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월드컵 - 독일
결승에 오르자 뒤늦게 뜨거워진 독일 국민… 한국팀 칭찬하다 음모론 제기하며 등 돌리기도
9월 총선을 앞둔 각종 여론조사에서 독일의 사민·녹색 집권연합은 올 초부터 줄곧 야당에 큰 폭으로 뒤지고 있었다. 경기도 회복세를 보일 듯 말 듯 하면서 소비심리를 한껏 위축시켰고, 잠시 주춤거리던 실업률도 다시 솟구쳤다. 급기야 일부 언론들은 9월 한판 승부를 앞둔 슈뢰더 총리 진영의 선거전략 부재를 꼬집으며 “혹시 선거를 잊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요 며칠 사이에 독일 슈뢰더 총리의 얼굴은 ‘먹구름이 물러난 활짝 맑음’이다. 독일 축구팀이 월드컵 결승까지 오르는 예상 밖의 성적을 거두면서 때마침 사민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베를린 사민당 대표는 아예 한국 붉은악마 티셔츠를 입고서 월드컵 열기를 선거 때까지 끌고 갈 의지를 내비쳤다.
‘아스피린 사건’에서도 차범근 편 들어
월드컵을 앞두고 전차군단 독일 축구팀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기는 매한가지였다. 65%가 넘는 독일 국민이 독일팀은 8강 전에도 진출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는 여론조사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 결과는 왜 독일에서 좀처럼 뜨거운 월드컵 열풍이 불지 않았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결승 진출을 믿는 응답자는 불과 3%에 지나지 않았다. 독일팀이 미국팀을 힘겹게 따돌리고 4강 진출을 확정한 뒤 루디 러 대표팀 감독은 인터뷰를 위해 방송 화면 앞에 섰다. 월드컵 기간 동안 몸무게마저 몇kg 줄었다는 초췌한 모습의 그가 신경질적으로 던진 첫마디는 “여러분들이 또 뭐라고 비판할지 알고 있습니다”였다. 대진운이 16강 진출의 주역이라는 냉소를 보여온 독일의 여론이 또 비난을 퍼부을 것을 의식한 반응이었다. 여기에 독일 축구팬들에게 여전히 잊히지 않는 ‘신화적 인물’로 남아 있는 차범근씨와 주고받은 일명 ‘아스피린 사건’도 러 감독의 신경을 자극했음을 물론이다. 그의 아스피린 발언에 독일 방송과 언론들은 오히려 차범근씨의 편을 들면서, 마치 “특수 배터리와 말과 같은 허파”를 소유한 듯한 한국선수들의 분전과 붉은악마의 열기를 질투어린 어조로 칭찬하기에 바빴다. 독일팀에 대한 냉담한 분위기는 16강전과 8강전에서 승리했음에도 소수 축구팬들만이 거리로 뛰쳐나와 환호했던 것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베를린에만도 약 30만여명이 거주하는 독일 최대 외국인인 터키인들은 일본전과 세네갈전 이후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베를린 중심거리는 새빨간 터키 국기로 넘실거렸고, 독일 방송들은 이를 “이스탄불인지 베를린인지 착각할 정도”라고까지 보도했다. 그러나 한국과 스페인 간의 경기가 한국팀의 승리로 끝나면서 한국과 독일 간의 4강전이 확정되자 ‘붐근 차’(차범근)와 함께 독일인들의 머리 속에 기억된 ‘대∼한민국’이라는 단어는 급속히 반감의 대상으로 변해갔다. 그전까지 이탈리아 축구팀 감독과 페루자 구단주의 태도를 비꼬던 방송들도 한국과 스페인전 이후에는 한국팀의 12번째 선수는 붉은악마가 아니라 심판이라면서 음모론까지 공식적으로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전후 최초로 독일 국기 판매 호황 독일 전직 국가대표 감독 중 한명은 스위스 출신 심판이 한국-독일전의 주심으로 결정되자 “마침내 축구가 뭔지 이해하는 유럽인이 심판진을 구성하게 되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상황을 우려한 듯, 독일 비판 언론들은 증거 없는 음모론과 감정적인 방송보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결국 독일팀이 한국팀을 꺾고 결승전에 진출하자 음모론은 자연스레 꼬리를 감추고 독일도 마침내 후끈 달아올랐다. 전후 최초로 독일 국기가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고, 일부 방송에서는 독일 국기가 완전 매진되었다고 그 열기를 부추겼다. 이에 비판 언론들은 완전 매진이 사실 무근이라면서 “손에 손에 독일 국기를 든” 거리의 대규모 응원 열기는 나치 역사를 짊어지고 있는 독일인들에게 아직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월드컵 직전 예선에서 탈락한 이웃나라를 골려대기 위해 <네덜란드 없이 우리는 월드컵으로 간다>라는 노래를 부르고, ‘너희는 월드컵에 못 나가지’(www.ihr-seid-nicht-dabei.de)라는 인기 웹사이트를 클릭하던 독일 축구팬들의 장난기는 이제 어제의 일이 돼버렸는지도 모른다. 베를린=글·사진 강정수 통신원

