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2019년 옛 광주교도소에서 발굴된 신원 미상(무연고자) 유골 262구 중 1구가 광주시에 등록된 5·18 행방불명자(행불자)의 가족 유전자(DNA)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다른 2구도 행불자 가족 유전자와 일치할 가능성이 커서 정밀조사를 하고 있다.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 쿠데타 세력이 광주 시민을 학살한 뒤 암매장했다는 주장이 다시 한번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앞서 2022년 5월 영국 버소출판사는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인 기록물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황석영·이재의·전용호 지음, 1985년 초판 출간)의 영역본을 출간했다. 홍콩의 저널리스트 출신 화가 퐁소(71·方蘇)가 이 책을 읽고 홍콩 민주화의 염원을 담은 서평을 <한겨레21>에 보내왔다. 퐁소는 2021년까지 고향 홍콩에서 시사월간지 편집장을 하는 등 반평생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나이 쉰을 넘긴 2000년대부터는 아티스트로 변신해 스케치·수묵화·목판화 등으로 홍콩 민주화운동을 기록했고, 두 권의 작품집을 펴냈다. 그의 그림은 홍콩·한국·영국·미국 등지에서 전시됐다. <한겨레21>은 2021년 2월 퐁소와의 전자우편 인터뷰 ‘화가 퐁소 “내 붓을 움직인 건 분노”’(제1350호) 기사에서 퐁소의 삶과 작품, 홍콩 민주화운동의 단면을 전한 바 있다. _편집자
홍콩에서 벌어진 2014년 ‘우산 운동’과 2019~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를 현장에서 목격했던 나로서는 이 두 저항운동이 역사적인 기록물로 반드시 자세하게 기록돼야 한다고 확신한다. 나는 누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을지 아직 모른다. 사실 2019~2020년 저항운동 이후 홍콩에서 자행되는 극심한 정치적 탄압은 더는 어떤 형태의 저항도 지속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뿐 아니라, 이 운동을 있는 그대로 진지하게 기록하기조차 매우 어렵게 만들었다. 악화한 상황 때문에 많은 사람이 박해를 피해 이미 홍콩에서 탈출했고, 더 많은 사람이 이 도시를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이와 관련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최근의 역사적인 기록물 사례는 1980년 5월 한국의 광주항쟁을 연대기적으로 기록한 책이다. 항쟁이 일어나고 몇 년이 지나지 않은 1985년 발간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이하 <넘어 넘어>)가 바로 그 책이다. 1990년대 후반 나는 이 책의 초고를 쓴 필자인 이재의 기자를 만났다. 그때 나는 억압적인 정부 아래 그런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았다.그런데 나는 이 책의 개정판이 (광주항쟁: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라는 제목으로 2022년 영어로 번역돼 출간됐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1980년 항쟁 이후 42년이 흘렀고, <넘어 넘어> 초판이 한국에서 나온 지 37년이 지났다. 영역본이 출간되기까지 왜 그렇게 오래 걸렸을까? 그 이유를 알고 싶어서 나는 이 책의 부록인 ‘개정판 출판: 항쟁 기록의 역사’부터 읽었다. 14쪽 분량의 부록은 1985년 이 책이 어떻게 출간돼 대중에 알려졌는지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다.“격동의 여행” 의미를 깨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