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와티 독립행사 참석 놓고 악담 횡행… 군은 전함까지 파견하며 ‘오버’
“당신의 동티모르행을 거부한다.”
자신들을 동티모르 합병의 희생자라고 하는 몇몇 상이군인들이 대통령궁 앞에 펼쳐놓은 현수막을 눈여겨보는 자카르타 시민은 별로 없다. 지쳤다는 뜻이다.
시위자들이 1975년부터 99년까지 독재자 수하르토가 고집한 동티모르 합병이라는 욕망의 그늘 아래 희생당한 수천명 인도네시아 군인 가운데 일부라는 것이 사실이든 말든.
이에 질세라, 이번에는 몇몇 전직 동티모르 정치가들이 대통령궁으로 몰려왔다. “동티모르의 독립기념행사에 메가와티는 참석하지 말라.” 전 동티모르 지사 아비리오 소아레즈와 전 동티모르의회 의원 알민도 소아레즈에다 악명을 떨친 민병대 우두머리 유리코 구테레스 같은 이들이 나타나서 메가와티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소리쳤다.
메가와티 참석, 찬반 55:45 그러나 사나나 구스마오 동티모르 대통령의 초청을 수락한 메가와티는 이 시위대들을 무시했다. 좋든 싫든 입이 무거운- 거의 닫힌- 그녀의 속내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분명한 건 메가와티가 참석 결정을 내리기까지 상당한 곤욕을 치렀다는 사실이다. 많은 시민과 정치적 이해집단들이 일찌감치 메가와티의 불참을 요구해온 터라,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 이미지, 그래도 결론은 이미지였다. “인도네시아라는 대국의 대통령이 이웃 나라의 독립기념행사에 불참할 수 있겠는가?”, “유엔사무총장 코피 아난과 미국 전직 대통령 클린턴이 참석하고, 80여개국의 축하사절단이 달려오는 마당에 인도네시아가 빠진다면 체면이 서겠는가?” 대개 이런 유의 반문들이 메가와티의 결심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로부터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인도네시아가 스스로 고립되는 꼴을 보일 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메가와티의 참석 말고 달리 무슨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따라서 지난 4월에 이미 결정은 내려진 셈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주도하는 민주투쟁당에게 국민대표회의(DPR·하원)와 국민협의회(MPR·상원)를 통해 자신의 결심을 적극 지원해달라는 요구를 했고, 그보다 앞서 정치안보조정장관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는 별일이 없는 한 메가와티 대통령은 동티모르로 갈 것이라고 확인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국민대표회의 제1위원회는 메가와티에게 동티모르의 초청을 거부하라고 요구했다. “갈 테면 가라. 분명한 건 사회심리적 분위기가 참석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라.” 국민대표회의 의장 아크발 탄중이 발목을 잡자, 국민협의회 의장 아미엔 라이스도 “국제적 의례라면 외무장관을 파견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동조했다. 반대자들은 주로 사회적 분위기나 시민들의 정서라는 걸 이용해서 메가와티의 불참을 요구해왔는데, 인도네시아의 최대 뉴스주간지 <템포>의 여론조사 결과 실제로 찬성과 반대의 비율이 55%대 45%로 맞서, 이들의 주장이 영 황당한 것만은 아님이 드러나기도 했다. 찬성론자들은 두 나라 사이에 발전적인 관계를 맺고 한편으로는 3년 전부터 국제사회에서 폭증했던 인도네시아에 대한 악명을 지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의미에서, 그리고 반대론자들은 친인도네시아계 합병파들의 감정을 긁는데다 산적한 국내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뜻에서 각각 입장을 밝혔다. 처음부터 가지지나 말 것을…
이런 사회적 분열상을 짊어진 채 출국을 결심한 메가와티를 위해, 평소 그녀와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인도네시아군은 대통령에 대한 충성을 내세워 6대의 전함과 2천여명의 군인들을 동티모르에 파견키로 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안전이 위협당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군대변인 스자프리에 스잠소에딘 소장은 기자들을 놓고 당당하게 말했다. “이건 도발이 아니다. 우리 대통령이 방문하는 나라의 치안상황에 따른 것일 뿐.”
