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월드컵 - 중동
월드컵 열기는 중동에도 한류 열풍을 몰고왔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중동 체류 한인들의 응원 열기가 가득히 넘쳐났고, 한인들은 스타가 된 기분을 만끽했다. 경기가 끝나기 무섭게 휴대폰이 울려댔다. “마부루크!”(축하합니다) 알고 지내던 현지인들의 축하 전화가 이어졌다. 아랍인들은 의미가 뭔지도 모르면서도 응원구호를 따라했고 한국인을 향해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현지 언론은 물론 중계방송 아나운서까지 나서서 한국팀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주었다.
아랍에미리트를 비롯한 걸프 산유국에서는 경기관전이 쉽지 않았다. 등 유료채널 시청을 위해 특별 수신료를 지불하거나 중계방송을 제공하는 장소를 찾아다녀야 했다. 중동 현지에서 월드컵 특수를 톡톡히 누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역시 최고의 흥행은 위성수신기 설치업소들이었다. 예멘의 위성수신기 설치업소는 해적판 월드컵 중계방송 채널을 연결해주면서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 사나에서 위성수신기 설치업소를 운영하는 모함메드 알카이피는 “하루에 평균 10곳 정도 일이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중계방송을 해킹한 중부 아프리카의 방송을 다시 위성수신기기 조작을 통해 받아서 보는 식이다.
한국팀의 선전은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이라크·시리아에도 한국 열풍을 몰고왔다. 사담 후세인의 아들 우다이가 운영하는 <세밥TV>는 월드컵 경기를 생방송으로 중계했다. 미수교국 시리아 다마스쿠스 거리에서는 때아닌 태극기가 목격되기도 했다. 메리디언 호텔 주변의 고급 카페 골목과 구시가지의 하미디예 시장 곳곳에서 목격된 태극기는 한국 쪽에서 나눠준 것이 아니었다. 외교장벽을 넘어 한국축구가 바람을 몰고온 것이다. 시리아의 대학생들이 월드컵 시즌을 이유로 기말시험 연기를 요구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대다수의 현지인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니지가 본선 진출에 실패하자 한국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4강전에서 독일에 패하자 “너무 유감이다. 한국팀은 아시아 대표팀 아닌가?”라며 아쉬움을 달랬다. 이제 코리아를 모르는 아랍인들은 없다. 지금 월드컵 열기는 식어가지만 한류 열풍을 활용하기 위한 한국 업체들의 발걸음은 더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암만=김동문 통신원 yahiya@hanmail.net

사진/ 월드컵 기간 중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한국 상품전 전시장 풍경. (김동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