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저지 시민참여센터(KACE) 김동석 상임이사는 2007년 7월 ‘위안부 결의안 121호’가 미 연방 하원의회를 통과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한국 이슈가 미국 내에서 공론화되는 과정을 여러 차례 경험한 전문가다. 이선옥
실행되기 전이니 전망이 될 수밖에 없지만, 해결 가능성을 보자면 민주당 권력보다 트럼프 정부가 (한국에) 전략적 기회가 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전 민주당 권력은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었다. ‘전략적 인내’(북한이 진지하게 협상에 나설 때까지 미국은 전략적으로 인내하며 기다린다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결국 이 기간 동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라고 표현하는데 정작 당사자인 한국은 애가 탔다. ‘트럼프’라는 캐릭터는 하면 하는 식이라 오히려 선명하게 풀릴 수 있다. 그래서 트럼프 행정부에 ‘평화적 해결’이 ‘군사적 옵션’보다 미국에 도움이 된다는 현실적 논리를 어필하는 게 중요하다. 모호하게 ‘평화와 안정’이란 용어를 쓰는 것보다, 대화가 비용이 덜 들고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경제 측면의 논리가 필요하다. 나는 트럼프가 한반도 전쟁이 미국에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안다고 확신한다. 트럼프는 투 트랙으로 가는 사람이고 적과 아를 비즈니스 마인드로 구분한다. 워싱턴 국내 정치에서 곤경에 빠질 경우, 북한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북핵 문제를 국면 돌파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을까 우려도 있다. 트럼프 비즈니스 마인드가 북핵 돌파구 그동안 한-미 관계는 북-미 관계에 종속된 면이 컸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이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쥐겠다고 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제언이나 전망은. 첫 정상회담에서는 그간 한-미 동맹이 잘 유지돼왔고, 한국 대통령인 나도 이를 전제로 미국을 대하겠다 정도를 편안하게 공유하는 분위기만 되어도 성공이라고 본다. 한 가지, 정상회담에서 외교적인 수사를 할 때는 전략적이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 가운데 미 국내 이슈에서 잘한 일을 얘기해주는 식이다. 미국이 어려웠는데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이런 성과를 낸 걸 보고 인상 깊었다는 식으로 말해주는 게 필요하다. 동북아 정치나 지정학적 중요성 말고 먹히는 얘기를 해야 한다. 미국 땅에 ‘코리안 아메리칸’(한국계 미국인)이 200만 명 이상 있고 한국에는 미국인이 10만 명 이상 살고 있다. 그래서 한국은 미국에 중요하다. 오히려 이런 얘기가 필요하다. 미국의 권력 흐름을 알고 미 대통령의 관심사를 파악하는 게 중요한데 그걸 이해하는 전문가가 없다. 문재인 정부 앞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북핵,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굵직한 외교·안보 현안이 산적해 있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박근혜 정권이 맺은 한-일 정부 간 12·28 합의를 재협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07년 7월 ‘위안부 결의안 121호’가 미 연방 하원의회를 통과하는 데 역할을 했는데, 한국의 대미 외교력이 재협상을 좌우할 여지가 있다고 보나. 위안부 문제를 한-일 외교 문제로 다투는 순간 미국은 누구 편도 들지 않는다. 121호 결의안이 미 연방의회를 통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권·평화 문제로 가져갔기 때문이다. 그걸 위해 백인 여성 출신 위안부 할머니(네덜란드령 인도네시아에서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얀 루프 오헤른)를 찾아 미 의회 청문회에 함께 세웠다. 