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 들어가는 통로는 붉은색 조명으로 장식돼 약간 섬뜩한 느낌을 주지만 홀 안으로 들어가면 여느 고급 사교장처럼 서구 스타일의 깔끔한 분위기가 연출되어 ‘정말 괜찮은 클럽에 들어왔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판매하는 술의 종류는 다른 클럽과 많이 다르지 않다. 오히려 일반 고급 카페나 클럽보다는 보드카·맥주·위스키가 저렴해서 하루 저녁 술 한잔 하기에는 괜찮은 장소다. 클럽의 주메뉴인 압셍트 50g의 가격이 조니워커 반병 가격에 육박할 정도로 비싸지만, 콜라 한잔을 먹는다고 주인이 눈총을 주거나 하는 일이 없다. ‘압셍트 문화’라고 불리는 이 클럽의 음주 스타일은 오히려 일반 주점에서 보드카나 맥주로 말술을 들이켜는 음주문화와 비교하면 굉장히 신사적이다. 특이하게도, 초록색의 압셍트잔을 손에 들고 있는 사람들은 주당으로 악명높은 러시아 남자들이 아니라 여자들이다. 클럽에서 여가를 즐기고 격렬한 몸짓으로 디스코를 추는 남자들은 대부분 차나 커피를 마신다. 압셍트 클럽의 주고객은 안정적인 직장이 있는 20∼30대 젊은이들이다. 압셍트 클럽은 어느 술집보다 편한 느낌을 준다. 처음 이 클럽을 방문하는 이들은 잘 느끼기 힘들겠지만 단골손님들 대부분이 구면인 까닭에 마치 친구집에서 벌어지는 조그만 파티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제공한다. 때문에 이 클럽에서는 파티를 연다고 공고할 때 러시아어로 파티라는 말에 해당하는 ‘베체린카’라는 표현 대신 가까운 친구 사이에 갖는 소모임을 뜻하는 ‘투소프카’라는 표현을 쓴다. 클럽의 특별한 파티는 주로 명절이나 회원의 생일날 열린다. 생일을 맞은 사람에겐 압셍트를 공짜로 마시는 행운이 주어진다. 피카소와 고흐가 사랑한 술

사진/ 피카소의 <압셍트 여성애주가>(왼쪽)와 마네의 <압셍트 애주가>. 러시아에선 이런 화가들의 영향으로 압셍트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