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홍보전략에도 불구 경제 비관론 확산… “2003년에 위기 올 것”
지난해 12월20일 러시아 주요 언론들은 “러시아가 오랜 침묵을 깨고 다시 세계은행으로부터 차관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는 그간 상대적 안정세에 들어섰다고 여겨져왔던 러시아 경제에 적신호가 터졌음을 시사했다. 차관도입 사실만 놓고 본다면 새삼 새롭거나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러시아 국가두마의 의결에 의해 확정된 올해 정부예산에는 세계은행으로부터 받는 5억2천만달러의 차관도입 항목이 이미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전에 책정된 차관의 용도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추가차관을 도입할 이유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다시 세계은행 차관 도입
명목상 이미 예산에 편성된 차관의 쓰임새는 연방재정 발전과 재정체계 근대화이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대단히 애매모호하다고 지적한다. 이를테면 추가 차관도입 결정을 내린 날 재정부가 주관한 원탁회의에 연방회계원을 대표해 참석한 감사부장 빅토르 카바쉬닌은 “지난 1년 동안 도입된 차관에서 상당한 금액이 외국인 재정전문가와의 상담 수수료로 방출”되었음을 상기하면서 “이는 차관도입의 원래 명목과는 전혀 무관한 지출”이라고 못박았다. 이같은 배경에서 비록 이날 결정된 2억5천만달러 규모의 추가 차관도입이 ‘러시아 전역에 낙후된 하수도관 등 배관보수’와 ‘교육개혁’이라는 구체적인 명목을 띠고 있음에도 비난을 유발하게 된 것이다.
추가 차관도입에 따라 제기된 러시아 경제의 적신호설과 관련해서 정부는 러시아 경제가 여전히 건재하고 있음을 알리는 대대적인 선전공세에 나섰다. 우선 대통령 자신이 발빠르게 선두에 섰다. 지난해 12월24일 러시아 전역에 텔레비전 및 라디오를 통해 생중계된 공개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은 2001년 한해 동안 러시아 경제의 성과를 종합결산하고 대부분 영역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발표로 대국민 신뢰감을 조성했다. 특히 이날 인터뷰에서 푸틴은 일반 국민들의 즉흥적이고 구체적인 질문에 차근차근 구체적인 수치까지 거론하면서 답변해 “국민과 호흡하는 대통령”, “구석구석을 잘 아는 유능한 대통령”이라는 등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구체적 수치는 밝히지 않은 채 예상했던 수준 이하로 인플레를 억제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푸틴의 시인과 더불어 예시했던 몇몇 수치가 기존의 정부 공식발표와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방송의 긍정적 이미지가 퇴색되었다. 대통령의 ‘생중계 쇼’와 병행해 국가통계위원회의 보고도 선전공세에 한몫을 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2001년은 러시아 경제에서 공업생산 부문 및 투자부문에서 상당한 약진을 보였고 소비자유통 부문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올린 한해로 기록되었다. 통계위원회는 부문별 성과에 힘입어 추가고용의 효과를 창출, 실업률이 10%선에서 억제되었음을 강조했다. 그와 함께 2000년 한해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평균임금 수준도 상승했는데 11월 말 현재 평균임금 수준은 예전에 비해 28%가 상승된 3655루블선에 이르렀다고 한다. 국가통계위원회의 이같은 자랑스런 수치들 사이에서 ‘어물전 꼴뚜기’ 역할을 한 것은 역시 급격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었다. 통계위의 공식 집계에 의하면 2001년 한해 동안 인플레율은 16.7%선을 기록하고 있는데 실제 인플레율은 이보다 2배가량 더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결과적으로 봉급인상의 효과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국민 대다수가 평균임금 수준 이하의 봉급을 받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일반 서민들에게 물가상승률은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물가상승이 임금상승을 잡아먹다
이런 마당에 국민들 사이에서 푸틴 정부가 서민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지 못했고 이런 추세라면 2002년도 별볼일 없다는 투정이 흘러나오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이같은 국민정서를 적절히 반영하고 있는 것이 연방차원의 여론조사기관 ‘FOM’의 ‘국민들이 생각하는 새해 전망’ 조사 결과이다. 이 조사는 최근 몇년 전부터 해마다 이루어져 왔는데 이번 조사 결과에 의하면 “새해가 당신에게 더 나은 한해가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긍정적인 응답의 비율이 2000년 말에 비해 10%가 감소된 36%였다. 그 원인에 대해 이 조사를 직접 담당했던 FOM 전문가는 “2000년은 푸틴의 등장으로 국민정서상에 ‘앞으로는 무언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했던 반면 지난 한해 동안 이렇다할 경제적 성과가 없는 상태에서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일반 국민들은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번지고 있는 비관심리의 밑바탕에는 지난해 연말로 접어들면서 뚜렷이 나타나는 루블화의 평가절하가 있다. 물론 그 속도와 규모로 볼 때 98년의 대대적인 루블화 평가절하 사태와는 맞먹지 않지만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제2의 금융위기로 발전할 것이라는 비통한 목소리도 발견되곤 한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 사이에 달러화의 가치는 29.5루블선에서 30.5루블선으로 한달 평균 50코페이카(1코페이카는 1/100루블)씩 상승했다. 10월까지 달러의 평균상승세가 거의 몇 코페이카 수준에서 억제되었던 것에 비하면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때문에 외환관리를 담당하는 중앙은행은 업무태만이라는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연간 달러화 가치를 심리적 안정세인 30루블선에서 억제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는 중앙은행이 하필 연말로 접어들면서 자신의 역할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데는 나름의 속사정이 있다. 중앙은행은 그간 하락하는 루블화를 수호하기 위해 수중에 있는 금 보유고를 계속 방출해야만 했는데 지난해 12월 초 접어들면서 그 방출액은 13억달러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중앙은행은 이러한 이유로 중앙은행의 외환시장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꼬집고 있는 실제 수치에 의하면 중앙은행이 외환시장 보호를 위해 방출한 금액은 3억달러 정도이고 10억달러 상당의 금액은 정부의 대외차관 청산을 위해 소모되었다.
