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여성정치 ㅣ 인도
바지파이 정부의 유력한 대안이자 인도 여성의 상징, 그러나 족벌정치의 상징…
소냐 간디, 1947년 독립 때부터 55년 동안 인도의 최대 정당으로 저항 없이 ‘왕조’를 이룩한 ‘명가’의 상속자인가, 아니면 새로운 여성정치의 대표자인가?
이탈리아 출신의 소냐 간디는 그녀의 남편처럼 인도에서 가장 유명한 정치가문의 구성원이라는 조건 탓으로 정치판에 떠밀려 나왔다. 시어머니인 인디라 간디 전 총리가 비교적 자신의 의지로 정치적 수장이 된 경우라면, 소냐 간디는 남편인 라지브 간디 전 총리가 1991년 암살당한 뒤, 몇년 동안 망설임과 부끄럼 끝에 쭈뼛거리다가 정치판에 입문한 경우다. 소냐는 말 그대로, 쇠잔해가는 의회당의 수뇌부들이 필사적으로 생존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로 치장당하고 떠밀려 정치판에 발을 들였다. 소냐는 정치적 재능보다는 가문의 상징성을 업고 쇄도하는 당파들 사이에서 선택의 여지 없이 만장일치로 추대되었다.
극단주의자들의 심각한 경고
그로부터 소냐는 외국인인데다 페미니스트가 아님에도 ‘인도 여성’의 상징으로 각색되었다. 반대파들이 가만있을 리 만무했다. 특히 우익정치가들은 소냐가 귀화한 시민임에도 공민권을 제한하면서까지 그녀를 깎아내리고자 무진 애를 썼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과정에서 여성문제에 눈길 한번 준 적이 없던 소냐는 자신의 정체성을 ‘여성’에 맞추는 정치투쟁을 수용하며 ‘사술적’ 명성을 얻게 되었다. “인도에서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지녔다. 고로 소냐도 모든 인도 남성과 동등하다.” 그녀의 진영에서는 이렇게 소름끼칠 정도의 논리를 동원했다.
“인디라 간디는 남자보다 더 강한 진정한 남자였다.” 바지파이 총리가 소냐의 시어머니를 칭찬한답시고 말한 이런 남성중심주의 인식 속에서 소냐는 현재 차기를 바라보는 거물 여성정치인으로 떠올라 있다. 그러나 소냐 문제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소냐에게는 수많은 산을 넘어야 할 고단한 일정이 남아 있다. 극우 힌두주의가 판치는 정치현실 속에서 과연 귀화했다고는 하지만, 이 이탈리아 출신의 백인 여성이 온전하게 인도 사회의 최고정치가가 될 수 있을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소냐가 등장할 무렵부터 극단주의자들은 심각한 ‘경고’를 거듭해왔다. 시어머니와 남편이 암살당하는 과정을 지켜봐온 소냐에게는 극단주의자들의 경고가 단순하게 들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고, 시민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없지 않다.
여성의 몫이라고 할 수 있는 여성의 지원도 소냐에게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인디라 간디가 여성 대표가 아니었듯이 소냐 간디도 결코 여성을 대표하는 정치가가 아니다.” 여성 언론인 티나는 “물리적인 성과 정치를 혼동하지 말라”며 딱 잘라 말했다. 티나와 같이 교육받은 여성들이 바라보는 소냐는 상당히 비관적이다. “남성보다 못한 여성이다. 소냐가 돈을 굴릴 수 있는 한, 가문의 후광을 입고 의회당을 장악할 수 있을 뿐이다.”
물론 정치적 현실로 따져보자면, 현재 바지파이 총리에 식상한 시민들이 대안으로 다시 의회당을 선택하기 시작했고, 따라서 차기에서 단독정부는 힘들더라도 의회당이 분명 제1당으로 연립정부를 구성하게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다. 이럴 경우 소냐는 최초의 외국인 여성으로 인도의 총리가 되는 기록을 남길 것으로 짐작된다.
이건 또 인도의 독립 때부터 따져 반세기 동안의 인도 현대정치사에서 무려 4명의 총리를 한 가정에서 배출하며 왕조나 다를 바 없는 정치구조를 구축하는 전대미문의 일을 상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할아버지 네루 총리에서부터 시어머니 인디라 간디 총리 그리고 남편 라지브 간디 총리에 이어 소냐 간디로 이어지는 이 혈통적 족벌정치 구조는 인도 정치의 후진성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낸 수치스런 계보라 부를 만한데, 그러고도 모자라는지 소냐의 뒤를 이을 후속편도 이미 준비되고 있다. 소냐의 딸 프리얀카 간디가 벌써부터 정치판의 각광을 받기 시작한 현실을 보면.
소냐 후속편도 이미 준비돼
여성정치와 노회한 종교 사이의 긴장감이라는 전통적인 주제, 여성을 무시해온 분파- 보수주의 정치 그리고 여성 노예 해방이라는 현대적 진보주의 주제가 복잡하게 얽힌 것이 오늘날 인도의 정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인도의 여성정치를 나타내는 좌표격인 소냐는 편협하게 자신을 정당의 틀 속에 묶어 놓고 있다. 소냐가 여성정치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해방적인 의식과 혁명적인 사고의 수입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냥 한 시절의 낭만으로 끝나버릴지, 아니면 진정으로 인도 여성을 위해 일한 여성정치가로 기억될지는 결국 소냐 자신에게 달려 있다. 가문의 후계자가 되고 말 것인지 아니면 인도 여성정치의 대표자가 될 것인지도 모두 소냐 자신에게 달려 있다. 시민들은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 프라풀 비드와이(Praful Bidwai) ㅣ 전 <타임 오브 인디아> 편집장·핵 전문 칼럼니스트

사진/ 가문의 후계자가 되고 말 것인가, 인도 여성정치의 대표자가 될 것인가. 그것은 전적으로 소냐 간디 자신에게 달려 있다. (SYGM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