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노사모 중심으로 재외국민 투표권찾기 운동 활발…투표하려면 귀국해라?
“이번 대통령 선거 때 부재자투표를 하려면 영사관에 신고해야겠지요.”
대통령 선거에 큰 관심이 있는 유학생 김모(28)씨는 귀국하지 않고 투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연스레 부재자투표를 떠올렸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다. “글쎄요. 어떻게 참정권을 행사해야 하는 건지…. 영사관에 알아보세요.”
투표 자체에 무관심한 탓인지 그의 물음에 정확하게 답변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일단 영사관에 문의해보기로 하고, 전화기를 들었다. 돌아온 대답은 “재외국민들은 국내에 가서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이었다.
“우리는 국민도 아니다”
해외에 나와 있어도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인데, 국민의 권리인 참정권이 합리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김씨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국민의 기본권도 누리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생각에 새삼 분노를 느낀 김씨와 같은 교민들이 자기 권리 찾기에 나섰다. 그 선발주자는 네티즌들이다. 72년 유신헌법 이후 사라진 재외국민 부재자투표는 30년 동안이나 해외교민들을 주권 없는 국민의 모습으로 살아오게 하였다. 당연히 보장돼야 할 재외국민 투표권이 정치권의 필요에 따라 이용되는 ‘소모품’으로 전락했다는 자각이 최근 해외교민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 운동은 프랑스 교민신문인 <오니바>의 김제완씨가 적극적으로 재외국민 주권찾기를 호소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97년부터 본격화된 주권찾기 운동은 이미 두 차례나 헌법재판소로부터 기각판결을 받았음에도 해외 노사모를 중심으로 열기가 끓어오르고 있다. 중국도 이런 열기에서 예외가 아니다. 인터넷에서 만나 결성된 중국노사모 회원들은 지난 5월23일 중국노사모 결성을 알리는 대외적 모임을 갖고, ‘재외국민 투표권찾기’를 교민사회에 알리는 작업에 나섰다. 중국 노사모 지부장 송원찬씨는 “중국에 사는 교민들은 다른 지역보다는 보수적 성향이 강할 뿐 아니라, 삶 자체가 고단한 사람들이 많아 참정권 행사에 커다란 관심이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투표권을 합리적으로 행사할 수 없는 것과 스스로 포기하는 것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 권리를 당연히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사모 자체가 워낙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탓도 있지만 그들의 홍보 방법도 특이하다. 인터넷상에서 네티즌을 통해 ‘입소문’을 내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느끼면 행동한다”는 네티즌들의 성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재한국인회 신영수 회장은 “중국 교민들은 워낙 유동인구가 많고, 장기 체류증을 갖고 사는 사람이 적어서 한국인회에서 교민들의 권리찾기를 홍보하는 데 애로가 많다”면서도 “다른 지역의 재외국민들이 주권찾기에 나선다면 우리도 이에 발맞추는 게 당연하다”고 관심을 보였다. 형식상 재외국민들에게 투표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재자투표라는 편의가 제공되지 않는 한 사실상 투표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게 교민들의 한결같은 생각이다. 일부 교민들은 사실상 투표권 자체를 박탈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99년 헌법재판소는 재외국민들에게 부재자투표의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해서 선거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자유의지로 귀국해 얼마든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었다. 그러나 사실 이것은 억지나 다름없다. 모든 일정을 뒤로 미루고 왕복 60만원(중국의 경우)에 달하는 항공료를 부담하며 투표권을 행사하려는 재외국민이 몇이나 될 것인가. 헌법재판소의 이 같은 판결에 대해 중국에 4년째 거주하고 있는 강은숙씨(42)는 이런 판결은 “국민에 대한 차별”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어디에 거주하느냐가 아닌 속인주의를 택한 나라에서 속지주의의 해석을 내리는 것은 모순입니다. 자발적 의지를 강조한다면 국내 거주자들에게도 자발적 의지로 투표를 하게 둘 것이지 왜 굳이 투표일을 임시공휴일로 정하고 있으며, 또 선관위에서는 국민의 자발적 의지에 맡길 것이지 왜 투표에 참여하라고 많은 비용을 들여 홍보합니까.” 헌재가 이런 판결을 내린 또 다른 이유는 엄청난 비용과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가 모두 해외교민들에게 투표권을 주고 있는데, 이들 나라는 어떻게 그 비용을 부담하고 기술상의 문제를 처리하고 있느냐는 반문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 5년째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정모(45)씨는 “투표권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갑자기 소외된 느낌을 받았다”며 “극단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국민도 아니라는 자괴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선거 때가 되면 한표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정치인들의 눈물겨운 호소, 막대한 예산을 들이며 벌이는 정부의 홍보작업은 국민의 주권의식을 일깨우는 데 부족함이 없다. 거동이 힘든 산골 할머니의 한표가 아쉬워 지팡이를 짚고, 휠체어를 타고 투표소로 향하는 모습을 대서특필하는 선거철 언론보도도 이런 주권의식을 일깨우는 데 한몫한다. 더구나 투표율을 높이려는 국가 차원의 노력은 가히 눈물겹다. 국경일도 아닌데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소중한 한표’ 행사를 적극 권유한다. 의무는 있고 권리는 없다 사업가 서해수씨(37)는 그럼에도 재외국민들의 한표는 애써 무시하는 이유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서씨는 “재외국민들에게 납세의무나 병역의무를 면제해주는 것도 아니면서, 왜 권리는 보장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재외국민들을 외화벌이 수단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베이징대학 정치학과 박사과정 유일권씨는 “재외국민 대부분은 언젠가는 한국으로 돌아갈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나라살림을 할 사람을 선택할 권리를 주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합리적으로 투표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한다”면서 “중국에서도 한국에서도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이는 무국적자나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재외국민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으면, 어떠한 정치적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세계 속의 한국’이라는 화려한 구호와 ‘OECD 회원국’이라는 선진국 이미지가 투표권도 없는 재외국민들에게는 공허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베이징=글·사진 황훈영 통신원 kkccjjhh@hanmail.net

