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경악하게 한 청소년들의 성폭행과 살인… 상업화된 미디어에 비판 쏟아져
지난 5월23일 프랑스의 중부도시 리옹의 법원검사실에는 8명의 중학생들이 출두했다. 나이가 14, 15살인 그들은 지난 5월11일에 일어난 15살 여학생의 강간사건에 연루되어 있다. 그 중 세명은 이미 주범으로 분류되어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같은 학교의 여학생 한명을 여덟명의 남학생이 집단 강간한 이 경악스러운 사건은 주변 얘기 때문에 더욱 눈길을 끈다. 교내 서클에 소속된 여덟명의 남학생들이 해당 여학생을 알게 된 것은 지난해로 거슬러올라간다. 여덟명 중 한명과 학교생활에 충실하지 못한 이 여학생은 자연스럽게 교제상태로 들어갔다. 때론 친구들과, 때론 둘이서 만남을 가졌다.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터라 그들은 모두 서로 알고 있는 처지였다. 그러다 집단강간이 일어났으니, 범행상황은 그리 단순하지 않아 보인다. 검찰이 조사한 학교 주변의 반응을 살펴보면, 같은 학교 재학생 중 적지 않은 수가 피해자보다 가해자들 편을 들었고, 여학생들 중에도 “방어하지 못한 희생자의 잘못”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스크림>을 모방한 엽기적 살인
이와 유사한 청소년들의 집단강간 사건들이 가끔 프랑스 언론에 소개되곤 하는데, 그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가해자들의 태도에서 발견되는 특기사항 중 하나가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경악할 일은 이 남학생들의 무심함과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검사의 발언이다. 강간을 저지르고 검사 앞에 불려나온 학생들이 수치나 뉘우침의 기미를 보이지 않을뿐더러 피해자가 자초한 결과라고도 여기고 있었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반응에 대해 심리학 전문가들은 “범행자들의 섹스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호기심이 비정상적으로 표출된 것이다. 또한 범람하는 대중매체에 담긴 섹스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에 영향받은 행동이기도 하다”고 지적한다. “대개의 남학생들은 여학생의 엉덩이만 보고도 야유를 보내거나 비난하기도 해요. 자극적이라는 반응이지요. 게다가 늘 섹스 얘기만 해대니, 섹스 강박관념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실상 그들 중 대부분은 여자친구 한명 없고, 여자아이들 앞에서 당당하게 얘기하라고 하면 얼굴이나 붉히기 십상이지요.” 같은 학교의 한 여학생은 이렇게 비난한다. 그 또래 남학생의 실제 심리상태와 욕구를 잘 대변하는 말이다. 이런 심리상태에서 강간은 엄연한 범죄, 그것도 10년형을 받을 수 있는 심각한 범죄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기의 ‘행위’에 끌려드는 여학생은 당연히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믿으며, 남학생들은 죄책감을 쉽게 외면해버린다는 것이다. 이 사태의 원인을 두고 교육의 위기와 사회에 곳곳에 산재하는 폭력현상,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불안한 심리상태 등 직간접적인 수많은 요인들을 끄집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한 정신과 의사는 특히 매스미디어의 영향을 손꼽는다. 다시 말해 청소년들이 지나치게 미디어의 ‘섹스와 폭력 문화’에 노출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다음에 소개하는 사건은 이러한 지적의 단적인 예다. 6월3일 프랑스 서부 낭트의 교외에서 15살의 여학생이 칼로 난도질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 여학생이 숨지기 직전 도착한 구조대원에게 범인의 이름을 얘기했기 때문에 다행히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둘러싼 주변 정황은 경악을 금할 수 없게 한다. 올해 17살인 고등학생이 범행을 저지른 직접적인 동기는 미국의 공포영화 <스크림>이다. 범인은 미국의 부르주아 청소년들의 악마적 살인행위를 담은 이 영화의 광적인 팬이었으며, 범행을 저지르기 약 2주 전 <스크림>을 다시 한번 감상한 뒤 자신도 유사한 범행을 저지르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대상을 찾던 중 이웃이자 같은 학교에 다니는 이전부터 알고 있는 여학생을 주목했다. 그리고 범행 당일 여학생의 집 근처로 칼을 품고 가서 기다리다가 범행을 저질렀다. 검찰에 따르면 체포된 범인은 범행을 자백하면서 실제 상황과 영화 속의 상황을 다소 혼동했다고 한다. 폭력장면 볼수록 동정심 사라져
영화 <스크림>의 영향을 받아 저질러진 범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소품과 유사한 칼이나 가면을 이용해서 저질러진 사건이 프랑스에서만도 벌써 수차례에 걸쳐 일어났다. 범죄자들은 주로 10대 중·후반이나 20대 초반에 해당한다. 이들은 미국 공포영화에 대해 심리적으로 광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유사한 사건은 지난 3월에도 발생한 바 있다. 14살의 소녀 두명이 친구 한명을 처참하게 고문한 뒤 으슥한 장소에 두고 도망온 사건이다. 다행히 피해자가 구출되어 사건의 진상은 밝혀졌다. 우정과 음모가 엮어내는 끔찍한 시나리오의 영화 같지만 실제 상황이다.
