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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미국에 떨어진 중동의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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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4-1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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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 확산되며 유대계와 충돌…언론계 내부에서도 논쟁 확산

사진/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매사추세츠 대학의 한 학생이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자들로부터 야유를 받고 있다. 이날 시위는 평화롭게 시작했지만 점점 격렬해졌다. (SYGMA)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서 최근 수주간 이스라엘 탱크의 포격이 심해질수록 미국 대학 캠퍼스 내에서 친유대계 학생들과 친팔레스타인계 학생들의 시위가 격화되고, 신문·방송 간에도 흑백논리가 성행하고 있다.

지난 4월9일 UC버클리대에서는 친유대계 학생들과 친팔레스타인계 학생들이 동시에 시위를 벌여 일부 학생들과 시민들이 체포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원래 양쪽 시위는 평화적으로 시작됐으나 점차 감정이 격화하자 친팔레스타인계들이 수업이 진행되는 건물 안으로 진입해 농성사태를 벌였다. 이에 대학당국은 청원경찰 수를 증강시켜 강경시위 진압에 나섰다. 대학경찰은 친팔레스타인계 시위자 79명을 체포했다. 이 중 20명은 민간인이고, 나머지는 학생들이었다. 존 커밍스 부총장은 체포된 시위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정학처분 조치를 받을 것이고, 시민들은 불법침입 혐의로 기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 날짜를 두고도 공방


버클리대 졸업생으로 친팔레스타인계 시위에 참가했다 체포된 매튜 매클린(33)은 “우리가 교실 건물을 점거한 것은 이스라엘 탱크에 포위되어 쫓겨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위대가 점거한 교내 ‘필러홀 빌딩’은 주로 중동연구학과에서 수업을 하는 곳이다.

친유대계와 친팔레스타인계 학생들은 이날 오전부터 교내 스프롤 플라자에서 서로 대치하면서 시위를 벌였다. 스프롤 플라자는 지난 1964년 언론자유투쟁을 위해 학생들이 시위를 벌인 후 ‘자유의 광장’으로 불리는 곳이다. 양쪽은 약 40m 간격을 두고 이스라엘 국기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깃발을 흔들면서 서로를 쳐다보며 야유를 보내고 욕설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은 시위날짜가 같은 날로 정해진 것에 대해서도 논쟁을 벌일 정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친이스라엘 쪽의 한 학생은 “우리는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를 위해 연례집회를 개최해왔는데 친팔레스타인 학생 쪽이 우리가 정한 날짜(9일)에 시위를 하는 것은 우리에 대한 또 다른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 맞서 팔레스타인 쪽의 한 학생은 “4월9일은 과거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학살당한 ‘데이르 야신 학살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날”이라면서 “우리가 일부러 9일을 정했다는 유대계 학생 쪽의 공박은 또 다른 종류의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데이르 야신 학살사건이란 지난 1948년 4월9일 당시 이스라엘 건국과정에서 데이르 야신 지역에서 약 100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참살당한 사건이다.

한편 UC버클리대가 주도한 ‘팔레스타인의 정의를 위한 학생운동’이란 단체는 올 4월 들어 전국 40여개 대학에서 조직됐으며, 이들에 대한 후원단체도 늘어났다. 흑인 학생들을 포함한 소수계 인종 학생들이 가담했고, 노동자 권익을 옹호했던 인권단체들, 소수계 평등권익보호 단체들은 물론 여러 비정부기구들까지 협력에 나섰다.

이들 친팔레스타인계 학생운동단체는 지난 10일을 기해 연대시위에 나섰는데 전국적으로 30여개 대학이 동조했다. 이들 중에는 선봉 대학인 UC버클리대를 위시해 컬럼비아·조지타운·미시건·보스턴대 등 유명 대학들이 들어 있다. 학생들은 이스라엘 규탄은 물론 대학당국이 이스라엘과 관계 있는 기업들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도 항의했다.

여기에 친유대계 학생그룹도 지지 않고 이스라엘 지지시위를 벌여 곳곳에서 구타와 몸싸움, 욕설, 협박행위 등이 일어나 대학당국은 물론 경찰들이 시위진압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시건대 내 교내 경찰서는 이스라엘 지지학생과 팔레스타인 지지학생 모두에게서 “살해위협을 받았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친팔레스타인계에 동정 쏠려

사진/ 뉴욕의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 중 한명이 "이스라엘은 나치"라는 의미의 문양을 그린 피켓을 흔들고 있다. (SYGMA)
지난달부터 대학 내에서 일기 시작한 친팔레스타인 계열 시위는 횟수가 거듭할수록 정치적 양상으로 발전하면서 한층 조직화되고, 활동면에서도 발전하는 모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구의 정치활동에 익숙지 않은 이들은 이번 시위를 통해 인권단체나 환경단체·노조들에게서 시위전법도 배우며 미국사회에 호소하는 방법까지 습득했다.

