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7일(현지시각)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에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이 부인 브리지트 트로뇌와 함께 파리 루브르 광장에서 열린 당선 축하 행사 무대에 올라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REUTERS 연합
가장 큰 문제는 ‘유럽회의주의’ 확산 프랑스의 대선과 총선은 모두 결선투표 형식으로 진행된다. 1차 투표에서 1·2위 당선에 실패한 후보는 자신과 성향이 가장 비슷한 후보에 대해 공개 지지를 선언한다. 이 관행은 국민전선 후보가 결선투표에 진출했을 때 특히 선명하게 나타난다. 극우정당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후보가 힘을 모으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2002년 대선이다. 좌파의 분열 속에 국민전선의 장마리 르펜이 2위를 기록해 간발의 차이로 사회당 현직 총리 리오넬 조스팽을 제치고 결선투표에 진출했다. 그러나 사회당 유권자들이 대거 공화당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을 지지했다. 시라크는 역대 최고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마크롱의 압승은 ‘공화국 전선’이 프랑스 정계는 물론 시민사회에도 여전히 작동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마린 르펜이 1차 투표에서 얻은 득표율은 마크롱에 2.4%포인트 뒤진 것에 불과했다. 결선투표 득표율도 2002년 자신의 아버지가 얻은 득표율의 두 배에 달했다. 국민전선의 약진은 프랑스 사회가 예전보다 자기중심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꼽힌다. 2002년 대선 때 프랑스와 유럽의 경제 상황은 장밋빛 전망이 우세했다. 막 유로화를 도입했고, 중동부 유럽 10개국은 유럽연합에 가입하기 위해 줄을 선 상황이었다. 현재 프랑스는 유럽발 경제위기 뒤 장기간 계속되는 저성장과 실업, 이민에 따른 사회 통합 문제, 테러 위협 등으로 시름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극우정당이 활동하기 좋은 정치 토양을 제공했다. 이는 정도 차이는 있지만 여러 유럽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현상이다. 최근 수년 동안 유럽연합 체제는 많은 도전에 직면해왔다. 가장 큰 문제는 유럽회의주의(Euroscepticism)의 확산이다. 유럽회의주의는 유럽 통합에 회의적인 영국의 입장을 지칭하기 위해 나온 용어였다. 이후 언론과 학계가 즐겨 사용하는 ‘공식 용어’로 자리잡았다. 영국을 제외한 유럽에선 중도 좌우파가 친유럽연합적 성향을 보인다. 유럽연합을 통해 얻는 정치·경제적 성과에 긍정적 견해를 가진 것이다. 마크롱이 당선됐다는 것은 유럽연합 체제가 힘을 받는다는 걸 의미한다. 이제 관심은 6월 총선(1차 11일·결선 18일)으로 옮아갔다. 이원집정부제인 프랑스 정치체제의 특성상 하원 다수당에서 총리가 배출된다. 창설 1년이 채 못 된 앙마르슈가 하원 다수당이 될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어떤 형식이든 공화당 또는 사회당과 연정을 꾸릴 수밖에 없다. 총리가 다른 정당에서 배출된다면 동거정부의 출범을 뜻한다. 프랑스의 동거정부 운영은 한국의 여소야대 현상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극단적인 경우 대통령은 국방·외교 등 대외 정책에만 역할이 한정될 수도 있다. 경제 등 국내 정책에선 다수당과 총리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이는 마크롱의 입지를 약화할 것이다. 국민전선, 하원 의석 확보할 수도 마지막 남은 변수는, 총선에서 국민전선이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둘지다. 결선투표의 특수성으로 인해 현재 국민전선의 하원 의석은 2석에 불과하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전선은 대선의 인기를 등에 업고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프랑스 정계에 큰 변화를 의미한다. 유럽연합에도 여전히 많은 도전이 남아 있다. 프랑스 대선의 결과는 재도약을 위한 휴식기에 불과하다. 앞으로 유럽 시민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지 못하면 유럽연합 체제에 대한 불안감이 계속될 수 있다. 강유덕 한국외국어대 LT(Language and Trade) 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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