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압력으로 폐쇄위기에 처한 상가트 난민촌… 굶주린 채 방황하는 난민만 양산할 것
프랑스의 북부 항구도시 칼레를 조금 지나면 유로터널이 시작되는 코켈이라는 마을이 나오고 이곳에서 조금 더 가면 상가트가 나타난다. 날씨가 화창한 날 상가트 부근의 언덕에 오르면 영국 해안선이 보일 정도로 가깝고 바로 옆에 있는 바닷가 앞으로 칼레항과 영국의 도버항을 운행하는 여객선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보인다. 프랑스와 영국이 도버해협을 사이에 두고 존폐 여부에 대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문제의 난민수용소가 바로 이곳 상가트에 위치하고 있다.
우파 승리 이후 폐쇄론 대두
이 난민수용소는 본래 도버해협을 관통하는 해저터널 굴착공사 당시, 쓰던 각종 장비를 보관해두는 창고로 사용되었다. 코소보 위기가 절정에 이르던 1999년 9월 서유럽으로 몰려드는 코소보 난민들을 수용하기 위해 프랑스적십자사에서 용도를 변경해 사용해왔다. 문제는 상가트 난민수용소에서 불과 2km 거리에 유로터널 입구가 위치하고 칼레항도 지척의 거리에 있다는 점이다. 이곳에 수용 중인 난민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영국으로의 밀입국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1300명이 수용되어 있는데 아프가니스탄인, 이라크의 쿠르드인, 이란인이 주류을 형성하고 있다. 난민수용소 출입이 자유롭기 때문에 이들은 수용소를 나와 야음을 틈타 유로터널 입구 근처의 화물열차 터미널에 진입하여 기차에 올라타고 영국 밀입국을 시도한다. 칼레항에 대기 중인 화물차에 몰래 몸을 숨겨 밀항을 시도하기도 한다. 유로터널 쪽은 지난해 상반기에만도 무려 1만8500명의 난민들이 영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매일 100여명이 필사적으로 도버해협을 통해 영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또한 올해 초에는 일단의 루마니아인들이 열차 신호기를 조작하여 열차를 정지시킨 뒤 기차에 올라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난민들이 화물열차에 올라 2천여편의 화물열차 운행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유로터널을 통해 운행하는 영국의 철도화물 운송회사는 기차의 운행 취소나 지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이 매주 50만파운드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영국 정부는 프랑스 정부에 불법 이민자들에 대해 좀더 단호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하는 한편 상가트 난민수용소를 폐쇄할 것을 요구해왔다.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 총리 재직시에는 수용소 폐쇄를 일축했으나 지난 대선 이후 중도우파 성향의 내각에서 내무장관직을 맡고 있는 니콜라 사르코지는 폐쇄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사르코지 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가트 난민수용소 폐쇄문제는 영국 정부와의 협상에서 선행조건은 아니지만 해결해야 할 목표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일단 총선 전에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선에서 그치고 총선이 끝난 이후 영국과의 협상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영국 정부가 수용 중인 1300명의 난민들을 전부 받아들인다는 조건하에 폐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 보수당 지도자 던컨 스미스는 “상가트 난민수용소의 난민들을 영국 정부가 전부 수용한다는 조건을 내건 프랑스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백기를 들고 나가는 것”이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나서 양국 간 진통이 예상된다. 상가트 난민수용소가 법을 어기고 영국으로 밀입국을 도모하는 자들의 집결지로 악용되고 있기 때문에 아무런 조건 없이 폐쇄하라는 것이다. 영국 보수 정치인들은 영국으로의 밀입국을 시도하는 자들은 정치적 박해나 탄압을 피해 탈출한 경우는 드물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하기 위해 에덴동산행을 택한 경제적 이민자들이 주류를 이룬고 주장한다. 프랑스 정부도 유로터널 입구와 근처의 화물열차 터미널 내에 난민들이 난입하지 못하도록 감시 카메라와 이중 철조망을 추가로 설치하는 등 보안조치를 더욱 강화하고 나섰다. 유럽 각국 난민관련 법규 대폭 강화
그러나 난민수용소 폐쇄가 밀입국을 예방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상징적인 조치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처음부터 영국으로의 밀입국을 도모하며 칼레 시내의 공원이나 공공시설 내에서 노숙하던 난민들에게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해줄 목적으로 수용소가 개소되었기 때문이다. 수용소를 폐쇄하면 이들은 다시 칼레 시내에 떠돌면서 끊임없이 영국으로의 밀입국을 모색할 것이기 때문에 수용소 폐쇄는 단기적으로 상징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난민들이 온갖 유형의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결사적으로 영국으로의 밀입국을 감행하는 동기로 영국의 이민 및 난민지위부여 관련법과 유연한 노동시장을 지적할 수 있다. ‘국가로부터의 박해’를 망명지위 신청에 적용할 수 있는 사유라고 명시한 여타의 유럽연합 회원국들과는 달리 영국은 ‘모든 유형의 박해’라고 다소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게 명시했기 때문에 난민자격을 인정받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예컨대 난민자격을 신청했을 때 거부당하는 확률이 오스트리아 96%, 프랑스 83%인 데 비해 영국은 이보다 낮은 74% 정도다. 이와 함께 유연한 노동시장의 존재는 밀입국자들이 불법으로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난민자격을 신청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노동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될 정도로 유럽 회원국 나라들보다 노동시장이 상대적으로 유연하다. 따라서 이런 흡인요인이 상존하고 유럽연합 회원국들 간 관련법규가 정비·일원화되지 않는 한 난민들의 행렬은 수그러들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지난 대선에서 치안부재, 이민자 대량유입, 범죄창궐 등을 끊임없이 부각하고 쟁점화하여 소기의 성과를 거둔 프랑스의 현 우파 정부도 어떤 형태로든 상가트 난민수용소 문제에 대한 해결의지를 대내외에 보여줌으로써 6월9일로 예정된 총선에서 우월적 위치를 고수하려 할 것이다. 