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황사 몰려온 3월20일의 풍경들…흙먼지 속에 침몰한 건물들, 약국은 오히려 호황
베이징 중앙기상대는 3월20일 오전 찬 공기를 동반한 대량의 모래흙먼지가 베이징에 진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베이징 시민들은 19일 저녁 이 예보를 들으면서 서둘러 창문을 닫고, 문단속에 들어갔다. 오랫동안 황사에 익숙한 이들의 몸놀림이다.
3월20일 오전 7시. 강한 바람 때문에 덜컹거리는 창문 소리에 눈을 뜰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밖은 너무나 조용했다. 오히려 간밤에 대지를 살짝 적실 만큼의 비가 내렸다. 약간 쌀쌀한 날씨였다. 계속 비가 내려주기를 기대하며 우산을 챙겨들고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은 곧이어 눈앞이 캄캄해지는 장면을 목격하였다.
대부분의 상점 문 닫아
3월20일 오전 9시. 도시 전체가 매케한 흙내를 풍기면서 누렇게 변하기 시작했다. 100m 전방만이 뿌옇게 가시권에 들어올 뿐 그 뒤는 형체를 분간할 수조차 없었다. 도로의 자동차들은 미등을 켜고 달렸고, 자전거를 탄 시민들은 힘겹게 페달을 밟았다. 건물과 상점들은 대낮처럼 불을 밝혔는데도 도시는 뿌연 먼지 속에 가려 누런 회색빛을 띠고 있었다. 다행히 간밤에 내린 비와 흐린 날씨 탓에 지표면의 온도가 낮아 모래먼지가 심하게 흩날리지는 않았다. 기상대는 당분간 5∼6급의 편북풍이 계속될 것이며, 동시에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 예상되니 추위에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 베이징 시민들에게는 불청객 황사에 대비한 봄철 필수품이 있다. 여자들은 얇은 망사로 된 보자기로 얼굴과 머리를 가리고 다닌다. 남자들은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검은 안경을 낀다. 이 날도 대부분의 시민들이 완전 무장을 하고 나왔지만, 미처 준비를 하지 못한 사람들은 약국으로 달려가 마스크를 사느라 분주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금세 목이 아파오고 호흡이 곤란해졌다. 모자를 쓰지 않으면 순식간에 머리카락이 회색으로 바뀌었다. 미세한 모래흙이 얼굴에 불어와 눈을 뜰 수 없는 상황이라 사람들은 자전거에서 내려 고개를 숙인 채 대부분 발길을 집으로 돌렸다. 심지어 신호등의 초록색과 빨간색조차 제대로 구분할 수 없었다. 3월20일의 지독한 황사 때문에 가장 덕을 본 곳은 약국이었다.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의 아우성에 물건이 동나서 팔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 틈을 이용해 평소보다 비싼 값을 부르는 곳도 있었다. 이밖에 보자기·모자·안경 등을 파는 상점도 황사덕을 톡톡히 보았다. 반면 대부분 상점이나 소규모 음식점은 아예 문을 닫아버렸다. 도로 주변에 있는 세차장 주변에는 평소에 수십명의 세차원들이 도로 앞에 나와 수건을 흔들며 호객행위를 한다. 그러나 이 날은 단 한명도 수건을 흔드는 세차원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또 점심시간에 샐러리맨들의 시장기를 간단히 채워주는 작은 식당들은 밖에 내놓은 식탁을 모두 안으로 들여놓았다. 그러나 한국처럼 초등학교의 휴교령이 내려지는 일은 없었다. 워낙 자주 겪는 일이라서, 황사가 올 때마다 휴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베이징의 부모들도 자녀의 등교길에 각별한 관심을 쏟았다. 보자기·마스크 등 ‘완전무장’ 시킨 자녀의 손을 잡고 학교로 향하는 부모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1인당 3kg씩 들이마셔
이날 베이징 시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모래흙먼지 바람이 언제 끝날 것인가”였다. 기상예보를 알려주는 핫라인 ‘221’은 하루 종일 울려댔다. <베이징 완바오>에 따르면 평소 1명의 직원이 ‘221’ 전화를 받는데, 이 날은 4명의 전문가가 배치되었다고 한다.
