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미국 국방부의 드론 작전 ‘프로젝트 헤이븐’에 참여한다는 것이 알려진 뒤 구글 직원들은 탄원서를 내 회사를 압박했다. 2013년 미 해군의 무인 전투기가 항공모함 갑판에 상륙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프로젝트 메이븐의 존재가 외부에 공개된 것은 2017년 7월께다. 이 프로젝트 책임자인 드류 쿠커 미 해병 대령은 2017년 7월21일 미군 매체 <국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인간과 컴퓨터가 공생하면 목표물을 식별하는 무기체계의 능력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화상 분석관이 지금보다 2배, 3배까지 목표물을 빠르게 식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이른 시일 안에 전투 현장에서 목표물을 선정하는 건 아니다. 현재로선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인간 분석관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과 막판까지 경합 영상 분석 시간을 단축하는 게 프로젝트 메이븐의 핵심 목표라면, 현장에서 무기와 위험 인물을 가려낼 수 있도록 인공지능을 훈련해야 한다. 낯선 물체나 인물도 이미 알려진 닮은 것과 비교해 식별해낼 수 있도록 이른바 ‘딥러닝’이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다면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도 가능해 보인다. 미국 군축·평화 전문매체 <핵과학자협회보>는 2017년 12월21일 잭 새너핸 미 공군 중장의 말을 따 “프로젝트 메이븐은 일종의 시험 프로젝트이자, 개척자 구실을 하게 될 것”이라며 “미 국방부 활동의 전 영역에 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될 수 있도록 촉매제가 돼야 한다”고 전했다. 프로젝트 메이븐 공개 초기, 드론이 찍은 영상을 인식·분석하는 과정에 쓰일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누가 개발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인공지능 분야에서 구글이 가장 앞서나간다는 점에서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구글이 실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은 정보통신 전문매체 <기즈모도>가 2018년 3월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본격적인 논란이 시작된 것도 이 무렵부터다. “우리는 구글이 전쟁 관련 사업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따라서 프로젝트 메이븐 참여를 철회하고, 구글과 구글 협력업체가 앞으로 다시는 전쟁 관련 기술 개발을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히도록 요구한다.” 지난해 4월 구글 직원 4천여 명이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 앞으로 보내는 공개 탄원서에 서명했다. 프로젝트 메이븐 참여는 ‘사악해지지 말자’는 구글의 창업 신조에 반한다는 주장이었다. 회사 쪽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5월에는 10여 명이 항의 표시로 사직서를 냈다. 결국 구글 경영진은 7월에 “2019년 계약이 만료되면 프로젝트 메이븐 참여를 중단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또 “인간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기술을 개발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무기나 감시용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발전시키지 않겠다는 점도 밝혔다. 탄원서에 서명한 구글 직원 4천여 명이 일궈낸 값진 승리였다. 미국 군축·평화 연구단체 ‘군축협회’(ACA)가 지난 1월10일 발표한 ‘2018 올해의 인물’ 수상자로 ‘익명의 구글 직원 4천여 명’을 선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12월7일부터 올 1월7일까지 한 달 동안 온라인 투표로 진행된 ‘올해의 인물’ 선정 작업에 70여 개국에서 1200여 명이 참가했단다. 지난해 남북-북미 대화를 이끌어내며 한반도와 동북아의 긴장을 낮춘 공로를 인정받은 문재인 대통령이 막판까지 경합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자동화 무기 선두 주자 중 하나 인간의 판단과 통제가 배제된 무기 사용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는 프로젝트 메이븐 탄생 이전에도 있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동화한 무기가 민간인 학살 등 전쟁범죄에 사용된다면 그 책임은 누구한테 물어야 하는가”란 질문이 핵심이었다. 2013년 4월 세계 각국의 평화단체가 스위스 제네바 유엔 본부에 모여 전면 자동화한 무기 사용을 금지하는 국제협약 체결을 위한 ‘킬러 로봇 중단 캠페인’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적인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캠페인 5주년을 맞은 2018년 4월 내놓은 자료에서 중국·이스라엘·러시아·영국·미국과 함께 이 분야의 선두 주자로 한국도 포함시켰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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