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월드컵 - 러시아
국민의 분노를 피해 초라하게 귀국한 러시아 대표팀… 차기 감독자리 놓고 설왕설래
16강 진출에 실패한 러시아 축구 대표팀이 지난 10월16일 귀국했다. 러시아가 일본에 지던 날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 한복판 마네시 광장에서는 고급 레스토랑 ‘프라하’ 옥외에 설치된 대형 화면 주변에 운집한 관중들이 흥분하여 사상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이를 의식한 경찰당국은 축구 대표팀의 무사고 귀국에 만전을 기했다.
일반적으로 해외 출장간 팀이 귀국하는 세르미치보 국제공항 대신, 주로 전세기들이 드나드는 브누크보 공항으로 도착지를 급하게 변경한 것도 혹시 사고가 일어날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그 외에도 공항 주변에 평소보다 많은 경찰병력을 배치하고 출입자의 소지품을 일일이 확인하는 등 보안대책도 강화됐다. 이 같은 보안조치에도 불안을 느낀 경찰당국은 대표단이 도착 예정시간보다 훨씬 늦게 도착하도록 비행기를 바꿨다. 이 덕택에 실망을 안겨준 대표팀에게 달걀과 토마토 세례를 퍼붓기 위해 공항 주변에 몰려든 극성팬들의 수는 자정을 지나자 급격히 줄어서 대표팀은 별탈 없이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튀니지에 이긴 게 신기하다”
공항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는 이미 사퇴를 선언한 올레크 로만체프 감독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다만 주장 빅토로 오놉코, 주공격수 블라디미르 베스차스트니흐와 수비스 발레리 카르핀 등 3명이 기자회견에 임했다. 이번 참패에 대해 선수들의 실망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 같은 선수들의 심리는 당일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의 질문공세를 받은 베스차스트니흐의 말에 잘 반영돼 있다. “러시아가 만난 팀들이 모두 잘 준비된 팀들이다. 운이 좋았기에 망정이지 튀니지에도 사실상 이길 수 있는 경기는 아니었다.” 그는 자아비판의 말을 서슴지 않았다. 러시아는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축구에서도 그다지 약한 팀으로 평가받지 않았다. 러시아의 참패에 대해 현지 스포츠 전문가들은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6월18일치 주간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의 해석이 주목된다. 이 주간지는 러시아 대표단의 참패에 대해 서너 가지 항간에 떠도는 해석을 싣고 그장 가장 설득력 있는 해석은 “월드컵이 열렸던 일본의 기후에 러시아 대표팀이 적응을 못했고 심판의 불공정한 판정 등도 주원인이다”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기술적인 면을 볼 때 리그전 동안 보여준 감독 로만체프의 용병술과 전술이 너무 낡았다는 점도 주요한 원인으로 꼽았다. 즉 기동축구와 정확한 축구, 영리한 축구라는 현대축구의 어느 한 요소도 갖추지 않은 채 엉성한 수비와 골문 쇄도만 고집하는 80년대 축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창피’의 주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미 감독의 사퇴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7월 초순으로 예정된 러시아축구협회 총회가 다가옴에 따라 대표팀의 차기 지도자 자리를 놓고 새삼 한국과 같은 외국 지도자 수혈설이 바짝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축구가 급성장한 원인을 외국감독의 지도력으로 보고 있는 이들은 러시아도 고액을 주고서라도 지금부터 유능한 지도자를 초빙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국내파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잘 나가는 모스크바의 프로축구팀 스파르타크 감독이었던 로만체프는 자신의 선수들로만 팀을 꾸려 패배를 자초했다고 비판한다. 더 폭넓은 공개경쟁을 치른다면 외국의 유명감독에 뒤지지 않는 지도자를 발굴할 수 있다는 것이 국내파의 주장이다. 축구 카페를 뒤덮은 한국 신드롬 한편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한국 신드롬’이었다. 자국의 경기가 끝나고 난 이후 한국-이탈리아전, 한국-스페인전 등 주요 경기가 계속 생중계되면서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주요 대도시의 시내에 있는 대형 멀티비전이나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축구카페에서는 예약이 밀려들었다. 팬들은 멋진 장면이 연출될 때마다 “까레야(한국)!”를 연발하며 급성장한 한국을 응원했다. 한국-독일전이 독일의 승리로 끝난 6월26일에도 현지 언론들은 한국을 ‘용’이라고 표현하는 등 결승 진출을 하지 못한 한국을 치겨세웠다. 한국이 패배했음에도 전국 대도시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관람객의 흥미를 북돋운 팀’의 순위에 한국이 독일에 앞섰다. 4강신화를 이룩한 한국이 동토의 팬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박현봉 통신원 parkhb_spb@yahoo.com

