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스위스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하는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뉴질랜드는 정책 목표를 국내총생산(GDP) 성장에서 행복 증진으로 전환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미국의 인터넷 매체 <복스>는 “GDP를 잊어라, 뉴질랜드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Well-being) 도입”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뉴스를 내보냈다. 부제 또한 “새로운 국가 행복 예산, 돈보다 시민 행복 우선”이란 선명한 메시지를 담았다. <복스>는 기사 첫머리에서 뉴질랜드 행복 예산으로의 대전환 의미를 잘 정리하고 있다. “우리는 국가의 성공을 GDP라는 잣대로 평가해왔다. 그런 고정관념을 뉴질랜드가 흔들었다. 처음으로 행복 예산을 도입하면서 국가의 성공을 전혀 다른 잣대로 평가하겠다는 도전장을 던졌다.”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는 “뉴질랜드가 처음 도입한 행복 예산은 정부가 일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보여주고, 국가의 성공을 다른 방식으로 측정하려는 것”이라면서 “GDP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행복을 증진하고 환경을 보호하고 공동체를 함양하는 새로운 길을 찾아나가자는 것”이라고 <한겨레21>에 설명했다. 정신건강 증진, 아동 빈곤 개선에 중점 구체적으로 뉴질랜드의 첫 행복 예산은 다섯 가지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터너 대사는 “뉴질랜드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정신건강, 아동 빈곤, 가정폭력과 같이 뉴질랜드가 직면한 장기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동시에 마오리 원주민과 남태평양계 뉴질랜드인들의 삶을 지원하고, 경제구조를 전환하면서 생산적인 국가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는다”고 말했다. 조심스럽게 이 말을 뒤집으면, 뉴질랜드에서 불행한 사람들을 덜 불행하게(또는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하는 데 예산을 가장 먼저 투입하겠다는 뜻이다. 또한 경제구조 전환이나 경제의 활력 증진에 당연히 힘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뉴질랜드 행복 예산에서는 정신건강 증진이 최대 역점 분야로 제시됐다. 그만큼 정신질환으로 불행에 빠진 뉴질랜드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올해 행복 예산 총액 38억뉴질랜드달러 중 무려 13억5800만뉴질랜드달러가 투입된다. 뉴질랜드의 집권 노동당은 행복 예산을 설명하는 누리집에서 “우리는 정신건강과 중독 문제를 너무나 오랫동안 개인 일로 치부해왔다”면서 “행복 예산을 도입하면서 뉴질랜드 사람의 정신건강 증진에 사상 최대 투자를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는, 정신질환 예방부터 집중 치료에 이르기까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무료로 즉시 도움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정책 목표다. 이를 위해 시민단체나 대학, 지역 커뮤니티센터 등에 훈련된 전문 인력을 두루 배치하기로 했다. 중·고등학생 5600명이 추가로 학교에서 자살 예방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홈리스 2700명이 안락한 집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안도 있다. 두 번째 정책 목표가 아동 빈곤 개선이다. 뉴질랜드는 가정폭력을 당하는 아이가 많다고 파악했다. 고질적 가정폭력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 데 예산을 많이 쓰기로 했다. 전문가의 도움을 강화하고, 피해 어린이의 피난처 제공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에서 학교 지원 예산을 늘려, 저소득층 부모가 학교 기부금을 내야 하는 부담도 덜어준다. 행복 예산은 마오리 원주민과 남태평양 섬 주민의 공동체 강화에도 집중 투입된다. 이들은 백인 뉴질랜드인보다 소득도 낮고 교육 수준도 낮고 행복지수도 낮게 측정된다.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덜어주는 것이 행복 예산의 궁극적 목표다. 마오리와 남태평양 주민의 건강 격차를 줄이는 데 힘을 쏟고, 이를 위해 전통적인 공동체 건강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범죄를 저지른 주민이 재범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고유 언어의 사용과 확산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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