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 미 요구는 “주권 침해” 반발 미국과 중국의 ‘벼랑 끝 전술’ 기싸움이 이어지면서 세계경제도 패권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미-중은 과연 타협할 수 있을까? 그리고 타협은 과연 패권 전쟁의 ‘종전 선언’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여기서 잠시 이번 전쟁의 출발점으로 돌아가보자.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미-중 관계는 고비를 맞고 있었다.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중국의 막대한 대미 무역 흑자에 대한 미국의 불만은 계속됐다. 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신자유주의 글로벌 경제체제가 저렴한 노동력이 있는 생산기지로서 중국을 활용하는 국제적 분업 체제가 이미 공고화된 상황이었다. 상당수 전문가들이 미-중 관계를 “싸우지만 헤어질 수 없는 부부”에 비교하면서, 양국이 경제적으로 너무나 깊고 넓게 얽혀 있어 ‘신냉전’은 불가능하다고 분석한 이유다. 트럼프와 시진핑이라는 새로운 지도자가 들어서면서 ‘신시대’가 펼쳐졌다. 중국에서는 시진핑 지도부가 ‘중국제조 2025’ 전략을 내세워 첨단기술 분야와 국유기업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고, ‘중국몽’과 ‘일대일로’ 등의 정책을 펼치며 2050년까지 미국을 뛰어넘는 세계 최강대국이 되겠다는 의도를 과시했다. 미국에서도 더는 중국의 도전을 묵과할 수 없고, 지금이 아니면 중국의 부상을 막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때부터 미국인들 사이에 퍼진 중국에 대한 공포와 우려를 부추기며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트럼프-시진핑, ‘신냉전 불가’ 전망 뒤엎어 애초 중국 지도부는 트럼프라는 ‘장사꾼’을 만만하게 생각했다. 트럼프가 제기한 무역 적자 문제는 미국산 제품을 대량 사주는 정도의 타협책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2018년 5월과 7월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은 미국 제품을 대규모로 사는 것을 중심으로 미국 대표단과 원칙적인 합의를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두 차례 모두 거부해 타협은 무산됐다. 중국은 그제야 미국의 핵심 요구는 무역 적자 축소보다 훨씬 큰 중국의 첨단 전략산업 무력화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반도체와 통신장비의 기술 우위는 누가 미래 산업의 주도권과 군사적 패권을 쥐게 되느냐와 직결된다.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미래 산업, 금융, 무기 시스템도 모두 네트워크와 반도체 기술이 결정한다. ‘중국제조 2025’는 중국 정부가 나서서 이 분야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려는 것이고, 미국은 이를 포기하라고 요구했다. 미국의 전략 목표는 첨단기술 패권 유지와 함께 중국의 발전모델 자체를 바꾸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성장모델을 ‘국가자본주의’로 보면서, 중국 정부가 중국 국유기업에 특혜를 주고 외국 기업에 불리한 관행을 유지하고, 금융시장을 통제하고, 중국 시장에 진출한 외국 기업에 강제로 기술이전을 요구하는 식의 불공정 경쟁으로 초고속 성장을 한 모델 자체를 바꾸라는 요구다. 트럼프, 지지층 타격 최소화 관건 쇠퇴하고 있지만 여전히 막강한 미국과 부상하고 있지만 약점이 많은 도전자 중국은 이미 패권 경쟁이라는 전장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았다. 중단기적으로 보면, 미국과 중국 모두 조기 타협이냐 장기전이냐를 결정할 열쇠는 국내 문제다. 특별검사 보고서 위기는 넘겼지만 여전히 여러 사법 조사에 쫓기는 트럼프에게 재선은 절박하다. 트럼프는 다음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중국으로부터 큰 양보를 받아내면서도, 미국 경제가 타격 입지 않고, 지지층 손해도 최소화하는 복잡한 게임을 벌여야 한다.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견제 정책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도 이례적인 초당적 지지가 있었다. 재계에서도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가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적 관행에 균열을 내고, 중국 시장 개방을 넓히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미-중이 본격적인 관세 보복전에 나서면서 미국의 소비자와 기업, 특히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농민들의 타격이 심해진다면, 트럼프의 고민도 깊어지게 된다. 시진핑 주석이 직면한 국내 상황은 훨씬 미묘하다. 현재 중국 경제의 문제는 내부에서 누적된 경제구조의 모순에서 비롯된 부분이 더 크다. 지방정부 부채를 비롯해 천문학적 부채가 쌓였고, 정부의 대규모 투자를 동력으로 하는 성장모델을 고수하기도 힘들다. 미국에 수출해 거둔 막대한 달러 외환보유고로 미국 국채를 사들여 미국 소비자가 중국 물건을 사게 하는 모델도 한계에 부닥쳤다. 이 상황에서 미국의 고관세 부과로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큰 타격을 입게 될 경우, 시진핑 지도부는 겉으로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실제로는 타협을 모색할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의 한 경제 전문가는 <한겨레>에 “지도부에서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가 미치는 영향을 이미 시뮬레이션을 해, 감내하기 어려울 만큼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조만간 중국이 타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미–중 무역협상 이틀째인 5월10일 미국 워싱턴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왼쪽)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의 말을 듣고 있다. 5월15일 미국 뉴욕 스태튼섬에서 기중기로 컨테이너를 운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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