이렇듯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대중매체가 실제 생활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 심리적·정신의학적 연구 결과들이 계속 소개되고 있다. 미국 심리학자 제프리 존슨은 최근 TV의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논문에서 “TV는 감성을 퇴화시키는 역할을 하므로, 폭력장면을 반복해서 시청하면 할수록 피해자에 대한 동정심이 옅어진다. TV는 현실 세상보다 훨씬 위험한 장면들을 끊임없이 내보낸다. 이 상황에서 그 영향을 받은 청소년들은 그들이 당면한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아주 과격한 방법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존슨은 본 것을 다시 재생하려는 경향은 어린이보다 특히 정서적으로 한창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두드러지는 심리현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렇듯 심리적 반응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날이 상업화로 치닫는 대중매체를 자제하는 힘을 가지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세계화의 물결 아래 대중매체의 통합이 활성화되는 상황에서 각 미디어 기업들의 생존경쟁은 상업화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섹스와 폭력이 상업 문화의 주요 무기로 자리잡아 강도를 더해가고 있는 상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렇듯 극도로 상업화된 대중매체로부터 특정한 기준이나 통제를 통해 미성년자들을 보호하는 일은 나날이 힘들어진다.
프랑스에는 우리나라처럼 방송심의회(CSA)가 있다. TV 프로그램들로부터 미성년자를 보호하는 일종의 통제관 역할을 수행하는데, 직접적으로 시청자들을 위한 통제방법은 그 실효성이 의심된다.
CSA는 부모의 허락을 꼭 받아야 하는 프로, 부모의 허락이 요망되는 프로, 어른 프로로 나누어 각각 세모, 동그라미, 네모의 표지를 달아 방송 내내 화면 아래에 명기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부모와 자녀 간의 돈독한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적인 표시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 효과까지를 장담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방법이다.
나이별 표시방법 효과 있을까?
그러다가 지난 5월 말 CSA의 심의위원회는 이 표시 방법을 좀더 심화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이전의 세 가지 표시 방법에서 한 가지가 더 늘어 네 가지 표시 방법을 두고 있다. 1)8살 이하 2)12살 이하 3)16살 이하 등으로 나이에 차별을 두어 권장하고 싶지 않은 프로와 4)18살 이하, 즉 미성년자들에게는 강력히 권장하고 싶지 않은 프로로 나누어 각각 다른 표시를 내보낸다.
단순한 표시뿐 아니라, 포르노물의 성격에 따라 특정 시청자들이 코드를 입력해야만 볼 수 있도록 기술적인 요소도 보태자는 제안도 나온다. 올 가을부터 시행될 이 표시의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글에서 소리로, 그리고 이미지로 변천해온 인간의 매스미디어 문화. 그 확산과정에서 세계의 새로운 황제로 대두한 매스미디어 문화의 미래를 생각하는 중에 문득 경제학자인 제레미 리프킨의 다음 구절이 떠오른다.
“문화가 전적으로 상업화되어도, 문명은 살아남을 것인가?”
파리=글·사진 이선주 통신원 oseyo@libertysurf.fr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이와 유사한 청소년들의 집단강간 사건들이 가끔 프랑스 언론에 소개되곤 하는데, 그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가해자들의 태도에서 발견되는 특기사항 중 하나가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경악할 일은 이 남학생들의 무심함과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검사의 발언이다. 강간을 저지르고 검사 앞에 불려나온 학생들이 수치나 뉘우침의 기미를 보이지 않을뿐더러 피해자가 자초한 결과라고도 여기고 있었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반응에 대해 심리학 전문가들은 “범행자들의 섹스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호기심이 비정상적으로 표출된 것이다. 또한 범람하는 대중매체에 담긴 섹스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에 영향받은 행동이기도 하다”고 지적한다. “대개의 남학생들은 여학생의 엉덩이만 보고도 야유를 보내거나 비난하기도 해요. 자극적이라는 반응이지요. 게다가 늘 섹스 얘기만 해대니, 섹스 강박관념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실상 그들 중 대부분은 여자친구 한명 없고, 여자아이들 앞에서 당당하게 얘기하라고 하면 얼굴이나 붉히기 십상이지요.” 같은 학교의 한 여학생은 이렇게 비난한다. 그 또래 남학생의 실제 심리상태와 욕구를 잘 대변하는 말이다. 이런 심리상태에서 강간은 엄연한 범죄, 그것도 10년형을 받을 수 있는 심각한 범죄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기의 ‘행위’에 끌려드는 여학생은 당연히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믿으며, 남학생들은 죄책감을 쉽게 외면해버린다는 것이다. 이 사태의 원인을 두고 교육의 위기와 사회에 곳곳에 산재하는 폭력현상,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불안한 심리상태 등 직간접적인 수많은 요인들을 끄집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한 정신과 의사는 특히 매스미디어의 영향을 손꼽는다. 다시 말해 청소년들이 지나치게 미디어의 ‘섹스와 폭력 문화’에 노출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다음에 소개하는 사건은 이러한 지적의 단적인 예다. 6월3일 프랑스 서부 낭트의 교외에서 15살의 여학생이 칼로 난도질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 여학생이 숨지기 직전 도착한 구조대원에게 범인의 이름을 얘기했기 때문에 다행히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둘러싼 주변 정황은 경악을 금할 수 없게 한다. 올해 17살인 고등학생이 범행을 저지른 직접적인 동기는 미국의 공포영화 <스크림>이다. 범인은 미국의 부르주아 청소년들의 악마적 살인행위를 담은 이 영화의 광적인 팬이었으며, 범행을 저지르기 약 2주 전 <스크림>을 다시 한번 감상한 뒤 자신도 유사한 범행을 저지르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대상을 찾던 중 이웃이자 같은 학교에 다니는 이전부터 알고 있는 여학생을 주목했다. 그리고 범행 당일 여학생의 집 근처로 칼을 품고 가서 기다리다가 범행을 저질렀다. 검찰에 따르면 체포된 범인은 범행을 자백하면서 실제 상황과 영화 속의 상황을 다소 혼동했다고 한다. 폭력장면 볼수록 동정심 사라져

사진/ 미디어의 상업화가 청소년들의 폭력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많다. 문제는 가해자들이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