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를 짓밟는 잔인한 댐 건설계획…원주민·농민들이 연대한 메소아메리카 포럼을 가다
과테말라 북부 페텐의 작은 마을 라 케살은 멕시코와 과테말라의 국경을 이루는 우수마신타강에서 한 시간 반 거리에 위치한 과테말라 정글 속에 자리잡고 있다. 겉보기에 이 마을은 여느 마을과 별반 다르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라 케살 마을은 1994년 멕시코에서 15년 동안 머물던 과테말라 난민들 중 일부가 자신의 고국으로 돌아가 세운 마을이다.
80년대 과테말라군은 반군을 지원한다는 혐의를 씌워 원주민들에게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사실상 ‘인종청소’와 다를 바 없는 이 조치로 20만명이 살해되었으며 100만명 이상이 피난처를 찾아 이웃 나라로 갔다. 그 뒤 1992년 과테말라 민족혁명단(URNG)과 과테말라 정부 사이에 평화협정을 체결하자 비로소 난민들이 모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착취자’를 위한 개발인가
지난 3월20일에서 24일까지 라 케살은 ‘댐 건설에 맞서 삶을 지키려는 제1차 메소아메리카 포럼’의 개최지가 되었다. 이 마을을 포럼 장소로 선정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수력발전을 위해 우수마신타강에 세울 댐이 라 케살 마을을 수장시킬 것이며, 약 3천명의 마을 사람들이 또다시 마을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2001년 3월 멕시코 비센테 폭스 대통령은 멕시코 남부지역 및 중앙아메리카 지역의 여러 국가를 개발하기 위한 ‘푸에블라 파나마 계획’(PPP)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멕시코 남부 오아하카주에 자리잡은 테우안테펙 지협에 새로운 운하를 놓아 파나마 운하를 대체하겠다는 프로젝트, 자유무역지대의 창설, 공항과 항만 시설의 확충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개발계획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일련의 수력발전용 댐을 건설한다는 프로젝트다. 멕시코는 물론이고 중앙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들도 모두 댐 건설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대규모 기획은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의 국경지대에 세울 ‘엘 티그레’ 댐 건설계획이다. 이 댐을 세울 경우 3만명의 농민들이 이주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되었다. 수만명의 농민들이 이주해야 하고, 대규모의 비옥한 토지가 수몰되고, 생물의 종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 설치한 보존지구들이 파괴되며, 예측할 수 없는 환경파괴의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는 댐 건설 계획. 포럼 기간에 열린 여러 모임은 이런 사실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해당지역 주민들이 서서히 자각하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보여주었다. 중앙아메리카 지역 주민들은 그동안 가장 기초적인 공적 서비스의 혜택도 누리지 못하였을 뿐만아니라 심지어 전깃불의 혜택조차 체험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러니 농민 단체들과 원주민 단체들이 수력발전용 댐 건설에 맞서 저항하고 투쟁하려는 것이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온두라스 원주민 단체 및 민중 단체의 시민위원회’ 소속 크리스토발 곤살레스는 자신들이 엘 티그레 댐 건설계획에 맞서 싸우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전했다. “우리들은 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댐 건설계획은 농민과 원주민 마을에 전기를 들어오게 하려는 계획이 아닙니다. 이것은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한 뒤 마킬라도라 산업지대를 창설하기 위한 계획일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싸우는 것입니다!” 문화의 다양성마저 파괴 마킬라도라 산업이란 일종의 보세 가공무역 산업을 뜻한다. 수십년 전부터 시작된 이 생산방식은 중남미의 값싼 노동력과 외국 기술의 결합으로 전기용품·피혁제품·의류제품 등을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유형의 생산방식은 그동안 해당 지역에서 많은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노동자들은 형편없이 적은 임금을 받아왔는데, 기업주들은 해당 국가의 노동법은 물론이고 국제노동규약조차도 준수하지 않았다. 심지어 마킬라도라 공장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되는 것조차 금지되어 있다.