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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투동 썼지만, 나도 보통 신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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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7-3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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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l 누루 이자 안와르

사진/ 단란했던 안와르 가족의 한때. 맨 왼쪽이 안와르 말레이시아 전 부총리, 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이자 안와르. (유니스 라오)
마하티르가 자신의 부총리 안와르를 감방에 처넣자 안와르뿐만 아니라 여섯명의 아이들과 아내까지 모두 고초를 겪었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동성애 혐의로 구속되었다고 친구들 사이에 놀림감이 되었고, 막내 하나(10)는 아버지의 정을 느껴보지도 못했으며, 장녀 이자는 아버지의 후원으로 설립된 국제이슬람대학의 입학마저 거부당했다. 이들은 파랑(말레이 지역에서 사용하는 농사용 장검)을 휘두르면서 정치적 구호를 외치며 안방까지 밀고 들어온 무장괴한에게 한동안 감금당하기도 했다.

당신 가족의 삶이 갑자기 돌변해버렸는데….

“이자, 네 아빠에게 말씀드려 좀 바꾸라고 해.” 정부의 프로젝트를 비판하던 많은 친구들에게 자주 들어온 말이었는데, 요즘은 아무도 내게 그런 말하는 이가 없으니, 이게 변화라면 변화죠. 사실은 그때(98년 9월20일 안와르가 체포된 때)까지만 해도 전 단순한 아이였어요. 열심히 공부해서 졸업장 받고 잘 살고 뭐 그런 생각만 하는… 그러다가 9월 그날, 군인들이 밀어닥쳐 아버지를 체포하는 동안 어린 제 동생들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걸 보면서 단단히 마음먹어야겠구나 여기게 됐죠.

아버지가 잡혀간 뒤 무엇이 가장 크게 변했나.


아버지가 주변에 없다는 것이지요(폭소 뒤 심각한 표정). 처음 면회를 했을 때 너무 놀랐어요. 아버지가 맞아서 눈에 피멍이 든 사진 기억나죠? 막내가 아빠를 만지지 않는 거예요. 막내에게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잘못 만지면 아빠가 다른 눈도 못 쓰게 된다고 하더군요. 전 막 울었어요. 그때부터 전 비록 어리지만 동생들에게 모든 걸 정확하게 설명해주어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랬더니 다른 동생이 묻는 거예요. “언니 마하티르가 또 아빠를 때릴까?”

아버지가 잡혀가자 친구들은 뭐라고 했나?

수많은 친구들이 사라져버릴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죠. (긴 여백) 아마도 어떻게 저를 도와야 할지 몰랐던 것이죠. 그래도 몇명은 남아 제 싸움을 도와주고 있으니 다행인데, 특히 가톨릭 신자인 한 친구는 정말 대단해요.

아버지 후원자들을 얻겠다고 몰래 해외에 나간 과정은?

처음 그 제안이 나왔을 때 아버지에게 물어보고 결정하려고 했는데, 아버지를 만날 수가 있어야죠. 결국 엄마가 결정해주었죠. 가족여행 말고 혼자 어디 가본 적이 없고 친구집에서도 자본 적이 없는 숙맥이었거든요. 더군다나 제 여권이 아버지 잘나가던 시절에 만든 외교관용이었으니 몰래 빠져나갈 수가 있나요.

그래서 어떻게 했나.

다시 일을 벌이려면 수법을 털어놓을 수 없죠!(웃음) 어떻게 해서 필리핀까지 갔고, 거기서 코리 아키노를 만났더니 에스트라다 대통령을 만나보라고 했어요. 말할 수 있는 건 이게 다예요. 그 다음엔 처음으로 (케이블 TV로 방영되는 미국 NBC 방송)와 인터뷰를 하였는데, 겁이 덜컥 났죠. “가슴으로 말하자”, “아버지 말만 하지 말고 부정부패와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자” 뭐 이런 결심으로. 인터뷰 마치고 났더니 모두들 잘했다고 하더군요.

투동은 언제부터 쓰기 시작했나.

열일곱살 때죠. 우리 부모님은 매우 종교적인 분이고 그 영향을 받았죠. 아버지는 종교적 가르침과 원칙이 의식행위보다 중요하다고 늘 강조했어요.(마침 투동이 슬슬 흘러내렸다) 이걸 예쁘게 잘 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아직 아마추어 수준인데, 남들이 이젠 제법 잘 한다고들 칭찬하죠(함께 웃다가). 언니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저도 보통 신세대예요. 제가 종교반에 나가던 중에도 아버지는 제가 듀란듀란 콘서트에 가는 걸 허락했어요. 우리 아버지 멋지죠? 다만 울라마(종교 지도자) 앞에서는 머리를 흔들지 말라고! 아버지 말씀인 즉, 왜 한계가 필요하고 무엇이 옳은가를 이해하면 신이 허락할 거라고. 이게 다예요.

누룰 이자 안와르(Nurul Lzzah Anwar)

1980년생. 전 부총리 다특 세리 안와르 이브라힘과 안과의사 완 아지자 이스마일 사이의 4녀1남 가운데 장녀로 태어났다. 현재 테나가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는 학생. 아버지의 석방을 위해 뛰는 어머니의 뒤를 돕다가 지금은 본격적으로 정치판에 뛰어든 그는 말레이시아 젊은이들 사이에 민주주의의 상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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