평소 베이징 최고의 관광지로 외지인과 외국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티엔안먼(천안문) 광장도 이 날은 텅텅 비어 있었다. 광장 옆 지하도에는 재앙과 같은 황사를 예측하지 못하고 일정에 따라 관광을 나온 외국인 단체 여행객들로 북적댔다. 베이징의 가장 번화가인 장안지에 양옆의 화단에 핀 하얀색 백옥란이 황토색으로 바뀌었다.
모래바람 속에도 볼거리가 하나 있었다. 모두들 지독한 황사에 몸을 숨겼는데도 티엔안먼 광장에서 펄럭이는 국기 아래 서 있는 보초병만은 꿈쩍도 하지 않고 모래바람을 맞고 서 있었다.
3월21일. 드디어 햇빛이 나왔다. 전날 흐린 날씨에 잘 보이지 않던 모래흙먼지가 이번에는 강풍과 함께 선명히 눈에 들어왔다. 뿌옇던 회색빛 도시는 사라졌지만 건조한 바람을 타고 흙먼지가 입과 코를 통해 몸속으로 사정없이 들어왔다. 전날과 달리 사람들은 모자 달린 옷이나 머리 수건을 두르고 출근길에 나섰다. 점점 바람의 세기가 강해져 22일은 걷기도 힘들 정도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병원을 찾았다. 각 병원 안과에는 눈에 흙먼지가 들어가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국가환경총국에 따르면 이번 샤천바오(모래흙먼지)에는 중금속물질(TSP)이 입방미터당 최고 11000mg이 들어 있어 2000년 4월에 발생한 샤천바오보다 4배나 높은 수치를 보였다. 약 3만톤의 모래흙이 베이징에 도착했다고 하니, 베이징 시민 1인당 평균 3kg의 모래흙을 들이마신 셈이다.
중앙기상대에 따르면 이번 황사는 90년대 들어 최악이었다. 이번 모래흙먼지바람이 영향을 받은 지역도 이례적으로 범위가 넓었다. 중국 장지앙 이북의 모든 지역이 이번 황사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샨시 북부, 화베이 북부, 동베이 평원은 7∼8급의 강풍이 동반되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베이징 시민들은 황사가 결코 반갑지 않은 손님이지만 으레 봄이 되면 치러야 할 연중행사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년 강도가 심해지는 샤천바오에 “더 이상 속수무책으로 있을 수는 없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
이번 황사는 지난 3월17일 러시아 카자흐스탄에서 시작된 바람이 계속 동쪽으로 이동하던 중 신쟝의 찬 공기와 멍구 지역의 저기압이 만나 훈산다커를 비롯한 4대 사막의 흙먼지를 불러일으키면서 비롯됐다. 멍구지역은 해발 1500m를 넘어서는 반면, 베이징은 해발 200m에도 미치지 않는다. 이 같은 해발 차이 때문에 황사가 시작되면 베이징 상공에 서서 모래를 아래로 흩날리는 것과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해마다 훈산다커 사막은 3천만톤의 모래흙먼지를 화북 쪽으로 날린다.
베이징 시민들 나무심기 열풍
중국환경과학원 생태연구소 까오지시 소장은 “원래 서부지역의 생태환경이 취약하고, 기후도 건조한데, 최근 10년 동안 서부지역의 경작지가 점점 늘어나고, 산림이나 초원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며 서부지역의 환경파괴를 샤천바오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환경보호 전문가들은 황사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강도를 낮출 수는 있다고 말한다. 중국환경보호국이 추진하는 식수조림, 생태보호막 건설, 농경지를 초원으로 바꾸는 작업 등이 그 대책이다. 구체적으론 네이멍구의 훈산다커 사막에 ‘생태회복 그린벨트’를 건설하고, 방목을 금지하며, 방풍림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는 중국 정부가 향후 10년간 계획·추진할 환경보호사업이다.