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단결권조차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킬라도라 공장들의 기업주들은 대부분 외국인들이며 그 가운데는 다수의 한국인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생산방식의 비판자들은 이 산업활동의 이득이 공장이 소재한 나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과 기업주들이 세금조차 내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한다. 멕시코의 비정부기구 ‘공동체의 집단행동에 대한 정치 경제 연구센터’ 소속 구스타보 가스트로는 댐 건설 계획의 다른 측면을 지적한다. “이 계획은 미국의 대외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전기 에너지 부족이 현실화하였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에너지 위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것 때문에 이 거창한 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미국 산업의 전기에너지 수요를 확실히 보장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또한 댐 건설 계획이 원주민들의 문화의 다양성 즉 다양한 언어·전통·관습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는 사실을 주요 테마로 삼고 토론하였다. 과테말라의 경우 20개의 원주민 부족이 살고 있는데 그들 각자는 자기 부족의 고유어를 사용한다. 그런 그들이지만 땅과 관계 맺는 방식은 중요한 공통점 가운데 하나다. 원주민들에게 땅은 바로 ‘어머니’다. 그래서 원주민들은 땅을 늘 마드레 티에라(Madre Tierra·어머니 대지) 라고 한다. 그러므로 수세기에 걸쳐 살아온 땅이 물에 잠긴다는 사실은 땅에서 쫓겨난다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들의 어머니 대지가 유린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머니 대지는 이들에겐 신화와 전설의 요람이고, 자신들의 종교가 태어난 곳이며, 축제가 열린 곳이고, 자신들의 조상이 묻힌 곳이며 자신들의 태를 묻은 곳이다. 이런 사실들은 분명 외국 투자자들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원주민들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다. 그들에게서 소중한 것들을 강제로 빼앗는 것은 아주 심각한 일이다. 그것은 그들의 목숨을 빼앗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 개발계획을 이른바 ‘인종청소’라고 하는 것이다. 지금 전 세계에서는 수천개의 댐들을 세워 운영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이 기술이 빚어낸 재앙에 대한 역사적 경험이 충분히 있다. 수만의 사람들이 기름진 땅에서 메마른 땅으로 쫓겨날 것이며, 그 대가로 어처구니없는 보상금을 받을 것이다. 마을에서 제 발로 걸어나가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온갖 협박을 당할 것이며, 생명까지 위협당할 게 뻔하다. 엘살바도르 출신 하코보 마르티네스는 여러 통의 이름 없는 협박 편지를 받았으며, 몇달 전에는 큰길에서 누군가 그에게 총격을 가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평화적 저항을 조직하기로
그렇다면 이 계획을 어떻게 저지할 것인가? 포럼 참석자들은 먼저 평화적인 저항을 조직하자고 결의했다. 이를 통해 해당 국가들 사이에서 이 개발계획을 수정할 수 있도록 압력을 넣기로 했다. 더불어 이 문제가 국제적인 사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다짐했다.
나흘간의 열띤 토론 끝에 포럼은 많은 성과물을 얻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성과는 이번 포럼을 통해 그간 서로 고립되어 있던 소외된 농민들이 함께 모였다는 점이다. 거대한 댐 괴물에 맞서,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와 외국의 투자자들에 맞서, 요컨대 신자유주의에 맞서 싸우는 이들이 자신들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서로 깨달았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번 포럼의 가장 소중한 의의일 것이다.
농민들, 원주민들, 중앙아메리카 여러 나라의 비정부기구들, 그리고 국제 비정부기구들은 다시 온두라스에서 만나기로 결정했다. 이번 포럼엔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의 20여개국에서 활동하는 90여개 단체에서 340명의 대표자들이 참가했다. 다음엔 더 많은 사람들이 이들과 함께 하리라!
글 에릭 피더슨/치아파스독립미디어 활동가
번역 멕시코시티=박정훈 통신원 jhpark2001@hotmail.com

사진/ 포럼에 참석한 과테말라 라 케살 마을 주민. 이 마을은 댐 건설계획으로 수장된 위기에 놓여 있다.
