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스포츠 - 파키스탄
유럽 횡포로 남아시아 특기종목 사양길… ‘어린이노동’ 앞세운 스포츠산업 제재도 큰 타격
미국이 제국주의적 압력을 행사하지 않는 분야가 이 세상에 있을까? 스포츠판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리더십을 인정하는 한 뿌리의 유럽국가들도 때때로 미국으로부터 사기를 당해 눈물을 흘릴 정도니, 제3세계 국가들의 한탄이야 오죽하겠는가 싶다. 국제 스포츠가 미국과 그 유럽의 동맹국들 지배 아래 있다고 해도 전혀 지나친 표현이라 할 수 없는 이 세상을 둘러본다면 말이다.
예술적 하키, 힘의 하키에 눌리다
파키스탄이야 국제 스포츠계의 약골인데다, 파키스탄이 즐기는 크리켓과 하키, 스쿼시 같은 종목들은 미국에는 별로 ‘쓸모없는’ 것들이다. 덕분에 경기를 놓고 미국과 직접적인 스포츠 충돌을 일으킬 만한 일이 별로 없지만, 듣는 바로는 한국이나 중국과 같은 신흥 스포츠 강국들이 애를 먹고 있다고 하니 깊은 동정심이 우러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파키스탄이 미국과 유럽식 스포츠제국주의에서 자유롭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파키스탄도 크리켓과 하키 같은 종목에서는 유럽을 능가하는 실력을 보이면서, 일부 유럽국가들과 심각한 마찰을 빚어왔다. 크리켓은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그리고 백인들 중심의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국제크리켓위원회를 장악하고 있는 탓에 늘 파키스탄, 인도, 스리랑카 같은 국가들은 권리를 짓밟힐 수밖에 없었다. 하키도 예외가 아닌데, 독일, 스페인, 영국 그리고 네덜란드 같은 유럽국가들이 아시안 스타일을 가꾸어온 파키스탄과 인도 그리고 한국과 말레이시아 같은 국가들에게 불리하도록 룰을 개정해 애를 먹고 있다. 가령 페널티 코너의 룰을 개정한 것은 자신들의 힘을 악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만하다.
하키에서 아시안스타일과 유러피언스타일은 큰 차이가 난다. 전자가 숏패스를 통해 릴라이와 드리블을 강조하는 좀더 예술적인 형태인 반면, 후자는 힘을 앞세워 치고 달리기나 페널티 코너를 주로 이용하는 특징을 지녔다. 그러니 유럽팀들은 자신들의 주무기인 힘의 하키에 어울리도록 모든 룰을 개정해왔고, 결국 197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하키판을 주름잡던 파키스탄과 인도는 유럽의 압박에 지쳐 지금은 사양길에 접어들고 말았다.
따져보면 스포츠의 경기 내적인 문제만 심각한 것도 아니다. 미국과 유럽은 스포츠산업 분야에서마저도 심각한 횡포를 부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어린이노동 문제를 내세워 파키스탄의 스포츠산업에 대한 경제제재를 가해왔는데, 특히 세계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파키스탄의 축구공과 배드민턴 라켓 그리고 크리켓 배트에다 각종 장비들이 모조리 철퇴를 맞았다. 저임금 생산으로 고이윤을 노린 세계적인 스포츠 상표들이 파키스탄에 투자해서 흡혈적 저임금 경쟁구조를 형성한 판에, 어린이노동을 문제삼는 근엄한 도덕군자, 이게 바로 미국과 그 동맹국 유럽의 정체다.
이러니 전통적으로 스포츠용품 생산의 주무대였던 시알코트 같은 곳은 미국과 유럽의 수입제재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시알코트의 고전은 몇년 전부터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파키스탄 전역으로까지 영향을 끼칠 만큼 위력적이다.
이것이야말로 ‘스포츠제국주의’
어린이노동, 말이 난 김에 짚어보자. 아이들까지 나서야 겨우 입에 풀칠이라도 가능한 생존의 문제가 걸린 처참한 현실을 무시한 채, 피를 빠는 저임금정책을 강요해온 미국과 유럽의 투자자본들이 어린이노동을 나무랄 수 있겠는가? 어린이노동 문제는 그렇게 감상적이거나 낭만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그들의 주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제국주의적 태도와 태생적 부도덕성을 지닌 자본의 증식논리를 숨긴 채, 백날 떠들어본들 제3세계의 어린이노동 문제는 해결책이 없다는 게 나만의 판단일까? 뉴욕의 부모들과 런던의 부모들 그리고 파키스탄의 부모들 사이에 과연 다른 ‘심장’이 존재해서일까? 1주일을 굶고 1달을 목말라하고 1년을 피똥 싸면서도 어린이노동을 타박할 뉴욕과 런던의 부모들이 있을까?
이런 일방적인 제국주의적 시선과 방식 아래, 결국 파키스탄의 스포츠는 절멸해가고 있다. 경기에서도 이길 수 없고, 산업에서도 이길 수 없는, 스산한 패배감만 남은 것이 파키스탄의 스포츠다. 우린 이걸 스포츠제국주의의 횡포라 부른다.

사진/ 라히물라 유수프자이(Rahimullah Yusufzai), <뉴스> 편집이사.

사진/ 파키스탄 스포츠용품 제작현장의 어린이노동. 흡혈적 저임금 정책을 강요해온 미구과 유럽의 투자자본은 어린이노동을 나무랄 자격이 없다. (정문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