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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세계화' 상징 맥도널드는 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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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07-1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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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농민운동가 보베의 건물 파괴사건으로 미국-유럽 농산물 수입 갈등 격화

지난 6월30일 프랑스 남부 아베이롱 지방에 있는 인구 2만명의 소도시 미요에서는 한바탕 축제가 벌어졌다. 이날은 지난 99년 8월12일 이 도시에 문을 연 지 며칠 안 된 맥도널드 건물을 부수어 시청 앞에 내다버린 농민연맹의 지도자 조제 보베와 그의 동료 9명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날이었다.

호르몬 쇠고기, 불순물 섞인 콜라

100% 세금을 매기면서 농민들의 분노는 거세졌자. 사진은 재판정 앞에 모인 군중)
전국에서 7만명에 이르는 조제 보베의 지지자가 모여드는 바람에 조용한 도시 미요는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프랜시스 가브렐 등 가수들이 콘서트를 여는가 하면, 사회학자인 피에르 부르디외는 ‘문화와 세계화’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기도 했다. 또다른 한편에서는 지방에서 올라온 농민들이 대규모 농산물 시장을 열었다. 다른 지지자들은 거리행진, 거리연극, ‘세계화’를 피고인으로 내세운 모의법정 등의 풍성한 불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게다가 미국의 압력으로 인해 심각한 농업 위기를 겪고 있는 뉴-칼레도니아, 타이티, 세네갈, 라틴아메리카 등 각국에서도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재판정 주위를 에워싸는 바람에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었다.


맥도널드 건물 파괴사건으로 조제 보베는 일약 자유시장경제에 반대하는 투쟁을 상징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올해 유럽의 새로운 스타 50명 가운데 한 사람으로 조제 보베를 꼽았고, 미국 의 인기 프로그램인 <60분>은 그에 관한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 한해 동안 많은 사람들은 유럽이 겪고 있는 위생과 식품의 위기에 대해 지적해왔다. 광우병에 걸린 소, 질산염과 다이옥신의 검출, 불순물 섞인 코카콜라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은 더이상 수입 식료품의 안전성을 믿을 수 없게 됐다. 그렇다고 정부가 이렇다할 대안을 제시한 것도 아니다. 국가간의 이익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사안들이기 때문에 섣불리 어떤 조처를 취할 수 없는 것이다.

조제 부베는 “우리는 호르몬이 주입된 쇠고기를 먹도록 강요받고 있지만 그것을 거부할 권리가 없다”면서 농·축산물 시장에 가해지는 미국의 개방압력을 줄곧 비판해왔다. 그러던 차에 미국이 호르몬 쇠고기의 수입을 금지한 유럽의 조처에 반발해 프랑스산 로크포르 치즈에 100% 세금을 매기면서 양의 사육비가 급격히 증가하게 됐다. 이에 프랑스 농민들의 분노는 더욱 거세졌다.

조제 보베는 “잠을 잘 것인가, 아니면 저항할 것인가”를 부르짖으며 국민들의 총궐기를 촉구했다. 그는 “인도의 독립전쟁 당시 간디와 민족주의자들이 식민지 소금 창고를 습격했다. 그들은 이 일로 10년의 옥고를 치렀다. 하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그것이 비폭력 행동이었다고 평가한다”면서 재판정에서도 자신의 행동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 문화의 상징인 맥도널드 건물을 부순 것이 자유시장경제를 반대하는 상징적 행동이었다는 조제 보베의 주장에 지지를 보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지난 한해 동안 맥도널드 지점들은 손님의 출입을 방해하는 농민연맹의 회원들 때문에 엄청난 손실과 수난을 감수해야 했다. 맥도널드 미요 지점은 이 사건으로 70만프랑(1억4천만원)의 재산 손해를 봤다.

맥도널드 “우리는 희생양”

맥도널드의 드니 안캥 대표는 “코카콜라, 미셀린 타이어와 같은 세계적 상품일 뿐인 맥도널드가 왜 속죄양이 돼야 하느냐?”고 정식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현재 프랑스에 있는 240개의 맥도널드 지점이 프랑스 경제와 고용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조제 보베의 행동이 부당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맥도널드가 문을 열기 위해서 4억∼5억프랑을 투자하고 3만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4500여명의 프랑스 농민으로부터 생산물을 공급받고 있다”고 밝히면서 맥도널드의 이익이 전적으로 프랑스 내에서 재투자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 사건은 프랑스에서 이래저래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우파 정당들은 “조제 보베가 시대상황과 치유책을 잘못 판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아무리 그의 주장이 옳더라도 폭력을 동반해 사적 재산을 침해하는 행동은 국민적 동의를 구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파리=신순예 통신원soonye.sin@libertysurf.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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