사진/ 러시아가 일본에 패하자 모스크바 광장에서 폭동을 일으킨 시민들. 러시아 대표팀은 이중 삼중의 보안조치 아래 초라하게 귀국해야 했다. (AP연합)
공항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는 이미 사퇴를 선언한 올레크 로만체프 감독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다만 주장 빅토로 오놉코, 주공격수 블라디미르 베스차스트니흐와 수비스 발레리 카르핀 등 3명이 기자회견에 임했다. 이번 참패에 대해 선수들의 실망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 같은 선수들의 심리는 당일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의 질문공세를 받은 베스차스트니흐의 말에 잘 반영돼 있다. “러시아가 만난 팀들이 모두 잘 준비된 팀들이다. 운이 좋았기에 망정이지 튀니지에도 사실상 이길 수 있는 경기는 아니었다.” 그는 자아비판의 말을 서슴지 않았다. 러시아는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축구에서도 그다지 약한 팀으로 평가받지 않았다. 러시아의 참패에 대해 현지 스포츠 전문가들은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6월18일치 주간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의 해석이 주목된다. 이 주간지는 러시아 대표단의 참패에 대해 서너 가지 항간에 떠도는 해석을 싣고 그장 가장 설득력 있는 해석은 “월드컵이 열렸던 일본의 기후에 러시아 대표팀이 적응을 못했고 심판의 불공정한 판정 등도 주원인이다”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기술적인 면을 볼 때 리그전 동안 보여준 감독 로만체프의 용병술과 전술이 너무 낡았다는 점도 주요한 원인으로 꼽았다. 즉 기동축구와 정확한 축구, 영리한 축구라는 현대축구의 어느 한 요소도 갖추지 않은 채 엉성한 수비와 골문 쇄도만 고집하는 80년대 축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창피’의 주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미 감독의 사퇴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7월 초순으로 예정된 러시아축구협회 총회가 다가옴에 따라 대표팀의 차기 지도자 자리를 놓고 새삼 한국과 같은 외국 지도자 수혈설이 바짝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축구가 급성장한 원인을 외국감독의 지도력으로 보고 있는 이들은 러시아도 고액을 주고서라도 지금부터 유능한 지도자를 초빙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국내파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잘 나가는 모스크바의 프로축구팀 스파르타크 감독이었던 로만체프는 자신의 선수들로만 팀을 꾸려 패배를 자초했다고 비판한다. 더 폭넓은 공개경쟁을 치른다면 외국의 유명감독에 뒤지지 않는 지도자를 발굴할 수 있다는 것이 국내파의 주장이다. 축구 카페를 뒤덮은 한국 신드롬 한편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한국 신드롬’이었다. 자국의 경기가 끝나고 난 이후 한국-이탈리아전, 한국-스페인전 등 주요 경기가 계속 생중계되면서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주요 대도시의 시내에 있는 대형 멀티비전이나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축구카페에서는 예약이 밀려들었다. 팬들은 멋진 장면이 연출될 때마다 “까레야(한국)!”를 연발하며 급성장한 한국을 응원했다. 한국-독일전이 독일의 승리로 끝난 6월26일에도 현지 언론들은 한국을 ‘용’이라고 표현하는 등 결승 진출을 하지 못한 한국을 치겨세웠다. 한국이 패배했음에도 전국 대도시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관람객의 흥미를 북돋운 팀’의 순위에 한국이 독일에 앞섰다. 4강신화를 이룩한 한국이 동토의 팬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박현봉 통신원 parkhb_spb@yaho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