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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교육이 세계를 자유케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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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7-1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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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 현장에서 민중들의 의식을 일깨우는 열린 공동체 교육의 과거와 현재

사진/ 공동체를 일군 사람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파울루 프레이리, 만수르, 마일스 홀튼, 구티에레스.
“오늘의 세계화는 가난한 삶을 만들고 있다. 이들에 대한 관심과 구체적 행동이 없는 교회는 예수가 없는 회당이며, 이들과 연대하지 않는 사회운동은 부패한 정부처럼 썩어갈 것이다.” 해방신학의 창시자이며 체 게바라의 오랜 벗인 구스타보 구티에레스를 처음 만났을 때 그가 한 말이다.

1980년대 초반 마르크스와 레닌의 원전과 함께 ‘빨간책’ 명단에 낀 구티에레스의 <해방신학>을 읽으면서 받은 첫 충격과 감동은 80년대 중반 ‘과학적 사회주의자’들에겐 비체계적인 감상적 유물처럼 여겨졌다. 감상적 유물에는 ‘의식화’라는 말을 화두처럼 주었던 파울루 프레이리가 있었고, 노동운동과 농촌·빈민운동에 조직화란 말을 뿌리내리게 한 솔 알린스키도 있었다.

반세계화운동을 키운 남미의 민중교육


소련과 동구유럽의 사회체계가 무너지면서 여성·환경 등 시민운동이 자리잡았고, 90년대 중반이후 옛 사회운동 진영의 또 다른 탈출구로서 반세계화운동이 자리잡는다. 그러나 지금 세계는 70∼80년대에 감성적이고 낡은 것으로 폐기 처분해버린 ‘바닥운동’이 진정한 사회변화를 일으키는 뿌리가 되었다. 이들의 뿌리는 제도권 교육이 아닌 끊임없이 현장에서 부딪치고 단련되어가는 ‘열린 공동체 교육’ 방법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런 교육은 남미의 반세계화운동으로 열매를 맺기도 하고 환경·여성운동의 주요 테마를 연구소와 생활현장에서 실험하기도 한다. 니카라과의 산디니스타 민중교육, 볼리비아의 교회 중심의 교육, 엘살바도르 게릴라의 민중교육운동, 칠레와 브라질에서 일어난 민중교육 바람은 오늘의 반세계화운동에 큰 영향을 끼쳤다. 사실 우리에게 파울루 프레이리 하면 즉시 70년대 <페다고지>가 떠오른다. 그러나 프레이리 연구소(www.paulofreire.org)를 방문하면 우리의 낡은 생각이 그들을 과거에 묶어두었음을 알 수 있다. 프레이리의 후기 저작인 <에코 페다고지>는 환경문제를 중심으로 세계 사회교육가들을 훈련시키고 있다. 브라질에서 노동당이 세를 키우거나 세계사회포럼을 열 수 있는 힘은 이런 바닥공동체 교육 덕이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지만, 1932년 하이랜더 센터(www.hrec.org)를 세운 마일스 홀튼은 제도권 밖에서 사회변화를 위한 대중교육운동의 시금석 같은 존재다. 하이랜더 센터를 통해 시민운동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흑인들의 시민권찾기가 시작되었고, 마틴 루터 킹을 비롯해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였다. 하이랜더는 30∼40년대에 수많은 노동운동가를 길렀으며, 50∼60년대에 걸쳐 시민학교를 세워서 시민운동을 개척했다. 70∼80년대에는 환경과 경제정의에 대한 교육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최근에는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여 가난한 이들과 젊은이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있다. 브라질에 파울루 프레이리, 미국에 마일스 홀튼이 있다면 캐나다에는 안티고니시 운동의 코디(www.stfx.ca/institutes/coady)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의 성과를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위한 민중교육운동을 뿌리내리려는 국제사회교육협의회(www.web.net/icae)가 세계사회교육의 네트워크 역할을 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지역공동체 교육 활발

아시아에서도 다양한 지역사회공동체 교육을 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만수루 박사는 일찌감치 파울루 프레이리 연구소를 거쳐 솔 알린스키의 산업문제연구소, 하이랜더까지 두루 경험을 전수받고 왔다. 그리고 세계화에 맞서는 아시아적 네트워크 공동체를 생각하면서 족자카르타 외곽에 대중교육센터(INSIST)를 운영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 있는 동남아시아 대중연구센터의 조한 탄은 모든 워크숍을 팬터마임식으로 발표하는 등 문화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필리핀의 페페(PEPE)에서는 자치단체 직원들과 주민들이 공동으로 지역사회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파울루 프레이리 연구소와 함께 사회교육가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마리아 글로리아 콘 교수는 “공동체 교육운동은 열린 의사소통을 통해 정치적 문제가 드러나며 실천으로 연결되는 모델”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닐라=나효우 통신원 nahyowo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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