사진/ 인터넷에서 만나 결성된 중국 노사모 회원들. 이들은 재외국민 투표권 인정을 위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해외에 나와 있어도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인데, 국민의 권리인 참정권이 합리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김씨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국민의 기본권도 누리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생각에 새삼 분노를 느낀 김씨와 같은 교민들이 자기 권리 찾기에 나섰다. 그 선발주자는 네티즌들이다. 72년 유신헌법 이후 사라진 재외국민 부재자투표는 30년 동안이나 해외교민들을 주권 없는 국민의 모습으로 살아오게 하였다. 당연히 보장돼야 할 재외국민 투표권이 정치권의 필요에 따라 이용되는 ‘소모품’으로 전락했다는 자각이 최근 해외교민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 운동은 프랑스 교민신문인 <오니바>의 김제완씨가 적극적으로 재외국민 주권찾기를 호소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97년부터 본격화된 주권찾기 운동은 이미 두 차례나 헌법재판소로부터 기각판결을 받았음에도 해외 노사모를 중심으로 열기가 끓어오르고 있다. 중국도 이런 열기에서 예외가 아니다. 인터넷에서 만나 결성된 중국노사모 회원들은 지난 5월23일 중국노사모 결성을 알리는 대외적 모임을 갖고, ‘재외국민 투표권찾기’를 교민사회에 알리는 작업에 나섰다. 중국 노사모 지부장 송원찬씨는 “중국에 사는 교민들은 다른 지역보다는 보수적 성향이 강할 뿐 아니라, 삶 자체가 고단한 사람들이 많아 참정권 행사에 커다란 관심이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투표권을 합리적으로 행사할 수 없는 것과 스스로 포기하는 것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 권리를 당연히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사모 자체가 워낙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탓도 있지만 그들의 홍보 방법도 특이하다. 인터넷상에서 네티즌을 통해 ‘입소문’을 내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느끼면 행동한다”는 네티즌들의 성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재한국인회 신영수 회장은 “중국 교민들은 워낙 유동인구가 많고, 장기 체류증을 갖고 사는 사람이 적어서 한국인회에서 교민들의 권리찾기를 홍보하는 데 애로가 많다”면서도 “다른 지역의 재외국민들이 주권찾기에 나선다면 우리도 이에 발맞추는 게 당연하다”고 관심을 보였다. 형식상 재외국민들에게 투표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재자투표라는 편의가 제공되지 않는 한 사실상 투표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게 교민들의 한결같은 생각이다. 일부 교민들은 사실상 투표권 자체를 박탈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99년 헌법재판소는 재외국민들에게 부재자투표의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해서 선거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자유의지로 귀국해 얼마든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었다. 그러나 사실 이것은 억지나 다름없다. 모든 일정을 뒤로 미루고 왕복 60만원(중국의 경우)에 달하는 항공료를 부담하며 투표권을 행사하려는 재외국민이 몇이나 될 것인가. 헌법재판소의 이 같은 판결에 대해 중국에 4년째 거주하고 있는 강은숙씨(42)는 이런 판결은 “국민에 대한 차별”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어디에 거주하느냐가 아닌 속인주의를 택한 나라에서 속지주의의 해석을 내리는 것은 모순입니다. 자발적 의지를 강조한다면 국내 거주자들에게도 자발적 의지로 투표를 하게 둘 것이지 왜 굳이 투표일을 임시공휴일로 정하고 있으며, 또 선관위에서는 국민의 자발적 의지에 맡길 것이지 왜 투표에 참여하라고 많은 비용을 들여 홍보합니까.” 헌재가 이런 판결을 내린 또 다른 이유는 엄청난 비용과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가 모두 해외교민들에게 투표권을 주고 있는데, 이들 나라는 어떻게 그 비용을 부담하고 기술상의 문제를 처리하고 있느냐는 반문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 5년째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정모(45)씨는 “투표권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갑자기 소외된 느낌을 받았다”며 “극단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국민도 아니라는 자괴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선거 때가 되면 한표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정치인들의 눈물겨운 호소, 막대한 예산을 들이며 벌이는 정부의 홍보작업은 국민의 주권의식을 일깨우는 데 부족함이 없다. 거동이 힘든 산골 할머니의 한표가 아쉬워 지팡이를 짚고, 휠체어를 타고 투표소로 향하는 모습을 대서특필하는 선거철 언론보도도 이런 주권의식을 일깨우는 데 한몫한다. 더구나 투표율을 높이려는 국가 차원의 노력은 가히 눈물겹다. 국경일도 아닌데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소중한 한표’ 행사를 적극 권유한다. 의무는 있고 권리는 없다 사업가 서해수씨(37)는 그럼에도 재외국민들의 한표는 애써 무시하는 이유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서씨는 “재외국민들에게 납세의무나 병역의무를 면제해주는 것도 아니면서, 왜 권리는 보장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재외국민들을 외화벌이 수단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베이징대학 정치학과 박사과정 유일권씨는 “재외국민 대부분은 언젠가는 한국으로 돌아갈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나라살림을 할 사람을 선택할 권리를 주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합리적으로 투표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한다”면서 “중국에서도 한국에서도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이는 무국적자나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재외국민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으면, 어떠한 정치적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세계 속의 한국’이라는 화려한 구호와 ‘OECD 회원국’이라는 선진국 이미지가 투표권도 없는 재외국민들에게는 공허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베이징=글·사진 황훈영 통신원 kkccjjhh@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