사진/ 애초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던 독일팀이 결승에 진출하자 독일 국민들은 뒤늦게 열광했다. (AP연합)
월드컵을 앞두고 전차군단 독일 축구팀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기는 매한가지였다. 65%가 넘는 독일 국민이 독일팀은 8강 전에도 진출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는 여론조사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 결과는 왜 독일에서 좀처럼 뜨거운 월드컵 열풍이 불지 않았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결승 진출을 믿는 응답자는 불과 3%에 지나지 않았다. 독일팀이 미국팀을 힘겹게 따돌리고 4강 진출을 확정한 뒤 루디 러 대표팀 감독은 인터뷰를 위해 방송 화면 앞에 섰다. 월드컵 기간 동안 몸무게마저 몇kg 줄었다는 초췌한 모습의 그가 신경질적으로 던진 첫마디는 “여러분들이 또 뭐라고 비판할지 알고 있습니다”였다. 대진운이 16강 진출의 주역이라는 냉소를 보여온 독일의 여론이 또 비난을 퍼부을 것을 의식한 반응이었다. 여기에 독일 축구팬들에게 여전히 잊히지 않는 ‘신화적 인물’로 남아 있는 차범근씨와 주고받은 일명 ‘아스피린 사건’도 러 감독의 신경을 자극했음을 물론이다. 그의 아스피린 발언에 독일 방송과 언론들은 오히려 차범근씨의 편을 들면서, 마치 “특수 배터리와 말과 같은 허파”를 소유한 듯한 한국선수들의 분전과 붉은악마의 열기를 질투어린 어조로 칭찬하기에 바빴다. 독일팀에 대한 냉담한 분위기는 16강전과 8강전에서 승리했음에도 소수 축구팬들만이 거리로 뛰쳐나와 환호했던 것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베를린에만도 약 30만여명이 거주하는 독일 최대 외국인인 터키인들은 일본전과 세네갈전 이후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베를린 중심거리는 새빨간 터키 국기로 넘실거렸고, 독일 방송들은 이를 “이스탄불인지 베를린인지 착각할 정도”라고까지 보도했다. 그러나 한국과 스페인 간의 경기가 한국팀의 승리로 끝나면서 한국과 독일 간의 4강전이 확정되자 ‘붐근 차’(차범근)와 함께 독일인들의 머리 속에 기억된 ‘대∼한민국’이라는 단어는 급속히 반감의 대상으로 변해갔다. 그전까지 이탈리아 축구팀 감독과 페루자 구단주의 태도를 비꼬던 방송들도 한국과 스페인전 이후에는 한국팀의 12번째 선수는 붉은악마가 아니라 심판이라면서 음모론까지 공식적으로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전후 최초로 독일 국기 판매 호황 독일 전직 국가대표 감독 중 한명은 스위스 출신 심판이 한국-독일전의 주심으로 결정되자 “마침내 축구가 뭔지 이해하는 유럽인이 심판진을 구성하게 되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상황을 우려한 듯, 독일 비판 언론들은 증거 없는 음모론과 감정적인 방송보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결국 독일팀이 한국팀을 꺾고 결승전에 진출하자 음모론은 자연스레 꼬리를 감추고 독일도 마침내 후끈 달아올랐다. 전후 최초로 독일 국기가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고, 일부 방송에서는 독일 국기가 완전 매진되었다고 그 열기를 부추겼다. 이에 비판 언론들은 완전 매진이 사실 무근이라면서 “손에 손에 독일 국기를 든” 거리의 대규모 응원 열기는 나치 역사를 짊어지고 있는 독일인들에게 아직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월드컵 직전 예선에서 탈락한 이웃나라를 골려대기 위해 <네덜란드 없이 우리는 월드컵으로 간다>라는 노래를 부르고, ‘너희는 월드컵에 못 나가지’(www.ihr-seid-nicht-dabei.de)라는 인기 웹사이트를 클릭하던 독일 축구팬들의 장난기는 이제 어제의 일이 돼버렸는지도 모른다. 베를린=글·사진 강정수 통신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