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시민운동
아시아 지역에서 세계화의 문제를 고민하는 가장 큰 국제적 네트워크 ‘포커스’
“미군이 필리핀에 주둔한 뒤 인권문제는 보다 심각해졌습니다.” 지난 3월27일, 마닐라 시내 한 호텔에서는 포커스(Focus on the Global South)가 파견한 10여명의 국제평화조사단이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 현장을 보고하는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들이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필리핀 남부 바실란 지역에서는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불충분한 증거로 임산부가 감옥에 갇히는 등 일반 민간인들에 대한 불법적인 체포구금이 계속되었으며, 일부 구금자에 대해서는 전기충격 등 고문을 가하고 있다.
북반구에 대한 남반구의 대응 연구
필리핀 민다나오섬 바실란 지역에서는 70∼80여명으로 추정되는 무슬림 과격파 ‘아부사야프’가 알 카에다와 연결되어 있다고 낙인이 찍힌 이래 필리핀군 6천여명, 미군 660명과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무고한 민간인의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이다. 사실 무슬림의 소수 과격파로 불리는 아부사야프 조직은 무슬림 내부에서도 이념이나 목적에서 설득력이 없는 ‘집단강도’ 수준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소수 ‘강도들’이 지난 수년간 잘 버티고 있는 이유는 아부사야프야말로 필리핀의 군비를 증강시키는 좋은 구실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조사단 참가자들은 아부사야프가 미군에게도 동남아시아 지역에 미국의 영향을 넓힐 수 있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포커스는 이처럼 세계화 문제와 분쟁지역에 대한 전문조사 활동을 하기 위해 1995년 1월 문을 열었다. 당시 한명의 상근 간사가 태국 방콕의 한 대학교에 사무실을 마련하면서 출발해 현재는 오스트레일리아·인도·이탈리아·태국·필리핀 등 20여명의 국제 활동가들이 한데 모여 활동하는 아시아의 주요 단체로 급성장하였다. 이들의 관심사는 세계무역기구(WTO)와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아-태지역 시민사회의 공동대응을 이끌어내는 것과 냉전 이후 다양해지는 분쟁에 대한 개입이다.
또한 문화와 세계화문제를 연결해서 이른바 부자 나라로 불리는 ‘북반구’에 가난한 ‘남반구’의 국가들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지 꾸준히 연구, 실천하고 있다. 포커스의 공동대표이면서 필리핀대 교수인 월든 벨로(정치학과·56세)는 “이른자 아시아 경제위기로 불리는 97년을 전후로 해서 활동가들의 수나 다뤄야 할 과제들이 많아졌으며, 세계화문제에 대한 아시아인들의 네트워크로 성장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는 “공산권이 무너진 직후인 90년 초반부터 거대해지는 다국적자본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지만, 세계화 문제에 대한 각 나라의 관심은 매우 낮은 수준이었죠. 한국만 해도 97년 IMF 사태가 일어난 뒤에야 세계화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으니깐요. 처음 약 1년 가까이 논의를 계속해오다가 95년 9월, 아시아와 유럽의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모여 현재 우리 시대에 가장 중요한 ‘포커스’가 무엇인지를 논의하였고, 그 뒤 활동의 폭이 넓어지긴 했지만, 아직도 역량의 한계를 느낍니다”라며 겸손해했다.
최근엔 현장 지원활동 강화
포커스는 97년을 전후하여 상근 활동가들의 전문성이 높아지고 세계화 관련 국제단체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아시아 지역에서 세계화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는 전문단체로 성장했다. 그러나 일반 아시아인들과 세계화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단체로 성장하기 위해 최근에는 인도·라오스·필리핀·베트남·캄보디아 등에 구체적인 현장 지원활동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번의 필리핀 국제평화조사단 파견 역시 현장을 ‘포커스’로 활동하는 이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포커스 홈페이지 http://www.focusweb.org)
마닐라=나효우 통신원 nahyowoo@hotmail.com

사진/ 포커스가 파견한 국제평화조사단이 필리핀의 조사결과를 놓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최근 포커스는 '현장'으로 지평을 넓혔다.

사진/ 포커스의 공동대표인 월든 벨로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