이 같은 시위에는 아직까지 친유대계 그룹 학생들이 친팔레스타인계보다 수적으로 많다. 수적으론 친팔레스타인계 학생들이 열세하지만 주위 학생들이나 시민들에게서 많은 동정을 받기도 한다. 이유는 유대계 쪽 구호보다 팔레스타인 쪽 주장이 호소력이 있기 때문이다. 미시건대의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파디 키블라위는 미국 땅에서 “우리 민족은 항상 테러리스트로 간주되어 왔다”면서, “인권과 국제법에 따라 우리가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여겨 시위에 나왔다”고 말했다. 그의 피켓에는 “이스라엘=테러국가”, “팔레스타인에게 자유를”이라고 적혀 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지난 4일 최근 전세계적으로 논쟁이 일고 있는 중동문제에 대해 또다시 상충되는 발언을 해 망신을 당했다. 는 ‘아라파트를 다루는 법’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부시 대통령은 200년 미국 역사에서 대통령들의 발언 중 가장 모순되는 발언을 했다”고 꼬집었다. 칼럼니스트 다니엘 파이프는 이 기고문에서 “부시는 처음 아라파트가 이스라엘에 대해 테러행위를 조장한다고 비난했다”며 이 의미는 “부시가 이스라엘의 대응정책이 정당방위라고 해석했다는 것이며, 자신이 이스라엘의 확실한 친구임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아라파트를 비난한 것이고 이스라엘을 지지한 것이다.

그런데 그의 두 번째 발언에서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테러행위를 종식시킬 것을 촉구함으로써 사실상 아라파트에게 기회를 주었다. 테러를 축출하겠다는 이스라엘의 일련의 무력사용을 지지하면서도 오히려 이스라엘군의 철군을 요구했다. 여기에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까지 중단하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건설노력에 협력하라고 밝혔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아라파트를 지지하면서 이스라엘을 비난한 셈이다. 이러한 발언이 나오게 된 동기에 대해서 칼럼니스트 파이프는 “부시는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입장이지만,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해 피상적이고 역효과만 내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중동지역에 파견한 것도 별로 신통한 정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부시의 이 같은 외교정책 미숙은 여론조사에서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중동사태에 대한 정책의 지지율은 67%로 지난 3월 중순보다 5%나 떨어졌다. 하지만 부시의 대테러전 수행능력은 83%로 아직도 이 문제만은 국민에게서 계속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대계 입김에 흔들리는 언론

친유대계와 친팔레스타인계의 대결은 미 대학 캠퍼스에서뿐만 아니라 언론계에서도 뚜렷해지고 있다. 오래 전부터 미국의 언론계와 금융계는 유대계의 입김이 막강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최근 터져나온 중동사태에서도 유대계들은 언론의 보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중립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워싱턴포스트>나 공영 라디오방송인 에까지 유대계 미국인들이 손길을 뻗치고 있다.

TV 해설가인 에릭 알터만은 “일부 유대계 그룹이 공영방송을 포함해 전국 네트워크 방송망과 주요 언론사 인기 해설가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에 기고한 칼럼에서 “칼럼니스트들이나 해설가들이 반이스라엘 성향의 논조를 하지 못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감이 있다”고 요즈음 언론보도를 비난했다. 그는 친이스라엘 성향의 논조가 두드러지는 신문, 잡지로 <뉴욕타임스>를 포함해 시사지인 <유에스월드 엔 뉴스리포트> <뉴 리퍼블릭> <더 네이션> <마더 존스> 등을 지적했다. 또, 이스라엘 쪽의 입장을 옹호하는 칼럼니스트나 해설가로는 <내셔널리뷰>의 조나 골드버그 <프론트페이지>의 앤 컬터, 폭스TV의 빌 오릴리 등이 있고, 친팔레스타인 성향의 해설가로는 9·11사태 이후 미국의 전쟁 주도를 비판하고 있는 노엄 촘스키 교수를 비롯해, 극우보수파이며 한때 개혁당 대통령 후보였던 패트릭 뷰캐넌,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에 게재된 최근 독자란에는 대체적으로 중동평화를 염원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중에는 “자살테러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꽃다운 18세 소녀가 폭약을 안고 마켓으로 돌진하는 팔레스타인의 원한을 이해하지 못하면 중동문제는 영원한 미궁이 된다”라는 글이 있다. 여기서 오늘의 미국인의 심정을 읽을 수 있다.

LA=김지현/ 자유기고가 lia21c@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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