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노리는 ‘경찰 강도’
등록 : 2002-01-30 00:00 수정 :
5∼6년 전만 해도 폴란드 바르샤바의 트롤리(시내를 관통하는 전철)는 외국인 여행객들을 노리는 ‘강도 같은 경찰관’들로 득실거렸다. 박봉에 시달리던 이들에게 외국인 관광객들은 모두 ‘봉’이었다. 조금만 겁을 주면 모두 내놓았기 때문이다.
폴란드에서 배낭이나 큰 가방을 메고 트롤리에 오를 때는 몸값과 짐값, 두장의 티켓이 필요하다. 당연히 외국인들은 이런 법이 있는지 알 리가 없다. 처음 바르샤바를 방문한 나도 이 올가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트롤리를 탄 뒤 경찰관 두명이 올라탔다. 이들은 폴란드 승객의 표검사는 빼먹고서 중간쯤에 있던 내 앞으로 바로 다가왔다. 그들은 다짜고짜 나를 내리게 한 뒤 경찰서로 가자고 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두장의 티켓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티켓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을 경찰서로 연행하려 들다니 얼마나 기가 찰 노릇인가. 그러나 항상 이들이 요구하는 게 돈이라는 걸 너무나 깊이 터득하고 있던 터여서 당장 얼마냐고 물었다. 그러자 서류에 적혀 있는 벌금표를 보여주면서 미화 50달러라고 했다.
1달러로 세장의 티켓을 살 수 있었던 물가를 감안하면 너무나 큰돈이었다. 더군다나 이 ‘경찰 강도’들은 돈에 관계된 몇 마디의 영어밖에 몰라서, 얘기가 도무지 통하지 않았다. 경찰서라는 ‘적진’에 들어가면 더 불리해질 것이란 판단이 들어 길거리에서 버티면서 돈이 없다는 얘기만 반복했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먼발치에 모여들기 시작하자 이들도 조금씩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 나는 “통역 좀 해달라”고 사람들에게 소리도 질렀다. 그러자 경찰들도 다급해졌는지 30달러를 불렀다. 계속 버티자 20달러로 내려갔다. 나는 마치 장터에서 물건값을 깎듯이 10달러를 불렀다. 결국 ‘흥정’은 10달러로 끝났다. 호텔에서는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트롤리에서 자신들이 당했던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명의 오스트레일리아 학생들은 경찰서로 연행된 뒤 각각 50달러씩 100달러를 뺏겼고 네덜란드 출신의 한 학생도 트롤리에서 끌려 나와서 역시 50달러를 빼앗겼다고 했다. 잠시 뒤 나는 이들에게 40달러를 쟁취한 영웅적인 무용담을 들려주고 있었다.
얼마 뒤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트롤리를 탔다. 바르샤바에서 당한 경험 때문에 유난히 티켓에 신경을 많이 썼고, 트롤리 안에서 경찰관은 모두 적으로 보였다. 이때는 짐이 없는 맨몸 상태였기 때문에 티켓 하나면 충분했다. 다시 경찰관이 올라왔다. 그는 아예 불가리아 사람들의 티켓은 보지도 않고 내 앞으로 곧장 왔다. 그가 ‘봉’을 봐서인지 미소까지 머금고 있었지만 난 자신만만했다. 그러나 티켓을 본 그는 “No Good!”이라고 말했다.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였다. 말이 통하지 않는 경찰과 얘기해봐야 아무런 소득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던 나는 “얼마를 원하느냐”고 즉각 물었다. 폴란드 수준인 50달러 정도를 예상했고 이번에는 5달러까지 깎으리란 마음의 준비까지 해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그가 벌금이라고 제시한 액수는 고작 1달러였다.
아테네=하영식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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