이번에 베이징을 강타한 샤천바오의 영향으로 한 가지 희소식이 들린다. 지난 3월22일 봄철 식수(植樹) 대회 참여자를 모집하는 행사에 베이징 시민 3천명이 등록했다는 소식이다. 불청객 샤천바오가 베이징 시민들의 나무심기 열기를 불러일으킨 셈이다.
베이징=황훈영 통신원 kkccjjhh@hanmail.net

사진/ 3월20일 보자기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거리를 지나다니는 베이징 시민들. 황사 때문에 신호등의 초록색과 빨간색조차 제대로 분간할 수 없었다. (AP연합)
3월20일 오전 9시. 도시 전체가 매케한 흙내를 풍기면서 누렇게 변하기 시작했다. 100m 전방만이 뿌옇게 가시권에 들어올 뿐 그 뒤는 형체를 분간할 수조차 없었다. 도로의 자동차들은 미등을 켜고 달렸고, 자전거를 탄 시민들은 힘겹게 페달을 밟았다. 건물과 상점들은 대낮처럼 불을 밝혔는데도 도시는 뿌연 먼지 속에 가려 누런 회색빛을 띠고 있었다. 다행히 간밤에 내린 비와 흐린 날씨 탓에 지표면의 온도가 낮아 모래먼지가 심하게 흩날리지는 않았다. 기상대는 당분간 5∼6급의 편북풍이 계속될 것이며, 동시에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 예상되니 추위에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 베이징 시민들에게는 불청객 황사에 대비한 봄철 필수품이 있다. 여자들은 얇은 망사로 된 보자기로 얼굴과 머리를 가리고 다닌다. 남자들은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검은 안경을 낀다. 이 날도 대부분의 시민들이 완전 무장을 하고 나왔지만, 미처 준비를 하지 못한 사람들은 약국으로 달려가 마스크를 사느라 분주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금세 목이 아파오고 호흡이 곤란해졌다. 모자를 쓰지 않으면 순식간에 머리카락이 회색으로 바뀌었다. 미세한 모래흙이 얼굴에 불어와 눈을 뜰 수 없는 상황이라 사람들은 자전거에서 내려 고개를 숙인 채 대부분 발길을 집으로 돌렸다. 심지어 신호등의 초록색과 빨간색조차 제대로 구분할 수 없었다. 3월20일의 지독한 황사 때문에 가장 덕을 본 곳은 약국이었다.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의 아우성에 물건이 동나서 팔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 틈을 이용해 평소보다 비싼 값을 부르는 곳도 있었다. 이밖에 보자기·모자·안경 등을 파는 상점도 황사덕을 톡톡히 보았다. 반면 대부분 상점이나 소규모 음식점은 아예 문을 닫아버렸다. 도로 주변에 있는 세차장 주변에는 평소에 수십명의 세차원들이 도로 앞에 나와 수건을 흔들며 호객행위를 한다. 그러나 이 날은 단 한명도 수건을 흔드는 세차원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또 점심시간에 샐러리맨들의 시장기를 간단히 채워주는 작은 식당들은 밖에 내놓은 식탁을 모두 안으로 들여놓았다. 그러나 한국처럼 초등학교의 휴교령이 내려지는 일은 없었다. 워낙 자주 겪는 일이라서, 황사가 올 때마다 휴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베이징의 부모들도 자녀의 등교길에 각별한 관심을 쏟았다. 보자기·마스크 등 ‘완전무장’ 시킨 자녀의 손을 잡고 학교로 향하는 부모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1인당 3kg씩 들이마셔

사진/ 황사의 진원지인 네이멍구(내몽고)지역의 사막. 중국 정부는 최근 방풍림 건설 등 환경보호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YGM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