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청소’를 위해 공개도전장 던진 러시아 스킨헤드족 파문
4월20일. 러시아에서 히틀러의 생일이 올해만큼 떠들썩한 해도 드물다. 대머리와 군화차림으로 곳곳에서 폭행사건을 일으킨 이른바 ‘스킨헤드족’이 이날을 즈음해 러시아 안의 외국인에 대해 “조심하라! 공격임박!”이라는 공개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이 같은 메시지를 담은 협박성 전자우편이 ‘전 러시아 스킨헤드족 대표’ 명의로 미국·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의 대사관에 배포되었다.
각국 대사관은 자국민에게 경계 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폭행사건의 희생자에는 자국의 일반시민뿐 아니라 현지주재 공관원과 그 가족까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중순에는 앙골라 대사관의 총영사 안줴 에두아르드 멘고바코가 공관 근처에서 그의 손자들과 함께 산책하던 중 머리를 빡빡 깎은 괴한들에게 피습당해 중상을 입었다.
긴장 속에 지나간 히틀러 생일
공식 집계에 의하면 2000년 5월 이후 모스크바에서만 23개국에서 온 시민들이 폭행을 당했고, 104명이 병원에 후송될 정도의 부상을 입었다. 인도·스리랑카·인도네시아의 동남아 3개국과 아프리카 대륙 10개국 공관 주재원과 그 가족이 피해를 입었다. 사태가 이쯤 되자 대통령과 모스크바 시장이 직접 관계기관에 엄중한 보안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공안당국은 예상 폭동지점에 경찰력을 늘리는 등 신중한 ‘20일 맞기’에 돌입했다. 그 덕택인지 다행히 큰 폭행사건 없이 별일없이 지나갔다. 극단주의적 성향이 강한 모스크바에서는 히틀러 생일을 기념하는 행사들이 떠들썩하게 열렸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모스크바의 요란함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으로 기념행사를 치렀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지역 스킨헤드족이 중·장기 계획을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4월20일을 맞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 스킨헤드들은 창립총회를 열었다. 이들은 히틀러 생일을 기념하는 연설회와 음악회를 열어 젊은이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그러나 경찰의 삼엄한 경비 때문인지 현지 기자들을 포함해 채 50명도 안 되는 인원만이 행사에 참가했다. 히틀러 사망일인 4월30일에도 ‘외국인 살해식’이 거행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날을 전후해 조그만 사건들이 이곳저곳에서 터졌으나 외국인 피해사례가 공식적으로 접수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바로네쉬시에서 스킨헤드 일원으로 짐작되는 16살 소년의 시체가 발견돼 관계당국을 긴장시켰다. 이 살인사건은 스킨헤드족이 규율을 어긴 당원을 죽인 것으로 판명되어 세인을 경악케 했다. 스킨헤드족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해석은 최근의 현상이 청년층의 의식구조 내에 깊이 자리잡은 극우주의에 대한 동경 때문이라는 것이다. 곧 젊은이들의 극우주의는 러시아 국민의식의 한 요소로 꼽는 극단주의 경향으로 해석한다. 패션전문지 <펄스> 편집장 이노켄티이 이바노프는 최근호 칼럼에서 “요즘에 만연하는 스킨헤드 신드롬은 러시아인의 극단주의 의식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단언했다. 또한 사태의 배경에는 나치즘과 같은 인종주의 의식이 깔려 있다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에서 유럽정치 전문가로 알려진 발레리 아치카소프 교수는 “스킨헤드와 같은 기현상에 인종주의적 요소가 발견되는 점은 가히 우려할 만한 사태”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해석에 따르면 스킨헤드족은 슬라브인의 혈통을 지키려는 강한 집착을 반영한 현상이다. 러시아인은 외국인에 대해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러시아인은 손님을 환영하는 데 익숙한 민족이다. 그러나 러시아인의 의식의 깊은 내면에는 외국인 특히 흑인이나 아시아계 유색인종에 대한 부정적인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런 의식은 러시아 여성이 외국인과 교제하는 경우에 자주 발견된다. 러시아 여성이 외국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개 외국인은 러시아 여성에게 금전적인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그러나 가족들은 단도직입적으로 “초콜릿(흑인)이나 노란 바가지(아시아계)들과 놀고, 마시고, 심지어 자는 것까지도 좋지만 결혼만큼은 러시아인과 하고, 어쩔 수 없이 외국인과 결혼하더라도 백인계 외국인을 선택할 것”을 당부한다. 내무성이 스킨헤드 키웠다?
