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에 적응하기 위해 인내심 키워가는 프랑스인들… 소비자가격 인상에 한숨 짓기도
‘유로’가 드디어 유럽 12개국 3억 인구의 호주머니에 도착했다. 다국적 기업가의 호주머니에는 물론이고 각국의 화폐와 유로의 차이를 “질좋은 비프스테이크와 햄버거”에 비유하며 유로를 반대한 이들의 호주머니에도 유로는 영락없이 찾아들었다.
2001년 12월28일 파리의 어느 담뱃가게. “유로 200프랑어치 주세요.” 이자벨은 호주머니에서 100프랑짜리 지폐 두장을 끄집어내어 가게 점원에게 내민다. “자 ! 30유로49센트입니다.” 계산기를 두드린 점원이 20유로, 10유로 지폐 한장씩에다 49센트어치의 잔돈을 건네준다. 200프랑을 주고 산, 프랑보다 크기가 작은 지폐에 다양한 크기의 벽돌색 잔돈들이 왠지 낯설다.
걸인들 0.15유로 외쳐야 할 판
2002년 1월1일 저녁, 파리 오데옹가. MK2영화관 앞. 휴일이라 영화관을 찾은 장 피에르. 앞으로도 뒤로도 관객이 만드는 줄은 길이만 늘어갈 뿐 상영시간이 다가와도 좀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유로 때문에 매표소에서 차질을 빚고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영화관 관계자가 간간이 외쳐대는 소리다. 영하의 기온에 발을 동동 굴리는 순간들. 장 피에르는 그렇듯 꽁꽁 어는 추위와 기다림과 함께 유로를 맞이했다. 1월5일 일요일 파리의 한 성당. “여러분이 내는 헌금은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입니다.” 신부님의 목소리에 마리는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동전들을 만지작거린다. 마지막으로 남은 10프랑짜리 동전 두개에서 아침에 바게트빵을 사고 남은 잔돈들이 호주머니에서 뒹군다. 유로는 10프랑에서 바게트빵을 제외하고 받은 동전이니, 환산하면 5프랑이 조금 넘을 뿐이다(헌금은 보통 10프랑이다). 마리는 마지막 남은 10프랑짜리 동전 하나를 끄집어내어 헌금 바구니에 넣는다. “유로는 함께할 때 더욱 쉬워진다”는 공익광고를 신물나게 들었지만, 마냥 바라보던 유로와 호주머니에 들어 있는 유로는 큰 차이를 갖는다. 무엇보다 심리적인 차이를. 1월1일자로 수표와 현금카드는 의무적으로 유로로 거래되고 있지만, 현금은 2월17일까지는 프랑과 유로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터에다 다양한 지불방법 때문에 어디서든 평소보다 갑절로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한다. 인내심, 이는 곧 새로운 돈에 적응하는 노력일 것이다. “1프랑이라도 주십사 하고 외치는 지하철 속 걸인들은 유로의 도착과 함께 0.15유로 달라고 외칩니다”라고 어느 코미디언이 말한 적이 있는데, 1유로=6.55프랑, 1프랑=0.15유로의 까다로운 환산법에서 초래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염두에 둔 얘기다. 올해 유로로 인한 인플레이션 현상은 없을 거라는 유럽중앙은행의 장담이 있긴 하지만, 소수점 이하의 숫자처리와 함께 소비자 가격이 인상되는 경향을 조장하고 있다는 게 소비자들의 절대적인 의견이다. 택시요금(+0.5%). 파리 주차요금(+30%), 대부분의 잡지, 고속도로요금, 영화관람료 등이 가격인상을 보이고 있다. 드물게 가격인하를 보이고 있는 것 중에 대표적인 것이 맥도널드의 햄버거다(사진 참조). 성당도 생존의 기로에 서다 새로운 돈과 함께 생겨나는 소비자들의 심리에 크게 영향을 받는 단체들 중에는 기금이나 헌금으로 운영되는 단체들이 특히 눈에 띈다. 성당의 경우 그동안 일인당 평균 10프랑의 헌금을 내던 주말미사에서, 이제 10프랑 대신 1유로(6.55프랑)를 내느냐, 2유로(약 13프랑)를 내느냐는 장기적으로는 성당의 존립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외에도 새로운 화폐에 대한 감각이 없는 노인들을 상대로 한 사기행각도 간간이 보도되고 있다. 다양한 희로애락과 함께 유로는 나날이 일상생활 깊숙이 자리한다. 호주머니에서 프랑을 완전히 청산하여 유로로만 소비생활이 가능한 2월18일이 한달 남은 현재, 거래의 90% 이상이 유로로 지불되고 있다고 유럽중앙은행이 전하고 있다. 파리=이선주 통신원 oseyo@libertysurf.fr

사진/ 맥도널드 거리광고판. "동전은 햄버거 가격을 바꾸지 않습니다. 전-5프랑, 후-0.75유로(4.92프랑)"라고 적혀 있다.