최근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이 상가트를 이례적으로 방문한 것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장마리 르펜이 상가트에서 선전한 것은 점차로 고조되는 지역주민들의 불안과 긴장심리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유럽 각국이 극우세력의 준동을 사전에 예방한다는 명분 아래 이민 및 난민관련 법규를 대폭 강화하거나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여타의 유럽연합 회원국들에 비해 비교적 관대한 난민관련법을 적용해온 덴마크 정부는 대폭 수정된 법안을 마련해 순회 유럽연합 의장국을 맡는 7월1일부터 신규 적용할 예정이다. 난민 신청자들에게 제공하는 수당을 삭감하고 영주허가를 받기 위한 언어능력 요건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난민 신청자의 연령 상한선을 60살로 제한하는 등 엄격한 난민관련법을 적용할 예정이며 네덜란드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일부 언론이 정치적 망명이나 난민문제를 보도한다는 명목 아래 외국인 혐오감과 인종주의에 불을 댕기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또 난민과 정치적 망명자들을 악의 화신처럼 묘사함으로써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감에 합법성을 부여하는 중대한 오류를 범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최소한의 권리도 박탈당할 위기
상가트 난민수용소에는 현재 적정수용 인원 600명의 두배가 넘는 1300명의 난민들이 수용되어 있어 비좁고 열악한 상황이다. 더구나 수용된 난민들 간에 종종 폭력사태가 발생해 폐쇄를 주장하는 이들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수용소 내에서 ‘여행업자들’이라는 은어로 알려질 정도로 은밀한 마피아식 영국 밀입국을 알선하는 쿠르드계 이라크인들이 알선과정에서 이권을 챙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상가트 해안에 나가면 개를 데리고 산책에 나선 주민들, 윈드서핑하는 젊은이들, 낚시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을 표정 없이 바라보는 난민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상가트와 유로터널이 시작되는 코켈과 칼레항을 연결하는 도로에는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의 쿠르드인, 이란인 난민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수용소가 폐쇄되면 이들은 잠자고 먹는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기본적 권리도 박탈당한 채 칼레 시내의 공원이나 공공시설을 전전하며 밀입국을 감행할 기회를 엿볼 것이다. 눈앞으로 여객선이 쉴새없이 오가고 영국 해안선이 보일 만큼 지척거리인데 난민들에게는 천리이다.
상가트(프랑스)=양철준 통신원 YANG.chuljoon@wanadoo.fr

사진/ 프랑스에 밀입국한 쿠르드인 난민들. 이들은 대부분 영국행을 선호한다. (GAMMA)
현재 1300명이 수용되어 있는데 아프가니스탄인, 이라크의 쿠르드인, 이란인이 주류을 형성하고 있다. 난민수용소 출입이 자유롭기 때문에 이들은 수용소를 나와 야음을 틈타 유로터널 입구 근처의 화물열차 터미널에 진입하여 기차에 올라타고 영국 밀입국을 시도한다. 칼레항에 대기 중인 화물차에 몰래 몸을 숨겨 밀항을 시도하기도 한다. 유로터널 쪽은 지난해 상반기에만도 무려 1만8500명의 난민들이 영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매일 100여명이 필사적으로 도버해협을 통해 영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또한 올해 초에는 일단의 루마니아인들이 열차 신호기를 조작하여 열차를 정지시킨 뒤 기차에 올라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난민들이 화물열차에 올라 2천여편의 화물열차 운행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유로터널을 통해 운행하는 영국의 철도화물 운송회사는 기차의 운행 취소나 지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이 매주 50만파운드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영국 정부는 프랑스 정부에 불법 이민자들에 대해 좀더 단호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하는 한편 상가트 난민수용소를 폐쇄할 것을 요구해왔다.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 총리 재직시에는 수용소 폐쇄를 일축했으나 지난 대선 이후 중도우파 성향의 내각에서 내무장관직을 맡고 있는 니콜라 사르코지는 폐쇄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사르코지 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가트 난민수용소 폐쇄문제는 영국 정부와의 협상에서 선행조건은 아니지만 해결해야 할 목표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일단 총선 전에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선에서 그치고 총선이 끝난 이후 영국과의 협상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영국 정부가 수용 중인 1300명의 난민들을 전부 받아들인다는 조건하에 폐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 보수당 지도자 던컨 스미스는 “상가트 난민수용소의 난민들을 영국 정부가 전부 수용한다는 조건을 내건 프랑스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백기를 들고 나가는 것”이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나서 양국 간 진통이 예상된다. 상가트 난민수용소가 법을 어기고 영국으로 밀입국을 도모하는 자들의 집결지로 악용되고 있기 때문에 아무런 조건 없이 폐쇄하라는 것이다. 영국 보수 정치인들은 영국으로의 밀입국을 시도하는 자들은 정치적 박해나 탄압을 피해 탈출한 경우는 드물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하기 위해 에덴동산행을 택한 경제적 이민자들이 주류를 이룬고 주장한다. 프랑스 정부도 유로터널 입구와 근처의 화물열차 터미널 내에 난민들이 난입하지 못하도록 감시 카메라와 이중 철조망을 추가로 설치하는 등 보안조치를 더욱 강화하고 나섰다. 유럽 각국 난민관련 법규 대폭 강화

사진/ 지난해 2월 프랑스 해안에 상륙한 쿠르드 난민들(왼쪽)과 이들을 실은 화물선. 프랑스 정부는 이 대규모 난민들 처리를놓고 고심해야 했다. (GAMM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