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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이 여름, ‘엿보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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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7-2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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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의 은밀한 유혹을 실제상황으로 보는 리얼TV 프로그램, 프랑스를 강타

사진/ <로프트 스토리> 1편과 2편의 출연자들. <로프트 스토리>는 프랑스에서 리얼TV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GAMMA)
“올 여름 가장 매력적인 남자는 과연 누구일까? 여기 16명의 남자들이 있다. 그 가운데서 누가 탈락할까… 카리브에서의 유혹작전! ”

요즘 프랑스 제2민영방송사 는 <카리브에서의 유혹작전> 광고를 쉴새없이 내보낸다. 지난 7월18일 제2회를 내보낸 이 방송은, 정해진 설정 속에서 실제상황을 연출함으로써 픽션 속의 논픽션으로 얘기를 만들어가는 ‘리얼TV’ 장르에 속한다. 60분짜리 에피소드가 총 10회에 걸쳐 나가는데, 이 에피소드는 한달 동안 카리브해에 떠 있는 유람선을 무대로 생활하는 남녀들의 실제 이야기로 구성된다.

그들은 ‘지조’를 지킬 수 있을까


사진/ <로프트 스토리2>는 전편보다 선정성이 더 강화됐다. "방송사가 포주짓을 한다"는 욕을 먹을 정도다. (GAMMA)
미모와 학력을 기준으로 선발한 4명의 독신여성(23∼26살)과 16명의 독신남성(21∼35살)이 출연한다. 방송사에서 정한 상황 설정에 따라 남성들이 한껏 여성들을 유혹한다. 마지막까지 남는 남성이 최고의 매력남성으로 뽑히며 승자는 2만유로의 상금을 받는다. 4명의 여성은 매번 에피소드에서 한두명씩의 남성들을 탈락시키는, 남성들의 유혹대상이자 남성을 판정하는 심사위원이다. 결국 취향이 다르고 개성이 강한 4명의 여성에게 골고루 어필하는 남성이 최후의 승자가 되는 셈이다.

남성 참가자 16명은 카리브해 출발 직전 100명의 참가자들 가운데 치열한 경합을 거쳐 선발되었다. 4명의 미녀가 유혹남을 선발해가는 과정은 퍽 잔인하여, 외모와 매너뿐 아니라 화술, 성격, 상황 대처 순발력, 유머와 위트 등을 모두 갖춘 전천후 사나이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 방송은 첫회 시청률이 23.1%대였다. 의 평소 시청률인 15%를 훨씬 웃돈다. 에서 <유혹작전>을 펼치는 동안, 프랑스 제일의 민영방송인 이 내보내는 프로그램 가운데도 비슷한 게 있다. <유혹의 섬>이라는 제목의 리얼TV가 그것이다. 지난 7월6일부터 토요일마다 전파를 타는 이 방송은 첫회 시청률이 그 시간대 시청자의 46.1%에 이르렀다. 의 시청률을 훨씬 웃돌았다. 강한 성적인 긴장감이 높은 시청률의 비결이라는 평도 있다.

여기선 독신들이 출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이미 커플을 형성한 이들이 참가한다. 동반자를 다른 이성과 떠나보내는 위험한 유혹의 형식이다. 그래서 <유혹의 섬>은 <유혹작전>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이 많다. 방송사는 어린이들의 시청을 만류하고 있으며, 아예 콘돔회사가 스폰서로 나섰다.

사진/ 의 선정적인 방송에 분노한 시위대에 의해 만신창이가 된 방송사 건물. 프랑스에서는 리얼 TV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GAMMA)
<유혹의 섬>은 커플들을 남녀로 나눠 각각 또 다른 이성의 독신들과 생활하며 겪는 유혹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모두 8편으로 구성되고, 애인에 대한 지조를 최악(?)의 유혹에까지 지키는지, 또는 버려지는지를 매번 에피소드에 담는다. “사랑하는 마음은 모든 유혹을 견딜 수 있을까? 유혹의 섬이라는 천국에서 네쌍의 커플이 그들의 사랑 신뢰도를 시험한다. 그들의 파트너와 헤어져 독신들의 유혹 속에 살아야 한다. 누가 끝까지 이 유혹에 버틸 것이며 누가 굴복할 것인가. 그리고 당신이라면 저항할 자신이 있는가.” <유혹의 섬> 선전문구다. 모든 종류의 유혹이 전시되는 방송인 셈이다. 이 방송을 시청하는 사람들은 커플이건 독신이건 상관없이 유혹이 만들어낼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상상하고, 그 상상을 퍼즐놀이하듯이 TV 장면에 맞춰본다.

