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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중동 한인들 “내게 축구를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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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6-0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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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맞아 바이어 유치에 나선 지역 상사들…교민들은 축구 중계 없어 발만 동동

사진/ 걸프 지역 최대의 상업 중심지 두바이 거리(위). 상정 곳곳에는 월드컵 특수를 겨냥한 홍보전이 한창이다.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고 있는 두바이 시민들, 생중계를 보려면 적지 않은 시청료를 내야 한다.
뜨거운 열사의 땅이 연상되는 중동, 지금 월드컵 열기로 더욱 뜨겁게 달아오른다. 한국 대표팀이 친선경기에서 거듭 선전을 하자 중동에 머물고 있는 한인들도 덩달아 주가가 뛴다. 월드컵 특수인 셈이다. 중동에서 축구는 이슬람에 이어 또 하나의 종교라고 할 만큼 최대의 화두이다.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행사인 2002 한·일 월드컵은 이런 이유로 중동 최고의 관심사가 되었다. 월드컵 특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정부와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외교통상부는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을 비롯한 중동 각국의 국가원수나 왕족들을 초청했다. 기업들은 현지 바이어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중동 지역 한인들은 월드컵 경기 생중계를 볼 궁리를 하고 있다. 월드컵으로 인해 가뜩이나 뜨거운 중동은 활활 타오르고 있다.

“월드컵도 좋고, 서울 나들이도 좋고”

“월드컵이 좋다. 서울 나들이가 좋다.” 아랍에미리트의 경제 중심지 두바이 국제공항에 한국으로 가는 현지 바이어들이 몰려들었다. 여러 한국 상사의 두바이 주재원들은 바이어 안내를 위해 발걸음이 분주했다. 대한항공 직항편을 이용하여 한국으로 출발하는 현지 바이어들을 만나고 보내야 했다. 지난 5월26일 저녁 금호타이어 두바이 지사의 강원석(37) 차장도 두바이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레바논 현직 국회의원 자말 이스마일 일행을 맞이하기 위해서였다. 강원석 차장은 “이번 월드컵은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고 적극적인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는 너무나 효과적인 무대예요. 단지 비즈니스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현지 바이어들에게 보답하는 의미에서 이런 기회가 제공되었죠”라고 말했다. 이번이 92년에 이어 두 번째 한국 방문이라는 자말 이스마일(47) 의원은 “월드컵 경기 참관도 참관이지만 변화된 한국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경우만 해도 중동 지역 30여명의 현지 바이어를 비롯하여 세계 곳곳에서 200여명 이상의 현지 바이어들을 월드컵 경기 관전을 위해 초청했다.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하면 월드컵 경기 생중계를 볼 수 있을까요?” 공항을 찾는 기업체 직원들만 분주한 것이 아니다. 중동 지역 체류 한인들도 월드컵 중계를 보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른다. 한국에서야 모든 경기를 생중계로 볼 수 있고, 직접 경기장에도 나갈 수 있지만 이곳 중동에 나와 있는 교민들과 체류자들의 사정은 다르다. 월드컵 생중계 방송을 보려 해도 볼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위성방송으로 월드컵 생중계를 하는 나라도 없을 뿐더러 한국 위성방송인 아리랑 TV 등에서 생중계한다는 이야기도 전혀 없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월드컵 경기를 볼 수 있을지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고 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인터넷을 연결하여 화면 없이 중계방송이라도 들을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해야 할지 모른다. 인터넷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동영상으로 중계방송을 볼 수가 없다. 요즘 중동 한인들 사이에 최대의 민원이라면 월드컵 경기를 생중계로 볼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중계 보려면 대사관으로 모여라

“6월4일 대사관으로 모이세요. 한국과 폴란드전 생중계를 보며 함께 응원합시다.” 이 와중에도 느긋하고 여유 있는 한인들이 있다. 오만의 무스카트 주재 한국 대사관은 오만에 체류 중인 한인들과 함께 경기를 관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주 오만 한국 대사관에서는 축구 중계를 볼 수 있는 시설을 갖추었다. “집에서 조촐하게 TV 중계를 보는 것보다 함께 모여 응원하면 더욱 즐겁겠죠.” 다른 지역 한인들은 이 모습이 부러울 수밖에 없다. 중동 국가 중 본선 진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방송, 튀니지아·오만 국영방송 등이 월드컵 중계권을 얻었다. 이들 국가에 체류 중인 한인 축구팬들에게는 국영방송 등을 통해 중계되는 월드컵을 시청할 수 있다는 오아시스 같은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기타 지역의 한인들은 지금도 애를 태우고 있다.

두바이·무스카트=글·사진 김동문 통신원 yahiy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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