익명의 중앙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2001년은 시기마다 일정수준 달러화가 상승, 결국 루블화의 유연한 폭락의 해로 기록되어진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이 폭락현상이 지난 98년처럼 그렇게 갑작스런 충격효과를 동반하지 않은 것은 중앙은행이 제구실을 해서가 아니라 원유와 같은 러시아발 원자재 가격의 상대적 안정세 덕택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같은 ‘고물가, 고달러’ 추세가 급격하지는 않더라도 지속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어 2002년 러시아 경제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군사-경찰국가적 정권을 경계하라
심리적으로 서민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드는 또 하나는 극히 일부 계층 사이에 만연된 사치성 소비경향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일간 <베도모스치>는 지난해 12월31일치에서 러시아 경제의 어두운 전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동차, 고급의류, 향수 등 고가의 수입상품의 소비가 급격한 증가세를 타고 있음을 밝혔다. 공식통계는 집계되고 있지 않지만 일부 계층에서의 고가상품 소비가 꾸준하다는 것은 우선 2002년으로 접어들면서 외제차 수입관세가 현행보다 50% 정도 더 인상될 것이라는 뉴스에서 방증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외제차를 타고 또 탈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자동차 못지않게 고가의류 시장도 상승세다. 일례로 <베도모스치>가 보스, 피에르가르댕 및 기타 서구의 유명 패션의류 점포들에서 일하고 있는 점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1만달러에서 3만달러선의 제품이 대규모로 팔리고 있었다.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비관론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계속 악화일로였으니 지금보다 더 나빠지겠느냐”는 역설로 현 상황을 종합하고 있다. 지난달 모스크바 알렉산드르 하우스에서 막을 내린 국내의 내로라 하는 정치학자, 경제학자들의 원탁회의 ‘푸틴집권 중간기의 정치현황: 혼돈에서 질서로의 절반의 길’에서는 당장에 정부차원에서 장기적 발전전략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2003∼2005년에는 급격한 경제위기가 예상되며 나라 전체에 군사-경찰국가적 정권이 형성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박현봉 통신원 parkhb_spb@yahoo.com

사진/ 수입상품을 파는 모스크바의 상점. 러시아 경제애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사치품 소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SYGMA)
추가 차관도입에 따라 제기된 러시아 경제의 적신호설과 관련해서 정부는 러시아 경제가 여전히 건재하고 있음을 알리는 대대적인 선전공세에 나섰다. 우선 대통령 자신이 발빠르게 선두에 섰다. 지난해 12월24일 러시아 전역에 텔레비전 및 라디오를 통해 생중계된 공개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은 2001년 한해 동안 러시아 경제의 성과를 종합결산하고 대부분 영역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발표로 대국민 신뢰감을 조성했다. 특히 이날 인터뷰에서 푸틴은 일반 국민들의 즉흥적이고 구체적인 질문에 차근차근 구체적인 수치까지 거론하면서 답변해 “국민과 호흡하는 대통령”, “구석구석을 잘 아는 유능한 대통령”이라는 등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구체적 수치는 밝히지 않은 채 예상했던 수준 이하로 인플레를 억제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푸틴의 시인과 더불어 예시했던 몇몇 수치가 기존의 정부 공식발표와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방송의 긍정적 이미지가 퇴색되었다. 대통령의 ‘생중계 쇼’와 병행해 국가통계위원회의 보고도 선전공세에 한몫을 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2001년은 러시아 경제에서 공업생산 부문 및 투자부문에서 상당한 약진을 보였고 소비자유통 부문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올린 한해로 기록되었다. 통계위원회는 부문별 성과에 힘입어 추가고용의 효과를 창출, 실업률이 10%선에서 억제되었음을 강조했다. 그와 함께 2000년 한해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평균임금 수준도 상승했는데 11월 말 현재 평균임금 수준은 예전에 비해 28%가 상승된 3655루블선에 이르렀다고 한다. 국가통계위원회의 이같은 자랑스런 수치들 사이에서 ‘어물전 꼴뚜기’ 역할을 한 것은 역시 급격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었다. 통계위의 공식 집계에 의하면 2001년 한해 동안 인플레율은 16.7%선을 기록하고 있는데 실제 인플레율은 이보다 2배가량 더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결과적으로 봉급인상의 효과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국민 대다수가 평균임금 수준 이하의 봉급을 받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일반 서민들에게 물가상승률은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물가상승이 임금상승을 잡아먹다

사진/ 국민들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공개 기자회견을 가진 푸틴 대통령. 그러나 러시아의 앞날에 대한 비관심리는 점점 확산되고 있다.(GAMM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