반르펜 시위에 나선 로프트 스토리 세대

“매주 <유혹의 섬> 퀴즈를 맞추세요. 일년치 콘돔을 선물합니다.” 이 방송의 스폰서인 콘돔회사의 메아리와 함께 유혹은 곧장 섹스로 달음질한다. “음… 오늘은 A가 B의 키스에 응할까? 그래서 그건 섹스로 이어질까? 혹시 A는 C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까? 나 같으면….” 이런 의문을 품고 시청자들은 찌는 듯 더운 토요일 오후에 모든 일을 팽개치고 에 채널을 맞춘다.

리얼TV 현상이 프랑스를 달군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봄 가 내보낸 <로프트 스토리>는 리얼TV 장르의 시조인 네덜란드의 <빅브라더>를 프랑스식으로 개조하여 만든 프로다. 당시 700만명 이상의 시청자, 프랑스 방송사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주로 35살 이하의 젊은 시청자층, 특히 청소년들의 각별한 관심을 끈 프로그램이다. 당시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날마다 <로프트 스토리> 얘기로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혹자는 오늘 프랑스의 젊은 세대들을 ‘로프트 스토리 세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로프트 스토리 세대는 지난 4월21일 대통령 선거 1차전에서 대거로 투표하지 않은, 정치에 무관심한 세대이며, 그 덕에 ‘르펜 돌풍’을 초래한 세대다. 또한 이에 대한 반성으로 지난 5월1일 노동절에 벌인 반르펜 시위에 거리로 나선 세대이기도 하다.

“TV 문화의 저질화 기수”, “TV 쓰레기통” 등의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 <로프트 스토리>는 방영 내내 사회 각계각층에서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빅브라더> 이후 리얼TV 열풍은 세계 각국에 불어닥쳤지만, 리얼TV에 대한 논란이 다른 곳보다 훨씬 두드러진 나라가 프랑스였다.

프랑스 유수의 언론들이 로프트 스토리 현상을 통해 바라본 프랑스 언론·사회·문화 등을 얘기했고, 그 여파로 소설을 비롯한 여러 장르의 관련 책들이 출간되기도 했다. 이런 논란 속에 로프트 스토리는 나날이 유명해졌다. 그 유명세는 의 주가를 상승시켰고, 올 봄에는 <로프트 스토리 2>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로프트 스토리 1>과 <로프트 스토리 2> 사이의 공백 기간 중에 과 앞다퉈 여러 종류의 리얼TV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올해만도 두 방송사에서 방영한 리얼TV 프로는 지난 봄에 3편, 여름과 가을에 4편이 나갈 예정이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두 민영방송사들이 리얼TV 전쟁을 벌이는 중에, 공영방송과 또 다른 민영방송사인 <카날플러스>(Canal+)는 픽션TV보다 리얼TV는 시청자의 관심을 더 끌 수 있는 무기임을 인정하지만, 저속함 때문에 아직까지 거부하고 있다.

는 포주짓을 하고 있다”

리얼TV의 원조인 <빅브라더>의 후속 프로가 네덜란드에서 나날이 폭력성을 키우며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중에 <빅브라더>를 본떠 다른 국가에서 상영되는 리얼TV가 늘 성공을 기약하지만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영국인데, 리얼TV 형식인 <서바이버>(Survivor)는 1천만파운드라는 거금을 들이고 대규모 제작팀이 참가했지만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이제 탄생 1년을 조금 넘긴 프랑스의 리얼TV는 후보탈락 과정의 잔혹성과, 섹스 등 선정적 장면의 농도가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 <로프트 스토리 2>의 참가자들은 <로프트 스토리 1>의 참가자들보다 과감하고 능숙하게 리얼TV의 픽션과 논픽션을 소화해낸다. 리얼게임이 계속될수록 ‘리얼리티’가 참가자들의 능숙한 연기력으로 대체되는 감도 없지 않다.

<로프트 스토리 2>가 방영되기 시작했을 때 당시 가족부 장관인 셀로겐루아얄은 가 ‘포주짓’을 한다고 비난했다. “돈을 벌기 위해 젊은이들을 카메라 앞에 불러놓는 그 순간부터 는 일종의 포주짓을 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그런가 하면 “왜 젊은이들의 현실적 기호와 관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비난만 하려 드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1년의 여정 동안 리얼TV에서 배출된 새로운 스타들이 프랑스 TV를 장식하고 있다. 리얼TV가 배출한 인물들이 유명해지는 만큼 미래 리얼TV는 성공을 기약한다. 이렇듯 TV 문화에 대한 우려와 비판 속에서 시작된 리얼TV 현상은 이제 프랑스 방송에서 주요 자리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젊은이들의 스타를 향한 꿈과 방송사들의 극단적 상업화가 맞물려서 돈과 섹스가 있는 리얼TV는 한여름 프랑스 시청자들의 갈증을 자극한다.

파리=이선주 통신원 oseyo@libertysurf.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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