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제19차 공산당 당대회에 참석해 당관계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전인대 득표율로 민심 향배 가늠 관심은 당연히 3월5일부터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로 쏠린다. 중국 전인대는 한국으로 치면 의회 기능을 하는 국가기구로, 헌법 수정안은 여기서 통과돼야 효력을 발휘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개헌안은 무리 없이 통과될 것이 분명하다. 중국 사람들 사이에 “당이 지시하면, 전인대는 거수로 통과시키고, 국무원은 일을 하고, 전국정치협상회의는 옆에서 박수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역사적으로도 당의 결정이 전인대에서 뒤집어진 일은 없다. 다만, 헌법 수정안과 주요 국가 직위 인준 표결시 반대표나 기권표가 얼마나 나올지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압도적인 찬성률로 통과될 것이 분명하기에 결과적으로 별 의미가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역대 전인대를 살펴보면 표결시 득표율은 어느 정도 민심을 반영한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국가 직위 인준시 득표율은 95%를 상회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1989년 6월 톈안먼 사건을 무력 진압한 책임이 있다고 여겨진 리펑 전 국무원 총리는 1998년 전인대 상무위원장 인준시 득표율이 88.8%에 그쳤다. 장쩌민은 1998년 국가주석 재선시 득표율이 97.8%(반대 36표, 기권 29표)였지만, 2003년 전인대에서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득표율이 92.5%(반대 98표, 기권 122표)로 하락했다. 이는 당시 장쩌민이 후진타오에게 당 총서기와 국가주석직은 승계했으나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직위는 계속 보유하며 수렴청정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것에 상당수 전인대 대표들이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표결 결과는 일정하게 민심을 반영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시진핑은 2013년 국가주석으로 초선될 때 99.86%라는 압도적인 찬성률을 기록했다. 당시 반대표는 단 1표, 기권은 3표에 불과했다. 이번 전인대에서 시 주석이 추진하는 헌법 수정안과 국가주석 재선 득표율이 자신의 지난 득표율이나 다른 전임자들의 득표율과 얼마나 차이가 날지에 따라 중국 인민들의 여론 흐름을 탐색해볼 수 있다. 현재 중국엔 언론 자유가 제한돼 있고, 직접선거로 지도자를 뽑을 수 없기에 민심의 향방을 읽고 예측하기가 힘들다. 빛의 속도로 검열·삭제되기는 하지만 중국 SNS에 간헐적으로 올라오는 누리꾼들의 풍자와 비판, 중화권 매체를 비롯한 외신의 보도, 현지 체류 중인 사람들의 소식을 종합해보면, 일부 지식인과 도시 중산층은 시 주석의 집권 연장 시도에 비판적이지만, 노동계층을 포함한 일반 인민들은 큰 반대 의사를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간 시 주석이 강력하게 추진해온 반부패 정책이나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건 리더십이 일정하게 인민들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전 시기에 비해 당으로 모든 것이 집중되는 억압적인 사회통제에도 시 주석과 당이 거둔 업적이 불만을 누그러뜨리는 상황인 것이다. 핵심 지도부 부패 땐 체제 타격 그렇기에 시 주석의 집권 연장 시도가 민주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단면적인 이데올로기적 판단보다는, 향후 시진핑 주변 핵심 지도부의 부패나 스캔들, 경제 영역에서의 큰 위기나 불평등 심화, 국제적 지위 경쟁 실패 등의 문제가 일어난다면 이것이 민심 이반으로 이어져 현 체제에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시진핑이 던진 주사위가 황허강과 창장강을 건널 수 있을지는 결국 인민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하남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
독자 퍼스트 언론, <한겨레21> 정기구독으로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