한편, 스킨헤드 공포와 관련해서 언론과 정부의 힘겨루기가 시작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논쟁은 지난 4월24일 러시아 검찰이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면서 시작됐다. 4월23일치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는 자체 조사를 통해 “스트로긴이라는 곳에 있는 내무성 훈련소에서 스킨헤드족들을 훈련하고 있다”고 보도해 스킨헤드족을 공안당국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보도를 전후해 비슷한 논지의 기사가 다른 언론매체에서도 나타났다. <정치뉴스분석>이라는 한 통신사는 크렘린 정보원의 말을 인용해 “2002년 한해 동안 2만명의 스킨헤드족이 모스크바주, 툴스카야주 및 칼루쥐스카야주 일대 훈련소에서 양성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공작명 ‘스킨헤드’라고 하는 훈련과정에는 국방성과 공안당국의 전문가가 참여한다. 훈련된 요원을 유사시에 테러조직화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이 통신사는 내무성이 극우에 대한 전 국민적인 반감을 유발하여 두마에서 ‘정치적 극단주의에 대한 금지법안’을 통과시킨 뒤, 2003년 총선에서 러시아 공산당의 하부조직을 강타할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언론보도에 대해 내무성 경찰 고위관계자는 “몇몇 훈련소에서 신병들에 대한 애국심과 투쟁심을 고취하기 위한 훈련이 마치 스킨헤드족 훈련으로 비쳤을 것”이라며 사실무근임을 주장했다. 언론의 과민반응에 대해 청소년범죄담당국장 세르게이 줴레빈은 “스킨헤드는 내가 보기에 언론이 고안해낸 신화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후 경찰은 강한 논조로 언론을 비난했다.
진실이 무엇이든, 스킨헤드족이 표방한 극우주의가 일부 러시아인에게 공감을 얻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상투적으로 나치의 상징인 십자문장을 착용하고 전투적 복장으로 거리를 떼지어 활보하는 스킨헤드족에 대한 일반시민의 눈길은 곱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러시아인의 절반 이상이 직·간접적으로 2차 세계대전의 피해자기 때문이다. 러시아 주요 대도시에서 히틀러의 생일을 기념하고 공개적으로 “하일, 히틀러!”를 외치는 사람들이 그리 좋게 보일 리는 없다. 4월20일 당국의 조치에 의해 임시휴업된 사실도 모르고 시장을 찾은 한 할머니는 “평생 동안 히틀러의 생일을 모스크바에서 듣기는 처음”이라며 개탄했다. 주요 언론의 극우세력에 대한 지지도 조사 결과를 보면 국영 텔레비전 2.5%, 민영 8.7%,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 7.7% 등으로 나타나 아직 미약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체 드러낸 인민국가주의당
그렇다면 스킨헤드족은 얼마나 조직화돼 있을까. 스킨헤드족 연합에 대해 항간에는 여러 가지 소문이 나돌았다. 각 대사관에 발송된 협박편지에는 ‘전 러시아 스킨헤드족 연합’이라는 단체가 명기돼 있지만, 사실상 유령단체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식적으로 스킨헤드족의 중추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인민국가주의당’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4월20일을 전후해서 <이즈베스찌야>,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와 같은 주요 언론들은 특집으로 인민국가주의당을 소개했다. 이들의 보도에 의하면 ‘단순범죄조직’이라는 그간의 해석과는 달리 스킨헤드족은 확고한 이데올로기와 전략·전술을 확보한 인민국가주의당의 말단 행동조직이다. 이 당의 주요한 이데올로기는 근본적으로 나치즘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당의 창설자이며 현재 당 대표를 맡고 있는 알렉산드르 이바노프 수하레프스키는 “우리의 차르(황제)들은 전통적으로 독일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사실 히틀러의 국가사회주의는 사회주의 혁명으로 쫓겨난 우리 백군 선조들이 만든 전통적인 러시아 이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스킨헤드족이 일으킨 폭행사태에 대해 수하레프스키는 “단순범죄사건이 아니라 인종적 자기 의식에 따른 자연스런 분출”이라고 밝혔다.
