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시민운동
인도네시아 정부의 횡포와 싸우며 가장 낮은 곳에서 연대를 만들어가는 도시빈민협의회
우리에겐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지난 한주간(5월27일∼6월6일) 세계적 규모의 행사가 열렸다. 오는 8월26일∼9월4일까지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지속가능발전 세계정상회의(WSSD)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회의 의제를 점검하는 제4차 준비회의가 열린 것이다. 회의참가를 보이콧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가운데 ‘지구의 친구들’과 그린피스 등 주요 세계 환경단체들은 92년의 리우환경회의 이후 지난 10년간을 돌아볼 때 리우+10이 아니라 리우-10(www.worldsummit2002.org)이라는 비판 성명서를 발표했다.
골카르당 무너뜨린 결정타
이런 비판의 목소리는 인도네시아 71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피플포럼(www.ipf.or.id)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피플포럼을 주최한 인도네시아 주요 사회단체들 중 언론의 주목을 받는 단체가 있다. 정부의 부패를 비판하고 세계화에 반대하는 도시빈민협의회(UPC)다. 이들은 인도네시아 전국 60여개 주요 지방도시의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을 조직하여 유엔과 정부가 지켜야 할 약속들(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재정지원, 환경 및 인권에 대한 기본 협약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항의시위를 열고 있다.
도시빈민협의회의 역사는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1996년 빈민지역 공동체에서 출발하여 지금은 인도네시아 여론에 가장 영향력 있는 단체로 급부상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 단체를 세운 와르다 하피즈(50)가 운동에 뛰어든 것은 그의 남동생이 90년대 초반 수하르토 독재정권에 의해 암살을 당하면서부터이다. 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동생의 죽음은 그를 수많은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수하르토 정권이 무너지도록 하는 데 가장 앞장서게 하였다. 또한 수하르토 대통령 하야 이후 실시된 6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 단체에서 조사·발표한 금권탈법 선거사례 발표는 당시 집권당인 골카르당를 무너뜨린 결정타였다.
부익부 빈익빈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서 이 단체의 활동방식은 우리에게 몇 가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우리의 민중단체·시민단체로 나뉘는 기이한 구분법과 달리 이들은 바닥의 대중들과 호흡하면서 동시에 각종 권익옹호 및 여론홍보 사업을 착실히 해나가고 있다. 현재 이들은 수도 자카르타에만 60여개 지역 공동체를 일구고 있고, 노점상에서 일용노동자 등 부문 대중단체를 조직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미디어 담당을 별도로 구성하여 각종 비디오테이프를 생산·보급할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참여하고 돕는 문화제, 공동 부업 등 다양한 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안 공동체에도 관심을 두고 철거 이주민들을 중심으로 자카르타 근교에서 버섯을 재배하여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등 협동조합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바닥의 대중과 유리되지 않으면서 언론홍보에도 적극적인 이들의 활동은 곧 일반사회의 시선을 현장으로 끌어내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부패권력에 두려움 없는 비판
올해 1월 말, 일주일간 쏟아진 폭우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20%가 침수되는 등 전체 약 40만 가구가 물에 잠긴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침수사태는 재해방지 대책을 소홀히 한 자카르타 시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군부 출신 자카르타 시장 수티요소가 재해·재난 방지와 관련된 예산을 제대로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도시빈민협의회는 긴급 재해대책 활동을 벌이는 한편 시정부에 10만여 가구, 36만여명의 피해복구비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잔인한 폭행이었다. 3월14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친 평화시위에 400여명의 괴한들이 몽둥이와 칼을 휘두르는 만행이 백주 대낮에 일어났다. 이 사건은 저녁 방송을 통해 전국으로 알려졌고 폭행을 사주한 집단이 수티요소 시장과 연관된 것이 드러나 현재 폭행에 가담한 11명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모습, 그리고 부패한 정치권력에 대한 두려움 없는 비판이 오늘 이 단체를 가장 단단하게 하고 있다(좀더 자세한 자료는 www.urbanpoor.or.id 또는 www.locoa.net).
마닐라=나효우 통신원 nahyowoo@hotmail.com

사진/ 도시빈민협의회의 지원 아래 빈민들이 자구책으로 공동부엌을 만들어 하루 3천명씩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자카르타는 울고 있다'는 표어가 눈에 뛴다.

사진/ 3월 28일 재해방지 대책에 소홀한 수티요소 시장에 항의하는 집회에서 경찰들이 잔인한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