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인도 ‘반핵화’에 힌트를 주다

326
등록 : 2000-09-20 00:00 수정 :

크게 작게

막다른 골목에 처한 파키스탄과의 분쟁도 두 한국을 본받아 평화로 나아갈 수 있을까

프라풀 비드와이(Praful Bidwai)

1949년 인도에서 태어난 프라풀은 <더 타임 오브 인도>의 편집장을 거쳐 현재 20여개의 세계 각국 언론에 정치·경제를 비롯 핵·노동·환경문제에 관련된 글을 기고하고 있는 칼럼니스트. 그는 인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칼럼리스트로서뿐 아니라 ‘핵무장해제를 위한 인도운동’을 창설해 현실정치에 직접 나서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국립국방대학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도 있다. <새로운 핵: 인도, 파키스탄 그리고 세계적인 핵무장해제> <핵실험금지의 세계적 도박> 등 국제적인 반향을 일으킨 책들의 저자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남북한간의 2자회담을 지지해온 인도 정부는 지난 6월의 남북 정상회담을 ‘역사적’이라 표현하며 크게 환영했다. 그리고 인도 시민들에게도 한국의 화해는 큰 이야깃거리였다. 최근 남북한간의 화해는, 세계에서 가장 막다른 골목에 처해 있는 남아시아(인도-파키스탄)도 대립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는 잠재적 가능성에 암시를 주었기 때문이다.

분쟁지역 국가들에 훌륭한 귀감

국가중심주의와 비동맹노선을 주도해온 인도는 그동안 국제사회가 양대 블록으로 분할된 냉전구조에 저항해 왔다. 인도는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주력하면서 1948년의 남한 단독총선을 권고했던 국제연합위원회의 의장국을 맡기도 했고, 1950∼53년 사이 한국내전에서 비롯된 인도적인 차원의 문제들을 조사하는 ‘중립국송환위원회’를 이끌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인도 정부는 남북한과 동시 수교를 했고, 1970년대 남한과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한 뒤 1990년대 들어서는 외교적 밀월관계에 접어들었다. 최근 외무부 차관 나린 수리는 “남북한 상호간의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통일을 지지한다”는 인도 정부의 공식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었다. 이 상호주의는, 한때 카슈미르 분쟁 해결을 위해 중재자를 받아들였던 인도가 파키스탄의 치열한 이면공작을 거부해버려 교착상태에 빠져있지만, 어쨌든 카슈미르를 낀 인도와 파키스탄 분쟁의 해법으로 국제사회가 인도에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인도는 지난 1972년 방글라데시 전쟁 뒤, 이미 파키스탄과 대화를 통해 카슈미르 분쟁을 해결한다는 쌍무협정에 서명했다. 이걸 주의깊게 보면 인도의 대남북관계 설정과 연장선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인도 시민들 사이에, 적어도 남북한간의 관계 발전을 알아차리고 있는 사람들은 아직 그리 많지 않다.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실질적인 내용은 무었인지, 결과는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그럼에도 최근 한 신문사가 인터넷에서 독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대개의 시민들은 정서적으로 남북통일을 원한다고 손을 들었다. 그런가하면 파키스탄-인도 민주평화포럼의 디나다야란씨와 같은 전문가 집단에서는 “최근의 남북관계 발전은 분쟁으로 분리된 수많은 사회에 중요한 모델을 제공할 것이다. 우리 포럼은 열광적으로 환영하며 두 한국의 통일과정을 연구의 주제로 삼을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50년 동안 서로 넌더리나게 비난을 퍼붓던 나발을 끄고 빠른 속도로, 극적으로 얼굴을 맞댄 채 대화를 시작한 두 한국은 파키스탄-인도의 운동가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뿐만 아니라 깊은 구조적 이념적 적대행위에도 한국인들이 보여준 화해는 이들의 용기를 크게 북돋웠다. 정확히 말하자면, 인도-파키스탄 분쟁 속에는 그동안 남북한이 지녔던 것과 같은 깊은 적개심은 없다. 따라서 남과 북의 화해가 시작된다면, 이 세상에는 좀더 빠른 속도로 여러 지역의 분쟁들이 역사적인 화해를 이루게 될 것이다.

인도-남북한 교류·발전에도 큰 기여할 듯

(사진/카슈미르 전선의 인도 병사들.한반도 평화의 기운은 이 지역에 실전해치될 핵무기를 막는 일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반세기 동안 완화의 조짐도 없이 열·냉전을 거듭해온 이 세상의 유일한 지역인 인도-파키스탄은 남북한으로터 화해술뿐만 아니라, 특히 ‘현대적’인 사안들도 배우고 있다. 그건 바로 핵에 대한 배움이다. 1992년 미국의 중재 아래 이루어진 ‘한반도의 비핵화 공동선언’과 2년 뒤 다시 미국과 북한 사이에 이 공동선언의 이행을 수용한 이른바 ‘체제협정’의 체결은 현재 인도-파키스탄의 끝없는 핵개발 경쟁을 막는 일에 유력한 지침을 제공한 셈이다. “이 협정들은 일본 내부에서 점증하는 극동지역의 ‘반핵화’, ‘비무장지대화’ 요구와 절묘하게 맞물려 돌아갔다”고 인도의 반핵운동가 아친 바나익은 말한다. 반핵무장화를 외치는 이곳의 평화운동가들 사이에는 “남북한의 사례는 지역안보의 신뢰성을 높인 본보기가 될 것”이라며 인도-파키스탄 분쟁지역에 실전배치할 핵무기 제조를 막는 일에 남북한을 낀 극동지역의 비핵화 사례가 강력한 도덕적 지원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