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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원리포트/ '하나님, 여자는 기도도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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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07-1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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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기도하고 있는 유대교 남성들).
예루살렘 성 안에 자리잡은 통곡의 벽은 유대인 최고의 성지이다. 하지만 이곳은 남성들만의 전유물일 뿐이다. 유대교 여성들은 통곡의 벽에서 기도나 통곡을 맘대로 할 수 없다. 여성들은 통곡의 벽을 드나들 때 반드시 팔과 다리를 가려야 한다. 남성들이 머리에 쓰는 ‘키파’나 기도할 때 두르거나 덮어쓰는 ‘숄’을 쓸 수가 없다. 유대교의 경전인 <토라>를 큰 소리로 읽어서도 안 된다. 요행히 기회가 주어지면 다른 남성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목소리를 극도로 죽여서 해야 한다. 이를 어길 때는 최고 6개월간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그런데 지난 6월부터 통곡의 벽 여성구역에서 남성들처럼 키파를 쓰고 큰 목소리로 <토라>를 읽고 남성들의 기도를 방해(?)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그나마 여성들의 기도가 가능해진 것은 최근 이스라엘 대법원이 여성들의 기도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대법원은 소송을 제기한 여성들에게 통곡의 벽에서 기도할 권리를 인정하고 정부당국이 6개월 안에 적절한 조처를 취하도록 명령했다.

하지만 이 판결은 개혁파와 보수파 사이의 감정싸움과 신학논쟁에 불을 붙이는 구실을 했다. 의회와 법원의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여성계와 개혁파들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 여성들의 종교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보수파들은 유대교 전통과 토라 정신에 어긋나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샤스당을 중심으로 한 종교정당들은 대법원 판결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오히려 여성들의 기도금지를 강화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여성이 남성과 같은 방식으로 통곡의 벽에서 기도할 경우 중형을 내리는 법안을 예비독회(법안심사 전체회의)에서 의결한 것이다. 찬성 32, 반대 26, 기권 59표였다. 대법원이 오랜 관례를 깨고 통곡의 벽에서 여성의 기도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린 지 불과 1주일 만의 일이었다.

대법원의 판결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은 이츠하크 코헨 종교장관이다. 그는 극단적인 정통 유대주의 정당 샤스당 소속이다. 그는 여성기도를 금지하는 강경한 법안 작성을 주도했다. 이 법안은 여성이 남성처럼 유대교식 기도복을 입고, 유대교 율법이 새겨진 두루말이를 들고 통곡의 벽 앞에서 기도할 경우 7년형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해 입법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법안이 의결되려면 앞으로도 3차례의 독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정통 유대주의 의원 30여명의 절대적인 지지만으로는 이 법안이 독회를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암만=김동문 통신원yahiya@hani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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