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시민운동
필리핀 국제 엔지오들의 모임 아시아 코커스…국제 활동가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 시작
요즘 아태재단에 흘러들어간 자금 문제로 이래저래 시끄러운 모양이다. 진위여부야 검찰에서 밝히겠지만, 세계 시민사회단체를 소개하는 자리에 머리말로 꺼내는 까닭은 다른 데 있다. 한반도의 평화통일과 아시아 민주화를 위한다는 이유로 지난 1994년, 아태재단이 세워졌을 때만해도 필자는 순박한 기대를 걸었다. 그동안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애를 쓴 많은 해외 시민사회단체들에게 신세를 갚는 일들이 아태평화재단, 그 이름 그대로 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버마 민주화운동 지원
사실 아시아에서 수많은 국제 엔지오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한국의 엔지오들이 해외의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지속적인 활동을 하는 모습도 보기 힘들고, 국제 엔지오에 나름대로 위치를 갖고 활동하는 한국인도 거의 없다. 우리에게 부러움과 시샘이 되는 이런 국제활동을 하는 엔지오들이 많기로는 과거에는 홍콩을 손꼽았지만, 최근에는 필리핀·인도·타이를 들 수 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도 최근 부쩍 늘어가는 추세다. 자연스럽게 이런 국제 엔지오들 간의 정보교환과 공동의 활동을 위해 크고 작은 모임들이 있게 마련인데, 아시아 코커스(Asia Caucus)는 필리핀에 있는 국제 엔지오들의 모임이다. 아시아 지역 농민단체에서부터 여성, 인권, 아시아 대학원, 언론단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단체들이 한달에 한번씩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정보교환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버마·동티모르 등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할 나라들에 대해 함께 협의를 한다. 처음 이 모임은 1999년, 아시아 농촌 인간자원 발전 협의연대(아시아드라·AsiaDHRRA)를 이끌고 있는 말린 라미레즈(39)가 제안하면서 만들어졌다. “필리핀에 있는 국제 엔지오들의 주소록을 정리하다 보니 100여개가 되더군요. 그 가운데에는 유명무실한 것도 있고, 서로 중복된 사업을 하기도 해서 함께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죠.” 이렇게 시작한 모임은 정책토론을 하는 월례모임 이외에 홍보물편집 모임, 회원 관리 모임, 공동사업위원회 모임 등이 별도로 진행된다. 각 단체에서 분담하는 월 회비로 회의 소집 책임자의 일상 경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공동사업의 경우 해당되는 단체에서 공동출자하고 있다. “이 모임을 통해 인도네시아 민주화에 국제 엔지오들의 다양한 지원 활동이 이뤄지면서 상호 연대의 필요성을 깊이 느끼게 됐죠.” 최근에는 버마 민주화운동을 지원하는 사업을 함께 하는데, 태국 국경지대보다는 버마 국내에 집중적인 지원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인간 엔지니어'의 길을 걷다 라미레즈는 1987년 필리핀 농민운동 단체에서 활동하며 시민운동에 첫발을 내디뎠다. 대학교에서 공학을 전공한 말린은 졸업 후 2년간 일반 회사를 다니면서 “반복되는 일상생활이 좁게만 느껴져” 갑갑했을 때 우연치 않게 필리핀 농민단체 간사로 취업할 기회가 주어졌다. “기계 다루는 엔지니어말고 사람을 엮는 인간 엔지니어가 돼보지 않겠느냐”는 말에 일년만 해보자 싶었던 것이 15년째로 접어들었다. 그래서 그는 사람을 키우는 일에 무척 관심이 많다. “아시아 시민사회는 젊고, 능력 있는 사람이 많이 필요합니다. 미국의 패권이 거세지고, 유럽이 하나가 되었습니다. 아시아에는 아시아 문화를 이해하고 경험이 많은 아시아 활동가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아시아코커스는 긴 안목을 갖고 올해부터 아시아 국제활동가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시작하고자 한다. 바닥 현장 체험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 그리고 넓게 볼 줄 아는 시야가 있는 사람이 국제활동에서 조금만 훈련받으면 자기 몫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한국 민주화 운동의 역사와 역량을 볼 때, 본인 스스로 언어가 안 된다는 이유로 짐짓 포기하거나 긴 안목을 갖고 이들을 뒷받침해줄 만한 단체가 아직 없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 변명하기조차 부끄러운 상황을 언제까지 되풀이해야 할지, 그러면서 언뜻 드는 생각 하나, 아태재단도 이름에 걸맞게 아시아 국제 엔지오들을 돕고 인재를 양성하는 민간재단으로 확 바꾸면 안 될까? 마닐라=나효우 통신원 nahyowoo@hotmail.com

사진/ 아시아 코커스를 처음 제안한 라미레즈. 그는 아시아의 국제활동가를 키우는 일에 관심이 많다.