상트페테르부르크=박현봉 통신원 parkhb_spb@yahoo.com

사진/ 나치식 경례를 하는 스킨헤드족. 그들의 이념은 나치의 인종주의와 거의 흡사하다. (SYGMA)
공식 집계에 의하면 2000년 5월 이후 모스크바에서만 23개국에서 온 시민들이 폭행을 당했고, 104명이 병원에 후송될 정도의 부상을 입었다. 인도·스리랑카·인도네시아의 동남아 3개국과 아프리카 대륙 10개국 공관 주재원과 그 가족이 피해를 입었다. 사태가 이쯤 되자 대통령과 모스크바 시장이 직접 관계기관에 엄중한 보안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공안당국은 예상 폭동지점에 경찰력을 늘리는 등 신중한 ‘20일 맞기’에 돌입했다. 그 덕택인지 다행히 큰 폭행사건 없이 별일없이 지나갔다. 극단주의적 성향이 강한 모스크바에서는 히틀러 생일을 기념하는 행사들이 떠들썩하게 열렸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모스크바의 요란함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으로 기념행사를 치렀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지역 스킨헤드족이 중·장기 계획을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4월20일을 맞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 스킨헤드들은 창립총회를 열었다. 이들은 히틀러 생일을 기념하는 연설회와 음악회를 열어 젊은이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그러나 경찰의 삼엄한 경비 때문인지 현지 기자들을 포함해 채 50명도 안 되는 인원만이 행사에 참가했다. 히틀러 사망일인 4월30일에도 ‘외국인 살해식’이 거행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날을 전후해 조그만 사건들이 이곳저곳에서 터졌으나 외국인 피해사례가 공식적으로 접수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바로네쉬시에서 스킨헤드 일원으로 짐작되는 16살 소년의 시체가 발견돼 관계당국을 긴장시켰다. 이 살인사건은 스킨헤드족이 규율을 어긴 당원을 죽인 것으로 판명되어 세인을 경악케 했다. 스킨헤드족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해석은 최근의 현상이 청년층의 의식구조 내에 깊이 자리잡은 극우주의에 대한 동경 때문이라는 것이다. 곧 젊은이들의 극우주의는 러시아 국민의식의 한 요소로 꼽는 극단주의 경향으로 해석한다. 패션전문지 <펄스> 편집장 이노켄티이 이바노프는 최근호 칼럼에서 “요즘에 만연하는 스킨헤드 신드롬은 러시아인의 극단주의 의식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단언했다. 또한 사태의 배경에는 나치즘과 같은 인종주의 의식이 깔려 있다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에서 유럽정치 전문가로 알려진 발레리 아치카소프 교수는 “스킨헤드와 같은 기현상에 인종주의적 요소가 발견되는 점은 가히 우려할 만한 사태”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해석에 따르면 스킨헤드족은 슬라브인의 혈통을 지키려는 강한 집착을 반영한 현상이다. 러시아인은 외국인에 대해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러시아인은 손님을 환영하는 데 익숙한 민족이다. 그러나 러시아인의 의식의 깊은 내면에는 외국인 특히 흑인이나 아시아계 유색인종에 대한 부정적인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런 의식은 러시아 여성이 외국인과 교제하는 경우에 자주 발견된다. 러시아 여성이 외국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개 외국인은 러시아 여성에게 금전적인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그러나 가족들은 단도직입적으로 “초콜릿(흑인)이나 노란 바가지(아시아계)들과 놀고, 마시고, 심지어 자는 것까지도 좋지만 결혼만큼은 러시아인과 하고, 어쩔 수 없이 외국인과 결혼하더라도 백인계 외국인을 선택할 것”을 당부한다. 내무성이 스킨헤드 키웠다?

사진/ 러시아에서 스킨헤드족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공식 집계에 의하면 2000년 5월 이후 모스크바에서만 23개국에서 온 시민들이 폭행을 당했다. (SYGM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