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월드컵 - 미국
월드컵 통해 축구의 의미를 깨달은 미국… 한국인들이 만든 ‘붉은 바다’에 놀라움 표시
붉은 바다.
이 말은 미국 언론들이 월드컵 기간 동안 한국의 응원 열기를 단적으로 묘사한 말이다. < AP통신 >은 한국의 8강 진출 뒤 장외 응원장을 ‘붉은 바다’로 불러왔다. 미국축구의 본고장인 보스턴의 <글로브>는 “붉은악마는 언제나 결승주자로 인기를 모아왔다”며 “무려 1300만의 장외 응원단이 붉은 바다를 이루었는데 이 수는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었다”고 보도했다. 또 많은 언론들은 한국인의 질서 정연한 응원문화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축구대표팀, 드디어 스타 대열에
미국 내 최대 라틴계 TV방송인 <우니비시온>은 한국-스페인전을 생중계하면서 한국팀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꼬레아!”를 무려 12번이나 연호했다. 이 방송은 한국-독일전이 끝난 뒤 아침 정규 뉴스시간에 모든 앵커들이 붉은 티셔츠를 입고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이뿐 아니라 중계 때마다 한국의 전통문화와 발전상을 소개했다. 특히 <우니비시온>은 미국 내에서 < ABC >와 스포츠전문 < ESPN > 등과 함께 월드컵을 중계했는데 시청률이 3사 중 가장 높아 다른 미디어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축구인구가 많은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최대 일간지인 < LA타임스 >를 비롯해 < ABC > < CBS > < NBC > < CNN > < FOX > 등의 방송사들이 한국이 16강을 넘어서자 경기마다 코리아타운 거리 응원을 취재하는 데 열을 올렸다. 특히 한국-독일전 때는 대형 TV 중계차들이 줄지어 출동했으며 신문·방송 기자들이 수십명씩 취재에 나섰다. 이 같은 현상은 코리아타운이 생긴 이래 처음이었다.
이 같은 열기는 미국민에게 축구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8강에 올랐던 미국 축구대표팀은 귀국하자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미국팀의 도너번을 포함한 스타 선수들은 전국 TV 네트워크로부터 특집 인터뷰 대상이 되고 있다. 도너번은 < CBS >의 인기 토크쇼인 <데이비드 레터맨과 함께>에 출연해 뉴욕 브로드웨이로 볼을 차는 장면을 녹화했다.
미국은 현재 청소년들 사이에서 축구가 스포츠 종목 중 두 번째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미 프로축구협회는 앞으로 10년 이내에 월드컵 챔피언 자리를 노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뉴욕타임스>의 인기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사파이어는 “다음 2006년 독일 월드컵에 참가하는 미국팀은 챔피언이 되어야 한다”며 조기 승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편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짐 호글랜드는 “미국이 월드컵에서 배울 점”이라는 제하의 글에서 “월드컵의 상징성은 수비를 잘하는 것인데, 미국인들이 뉴욕 테러 이후 느끼고 있는 수비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고 지적하면서, “미국팀이 이번 대회에서 수비를 잘해 멕시코를 꺾었다”고 말했다. 월드컵이 상징하는 또 다른 점으로 “우수한 스포츠팀이 그 국가의 문화, 언어 그리고 생활양식의 역동성을 반영하고 민족주의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킨다”며 이 모든 것을 미국이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민족의 정체성 확인
이번 월드컵 열풍은 미주 한인이민 100년 역사에서도 굵은 획을 그을 정도의 큰 영향을 끼쳤다. LA코리아타운에서 ‘젊음의 거리’로 불리는 6가 거리는 ‘붉은 바다’의 현장으로 한국과의 일체감을 표출하는 미국 속의 “대∼한민국!”이었다. 한국-독일전에는 코리아타운에 무려 1만여명의 인파가 몰려 10년 전 폭동 때 열렸던 평화대행진 이래 최대 인원을 기록했다. 무료음식점, 무료선물배부 등 한국에서와 같은 현상이 그대로 옮겨졌다. 16강 이후 한인 신문들은 매일 호외를 발행했고, 1면에는 붉은 바다 사진으로 채웠다.
미국 동포사회는 새삼 한민족의 정체성을 재확인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2, 3세들에게는 ‘코리안의 뿌리’라는 자긍심을 일깨웠으며 “한국어를 배우자”는 인식도 깊숙이 파고드는 계기가 되었다. 미 주류사회에서 소외돼온 1세 이민들도 미국사회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LA=김지현/ 자유기고가 lia21c@hotmail.com

사진/ 한국-독일전에서 응원하고 있는 LA 교민들. 태극기와 성조기를 같이 흔드는 것도 이색적인 풍경이다. (연합뉴스)
축구대표팀, 드디어 스타 대열에

사진/ 1대 1로 비긴 한-미전. 이번 대회 8강에 오른 미국 대표팀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SYGM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