2002년 1월1일 저녁, 파리 오데옹가. MK2영화관 앞. 휴일이라 영화관을 찾은 장 피에르. 앞으로도 뒤로도 관객이 만드는 줄은 길이만 늘어갈 뿐 상영시간이 다가와도 좀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유로 때문에 매표소에서 차질을 빚고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영화관 관계자가 간간이 외쳐대는 소리다. 영하의 기온에 발을 동동 굴리는 순간들. 장 피에르는 그렇듯 꽁꽁 어는 추위와 기다림과 함께 유로를 맞이했다. 1월5일 일요일 파리의 한 성당. “여러분이 내는 헌금은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입니다.” 신부님의 목소리에 마리는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동전들을 만지작거린다. 마지막으로 남은 10프랑짜리 동전 두개에서 아침에 바게트빵을 사고 남은 잔돈들이 호주머니에서 뒹군다. 유로는 10프랑에서 바게트빵을 제외하고 받은 동전이니, 환산하면 5프랑이 조금 넘을 뿐이다(헌금은 보통 10프랑이다). 마리는 마지막 남은 10프랑짜리 동전 하나를 끄집어내어 헌금 바구니에 넣는다. “유로는 함께할 때 더욱 쉬워진다”는 공익광고를 신물나게 들었지만, 마냥 바라보던 유로와 호주머니에 들어 있는 유로는 큰 차이를 갖는다. 무엇보다 심리적인 차이를. 1월1일자로 수표와 현금카드는 의무적으로 유로로 거래되고 있지만, 현금은 2월17일까지는 프랑과 유로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터에다 다양한 지불방법 때문에 어디서든 평소보다 갑절로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한다. 인내심, 이는 곧 새로운 돈에 적응하는 노력일 것이다. “1프랑이라도 주십사 하고 외치는 지하철 속 걸인들은 유로의 도착과 함께 0.15유로 달라고 외칩니다”라고 어느 코미디언이 말한 적이 있는데, 1유로=6.55프랑, 1프랑=0.15유로의 까다로운 환산법에서 초래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염두에 둔 얘기다. 올해 유로로 인한 인플레이션 현상은 없을 거라는 유럽중앙은행의 장담이 있긴 하지만, 소수점 이하의 숫자처리와 함께 소비자 가격이 인상되는 경향을 조장하고 있다는 게 소비자들의 절대적인 의견이다. 택시요금(+0.5%). 파리 주차요금(+30%), 대부분의 잡지, 고속도로요금, 영화관람료 등이 가격인상을 보이고 있다. 드물게 가격인하를 보이고 있는 것 중에 대표적인 것이 맥도널드의 햄버거다(사진 참조). 성당도 생존의 기로에 서다 새로운 돈과 함께 생겨나는 소비자들의 심리에 크게 영향을 받는 단체들 중에는 기금이나 헌금으로 운영되는 단체들이 특히 눈에 띈다. 성당의 경우 그동안 일인당 평균 10프랑의 헌금을 내던 주말미사에서, 이제 10프랑 대신 1유로(6.55프랑)를 내느냐, 2유로(약 13프랑)를 내느냐는 장기적으로는 성당의 존립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외에도 새로운 화폐에 대한 감각이 없는 노인들을 상대로 한 사기행각도 간간이 보도되고 있다. 다양한 희로애락과 함께 유로는 나날이 일상생활 깊숙이 자리한다. 호주머니에서 프랑을 완전히 청산하여 유로로만 소비생활이 가능한 2월18일이 한달 남은 현재, 거래의 90% 이상이 유로로 지불되고 있다고 유럽중앙은행이 전하고 있다. 파리=이선주 통신원 oseyo@libertysurf.f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