일본이 인류의 보편적 인권, 특히 여성 인권을 유린한 과거를 인정하고 반성하라는 점을 강조한 덕에 일본의 막강한 로비를 뚫고 결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결의안 발의를 주도한 마이클 혼다 의원도 미국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철저하게 미국 시민사회의 문제이고 비정치적 인권 문제임을 강조했다. 미국 의원들은 환경·여성·인권·평화 같은 글로벌 이슈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타국 문제에는 철저하게 실리적으로 움직인다. 여기서 실리란 정치자금이다. 한국은 로비 능력이나 정치자금 면에서 일본을 이길 수 없다. 미국 언론이나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 몇만달러씩 들여 위안부 문제를 광고한다고 해서 미국 내 이슈가 되는 게 아니다. 한-일 문제가 될수록 미국 정치가 개입할 여지는 적어진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서 가진 유리한 카드는 2007년 7월30일 미 의회를 통과한 위안부 결의안 121호가 살아 있다는 거다. 이 원칙대로 일본에 요구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 의회와 관계를 잘 맺으면 결과적으로 한국 국민의 뜻을 존중하도록 만들 수 있다. 한국 입장을 미국 정치에 맞게 조정하는 정치력이 필요하고, 이는 한국 정부의 능력과 의지에 달렸다. ‘위안부’ 문제, 미국 내 이슈 되려면 결의안이 통과된 뒤 후속 조치를 고민하다 위안부 기림비를 세우기 시작했다. 위안부 기림비가 미 전역에 5개 있고, 소녀상은 2개 있다. 소녀상보다 내가 전파하고 싶은 모범은 2010년 뉴저지주 버겐카운티 펠리세이즈파크시(펠팍시)공원에 세운 기림비다. 결의안 통과 뒤 3년 만에 세계 최초로 시 공원에 기림비를 세웠다. 시의원이 설치법안을 발의하고 시민들은 캠페인을 벌여 기림비를 제작해 시에 기증했다. 반드시 공공장소에 세워야 하고 인권 문제를 기억하자는 걸로 가야 한다. 노예제도,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아일랜드 기근, 아르메니아 학살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위안부 기림비를 세웠다. 그렇게 해야 공립학교 학생들이 계속 참배하고 교육이 된다. 이미 결의안이 통과됐는데 한국 이슈나 진실공방전으로 가면 후퇴하는 거다. 국내에서는 일본과 싸워도 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일본과의 정치가 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나가야 한다. 우리 목표는 미국 각 주에서 결의안을 만드는 거다. 일리노이, 뉴욕, 뉴저지, 버지니아에서 결의안을 만들었다. 당신은 복잡한 현안일수록 워싱턴의 눈으로 봐야 풀린다는 말을 강조한다. 미국에서 풀뿌리 시민운동이 워싱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이 큰가.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데 우리 단체의 모든 걸 쏟아붓고 쫄딱 망했다. (웃음) 사무실 임대료를 못 내서 쫓겨날 정도였다. 겨우 이 자리에 왔지만 보람은 있었다.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미국 시민으로서 한인의 권리와 생존을 위해서다. 미국 정치는 외교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비자 면제를 요구해도 결국 의회가 법안을 바꿔야 하고 그걸 해낼 수 있는 게 풀뿌리 운동이다. 나는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회원인데 철학은 공유하지 못하지만 유대인의 전략은 너무 훌륭하다. AIPAC 연례 총회에는 워싱턴 정치인이 총출동한다. 미국의 힘으로 이스라엘을 지킨다. 우리 단체도 미주 한인들이 1년에 한 번씩 워싱턴에서 모이는 ‘미주 한인 풀뿌리운동 콘퍼런스’(KAGC·Korean American Grassroots Conference)를 조직하고 있다. 올해 800명 참가를 목표로 자금을 모으고 있다. 주미 한국대사와 주한 미국대사, 한국외교위원장과 미국외교위원장이 키노트(기조강연)를 맡도록 하는 게 목표다. 한국 정부가 ‘공공외교’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한 만큼 미국 내 한인들을 외교정책의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는 의회를 공략해야 하고, 그 힘은 시민사회를 통한 압박에서 나온다. 뉴저지(미국)=이선옥 작가 namufr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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