지난 3월20일에서 24일까지 라 케살은 ‘댐 건설에 맞서 삶을 지키려는 제1차 메소아메리카 포럼’의 개최지가 되었다. 이 마을을 포럼 장소로 선정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수력발전을 위해 우수마신타강에 세울 댐이 라 케살 마을을 수장시킬 것이며, 약 3천명의 마을 사람들이 또다시 마을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2001년 3월 멕시코 비센테 폭스 대통령은 멕시코 남부지역 및 중앙아메리카 지역의 여러 국가를 개발하기 위한 ‘푸에블라 파나마 계획’(PPP)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멕시코 남부 오아하카주에 자리잡은 테우안테펙 지협에 새로운 운하를 놓아 파나마 운하를 대체하겠다는 프로젝트, 자유무역지대의 창설, 공항과 항만 시설의 확충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개발계획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일련의 수력발전용 댐을 건설한다는 프로젝트다. 멕시코는 물론이고 중앙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들도 모두 댐 건설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대규모 기획은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의 국경지대에 세울 ‘엘 티그레’ 댐 건설계획이다. 이 댐을 세울 경우 3만명의 농민들이 이주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되었다. 수만명의 농민들이 이주해야 하고, 대규모의 비옥한 토지가 수몰되고, 생물의 종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 설치한 보존지구들이 파괴되며, 예측할 수 없는 환경파괴의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는 댐 건설 계획. 포럼 기간에 열린 여러 모임은 이런 사실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해당지역 주민들이 서서히 자각하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보여주었다. 중앙아메리카 지역 주민들은 그동안 가장 기초적인 공적 서비스의 혜택도 누리지 못하였을 뿐만아니라 심지어 전깃불의 혜택조차 체험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러니 농민 단체들과 원주민 단체들이 수력발전용 댐 건설에 맞서 저항하고 투쟁하려는 것이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온두라스 원주민 단체 및 민중 단체의 시민위원회’ 소속 크리스토발 곤살레스는 자신들이 엘 티그레 댐 건설계획에 맞서 싸우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전했다. “우리들은 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댐 건설계획은 농민과 원주민 마을에 전기를 들어오게 하려는 계획이 아닙니다. 이것은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한 뒤 마킬라도라 산업지대를 창설하기 위한 계획일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싸우는 것입니다!” 문화의 다양성마저 파괴 마킬라도라 산업이란 일종의 보세 가공무역 산업을 뜻한다. 수십년 전부터 시작된 이 생산방식은 중남미의 값싼 노동력과 외국 기술의 결합으로 전기용품·피혁제품·의류제품 등을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유형의 생산방식은 그동안 해당 지역에서 많은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노동자들은 형편없이 적은 임금을 받아왔는데, 기업주들은 해당 국가의 노동법은 물론이고 국제노동규약조차도 준수하지 않았다. 심지어 마킬라도라 공장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되는 것조차 금지되어 있다.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단결권조차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킬라도라 공장들의 기업주들은 대부분 외국인들이며 그 가운데는 다수의 한국인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생산방식의 비판자들은 이 산업활동의 이득이 공장이 소재한 나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과 기업주들이 세금조차 내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한다. 멕시코의 비정부기구 ‘공동체의 집단행동에 대한 정치 경제 연구센터’ 소속 구스타보 가스트로는 댐 건설 계획의 다른 측면을 지적한다. “이 계획은 미국의 대외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전기 에너지 부족이 현실화하였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에너지 위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것 때문에 이 거창한 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미국 산업의 전기에너지 수요를 확실히 보장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또한 댐 건설 계획이 원주민들의 문화의 다양성 즉 다양한 언어·전통·관습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는 사실을 주요 테마로 삼고 토론하였다. 과테말라의 경우 20개의 원주민 부족이 살고 있는데 그들 각자는 자기 부족의 고유어를 사용한다. 그런 그들이지만 땅과 관계 맺는 방식은 중요한 공통점 가운데 하나다. 원주민들에게 땅은 바로 ‘어머니’다. 그래서 원주민들은 땅을 늘 마드레 티에라(Madre Tierra·어머니 대지) 라고 한다. 그러므로 수세기에 걸쳐 살아온 땅이 물에 잠긴다는 사실은 땅에서 쫓겨난다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들의 어머니 대지가 유린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머니 대지는 이들에겐 신화와 전설의 요람이고, 자신들의 종교가 태어난 곳이며, 축제가 열린 곳이고, 자신들의 조상이 묻힌 곳이며 자신들의 태를 묻은 곳이다. 이런 사실들은 분명 외국 투자자들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원주민들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다. 그들에게서 소중한 것들을 강제로 빼앗는 것은 아주 심각한 일이다. 그것은 그들의 목숨을 빼앗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 개발계획을 이른바 ‘인종청소’라고 하는 것이다. 지금 전 세계에서는 수천개의 댐들을 세워 운영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이 기술이 빚어낸 재앙에 대한 역사적 경험이 충분히 있다. 수만의 사람들이 기름진 땅에서 메마른 땅으로 쫓겨날 것이며, 그 대가로 어처구니없는 보상금을 받을 것이다. 마을에서 제 발로 걸어나가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온갖 협박을 당할 것이며, 생명까지 위협당할 게 뻔하다. 엘살바도르 출신 하코보 마르티네스는 여러 통의 이름 없는 협박 편지를 받았으며, 몇달 전에는 큰길에서 누군가 그에게 총격을 가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평화적 저항을 조직하기로

사진/ 멕시코 치아파스 대표단이 포럼 폐막식에서 사파티스타 찬가를 힘차게 부르고 있다. 댐건설 계획은 원주민들의 문화 다양성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에릭 페더슨(46·Erik Pedersen)은 덴마크 출신 기자로 덴마크 비정부기구인 ‘인터내셔널 포럼’에서 출간하는 잡지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