전함과 병력 파견이 누구의 결정인지조차 분명하지 않은 가운데, 상식 있는 자카르타 시민들 사이에 군의 말을 곧이듣는 이들은 별로 없다. 대개 시민들은 이런 군사적 행위가 애호박에 말뚝 박는 짓은 아닐까 염려스런 눈으로 바라보면서 최후까지 발악하는 군의 천박한 태도를 나무라는 분위기다.
그저 동티모르의 독립을 바라보는 자카르타의 오늘은 착찹한 심정이라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이런 경우처럼, “본디 내 것이 아니었던 걸 한참 쥐고 있다가 주인에게 돌려주자니 아쉽고 계속 쥐고 있자니 염치가 없어 보이는.” 이걸 조금 나쁘게 표현해볼 수도 있겠다. “어차피 잃을 것 재미 볼 일은 좀 없을까?” 더 정직하게 말하자면, 찬성론자든 반대론자든 처음 경험하는 허망한 상실 앞에서 내남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몹시 인색해져 버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가지지나 말 것을.”
자카르타, 잃고 깨지면서도 가엾은 정치놀음은 계속되는 짜증스런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자카르타= 글·사진 정문태/ 국제분쟁 전문기자·아시아 네트워크 팀장
아흐마드 타우픽/ 인도네시아 시사주간지 <템포> 기자
유니스 라오/ 전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 기자

사진/ 동티모르 독립행사에 함께 자리한 사나나 구스마오(왼쪽)와 메가와티. 그의 이번 행사 참석을 놓고 찬반론이 팽팽히 맞서기도 했다. (AP연합)
메가와티 참석, 찬반 55:45 그러나 사나나 구스마오 동티모르 대통령의 초청을 수락한 메가와티는 이 시위대들을 무시했다. 좋든 싫든 입이 무거운- 거의 닫힌- 그녀의 속내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분명한 건 메가와티가 참석 결정을 내리기까지 상당한 곤욕을 치렀다는 사실이다. 많은 시민과 정치적 이해집단들이 일찌감치 메가와티의 불참을 요구해온 터라,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 이미지, 그래도 결론은 이미지였다. “인도네시아라는 대국의 대통령이 이웃 나라의 독립기념행사에 불참할 수 있겠는가?”, “유엔사무총장 코피 아난과 미국 전직 대통령 클린턴이 참석하고, 80여개국의 축하사절단이 달려오는 마당에 인도네시아가 빠진다면 체면이 서겠는가?” 대개 이런 유의 반문들이 메가와티의 결심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로부터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인도네시아가 스스로 고립되는 꼴을 보일 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메가와티의 참석 말고 달리 무슨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따라서 지난 4월에 이미 결정은 내려진 셈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주도하는 민주투쟁당에게 국민대표회의(DPR·하원)와 국민협의회(MPR·상원)를 통해 자신의 결심을 적극 지원해달라는 요구를 했고, 그보다 앞서 정치안보조정장관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는 별일이 없는 한 메가와티 대통령은 동티모르로 갈 것이라고 확인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국민대표회의 제1위원회는 메가와티에게 동티모르의 초청을 거부하라고 요구했다. “갈 테면 가라. 분명한 건 사회심리적 분위기가 참석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라.” 국민대표회의 의장 아크발 탄중이 발목을 잡자, 국민협의회 의장 아미엔 라이스도 “국제적 의례라면 외무장관을 파견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동조했다. 반대자들은 주로 사회적 분위기나 시민들의 정서라는 걸 이용해서 메가와티의 불참을 요구해왔는데, 인도네시아의 최대 뉴스주간지 <템포>의 여론조사 결과 실제로 찬성과 반대의 비율이 55%대 45%로 맞서, 이들의 주장이 영 황당한 것만은 아님이 드러나기도 했다. 찬성론자들은 두 나라 사이에 발전적인 관계를 맺고 한편으로는 3년 전부터 국제사회에서 폭증했던 인도네시아에 대한 악명을 지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의미에서, 그리고 반대론자들은 친인도네시아계 합병파들의 감정을 긁는데다 산적한 국내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뜻에서 각각 입장을 밝혔다. 처음부터 가지지나 말 것을…

사진/ 딜리를 ‘도발’한 인도네시아 전함. 인도네시아군은 대통령에 대한 충성을 내세웠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이들은 별로 없다. (정문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