사실 아시아에서 수많은 국제 엔지오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한국의 엔지오들이 해외의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지속적인 활동을 하는 모습도 보기 힘들고, 국제 엔지오에 나름대로 위치를 갖고 활동하는 한국인도 거의 없다. 우리에게 부러움과 시샘이 되는 이런 국제활동을 하는 엔지오들이 많기로는 과거에는 홍콩을 손꼽았지만, 최근에는 필리핀·인도·타이를 들 수 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도 최근 부쩍 늘어가는 추세다. 자연스럽게 이런 국제 엔지오들 간의 정보교환과 공동의 활동을 위해 크고 작은 모임들이 있게 마련인데, 아시아 코커스(Asia Caucus)는 필리핀에 있는 국제 엔지오들의 모임이다. 아시아 지역 농민단체에서부터 여성, 인권, 아시아 대학원, 언론단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단체들이 한달에 한번씩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정보교환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버마·동티모르 등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할 나라들에 대해 함께 협의를 한다. 처음 이 모임은 1999년, 아시아 농촌 인간자원 발전 협의연대(아시아드라·AsiaDHRRA)를 이끌고 있는 말린 라미레즈(39)가 제안하면서 만들어졌다. “필리핀에 있는 국제 엔지오들의 주소록을 정리하다 보니 100여개가 되더군요. 그 가운데에는 유명무실한 것도 있고, 서로 중복된 사업을 하기도 해서 함께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죠.” 이렇게 시작한 모임은 정책토론을 하는 월례모임 이외에 홍보물편집 모임, 회원 관리 모임, 공동사업위원회 모임 등이 별도로 진행된다. 각 단체에서 분담하는 월 회비로 회의 소집 책임자의 일상 경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공동사업의 경우 해당되는 단체에서 공동출자하고 있다. “이 모임을 통해 인도네시아 민주화에 국제 엔지오들의 다양한 지원 활동이 이뤄지면서 상호 연대의 필요성을 깊이 느끼게 됐죠.” 최근에는 버마 민주화운동을 지원하는 사업을 함께 하는데, 태국 국경지대보다는 버마 국내에 집중적인 지원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인간 엔지니어'의 길을 걷다 라미레즈는 1987년 필리핀 농민운동 단체에서 활동하며 시민운동에 첫발을 내디뎠다. 대학교에서 공학을 전공한 말린은 졸업 후 2년간 일반 회사를 다니면서 “반복되는 일상생활이 좁게만 느껴져” 갑갑했을 때 우연치 않게 필리핀 농민단체 간사로 취업할 기회가 주어졌다. “기계 다루는 엔지니어말고 사람을 엮는 인간 엔지니어가 돼보지 않겠느냐”는 말에 일년만 해보자 싶었던 것이 15년째로 접어들었다. 그래서 그는 사람을 키우는 일에 무척 관심이 많다. “아시아 시민사회는 젊고, 능력 있는 사람이 많이 필요합니다. 미국의 패권이 거세지고, 유럽이 하나가 되었습니다. 아시아에는 아시아 문화를 이해하고 경험이 많은 아시아 활동가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아시아코커스는 긴 안목을 갖고 올해부터 아시아 국제활동가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시작하고자 한다. 바닥 현장 체험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 그리고 넓게 볼 줄 아는 시야가 있는 사람이 국제활동에서 조금만 훈련받으면 자기 몫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한국 민주화 운동의 역사와 역량을 볼 때, 본인 스스로 언어가 안 된다는 이유로 짐짓 포기하거나 긴 안목을 갖고 이들을 뒷받침해줄 만한 단체가 아직 없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 변명하기조차 부끄러운 상황을 언제까지 되풀이해야 할지, 그러면서 언뜻 드는 생각 하나, 아태재단도 이름에 걸맞게 아시아 국제 엔지오들을 돕고 인재를 양성하는 민간재단으로 확 바꾸면 안 될까? 마닐라=나효우 통신원 nahyowoo@hot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