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시민운동
제3세계 저가상품 속에 숨어 있는 가혹한 노동 착취를 고발하는 깨끗한 옷 입기 운동
“당신이 지금 신고 있는 멋진 상앗빛 축구화가, 푸른 잔디 위를 시원스럽게 가로지르는 저 하얀 축구공이, 남미 어느 여공의 눈물과 인도 어린 소년의 핏방울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라면….”
주당 80시간의 가혹한 노동, 노조 결성의 완전한 금지, 화장실 가는 것까지 허가받아야 하는 혹독한 노동통제 등이 국제 콘체른들에 의해 제3세계에서 생산되는 ‘저가 상품’의 그늘진 뒷면이다.
월드컵 계기로 축구인들의 양심 촉구
노조, 교회, 소비자단체 등 200여개의 단체들로 구성된 ‘깨끗한 옷 입기 운동’(Clean-Clothes-Campaign)은 1990년 네덜란드에서 시작되어 현재 유럽 10여개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운동은 자국 기업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제3세계에 대한 노동착취를 반대하는 사회운동으로, 유럽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며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20여개의 사회단체들이 참여한 연대운동으로 성장했고, 2000년에는 독일 최대 주문판매업체, 2001년에는 최대 유통업체를 상대로 제3세계 국가들에서 행한 노동법 및 인권침해를 고발하여 업체들로 하여금 백기를 들게 했다. 특히 소액주주들의 호응을 바탕으로 한 주주총회 개입 운동과 소비자 단체들의 불매운동은 여론의 주목과 폭넓은 사회적 참여를 불러일으킨 주요 원천이 되었다. 이러한 노력의 바탕 위에 ‘깨끗한 옷 입기’ 단체와 해당 업체들이 공동으로 도입한 ‘Code of Conduct’라는 인증제도는 최소한의 인권이 지켜지는 가운데 생산된 제품인가의 여부를 표시하는 제도이다. 이 표시가 부착된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서 소비자는 다소 높아진 가격을 감수해야 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맞아 한창 또 하나의 운동의 펼쳐지고 있다. 이는 바로 월드컵 개막을 한달 정도 앞둔 5월3일에 있을 전국 발표대회를 목표로, ‘다른 이의 희생에 기초한 스포츠 상품’은 사용하지 않겠다는 각 지역축구회의 양심선언을 모아 가는 일이다. 이를 위해 독일 상표인 아디다스와 푸마의 제3세계 인권침해 사례를 꼼꼼히 모아 자료집을 제작·배포하고 있다. 또한 이에 적극 동의하는 종교계 인사와 지방자치 단체들을 통해 지역 축구회를 설득하는 작업도 적극적으로 추진중이다. 특히 독일 국가대표 선수를 비롯한 많은 축구인들이 이미 개별적인 차원에서 이 운동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축구공의 그늘-인도 축구공 산업에서 아동 및 성인노동 실태 및 피파의 역할’이라는 영어보고서도 나왔다(www.indianet.nl/iv.html).
한국·대만 경영진 ‘스카우트’
한편 이 단체의 요청에 따라 베를린 자유대학 교수진이 진행해온 연구 보고서도 지난해 연말에 발표되어 눈길을 끌었다. 이 보고서의 한 사례연구는 국제 콘체른들이 과거 70, 80년대 저가 노동의 상징이라 할 한국과 대만 출신의 경영진을 베트남 공장으로 대거 스카우트하고 있는 실태를 고발하고 있다. 이들은 공장장으로 직접 현장에 투입되어 고강도 노동을 진두지휘하거나, 베트남 경영진의 ‘교육자’로서도 기능하고 있다고 한다(www.wiwiss.fu-berlin.de/w3/w3sydow/Neuersch/index.html).
현재 ‘깨끗한 옷 입기’ 본부는 해당 제3세계 노조 및 시민운동단체, 그리고 비정부기구가 참여하는 감시기구의 설립과 인증표시 발부를 전제로 한 기업들의 다양한 참여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고발과 이에 따른 업체들의 개선 약속, 그리고 소비자들의 양심선언이 과연 지속적인 노동인권 개선을 보장할 수 있는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베를린=강정수 통신원 jskang@web.de
월드컵 계기로 축구인들의 양심 촉구

사진/ 시민단체의 운동에 백기를 들고 만 독일 최대유통업체인 카쉬타트 백화점. 현재 해당업체들은 시민단체가 제안한 저가상품에 대한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