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통신원리포트/ 중견 언론인의 ‘지독한 사랑’

325
등록 : 2000-09-06 00:00 수정 :

크게 작게

브라질에서 지난 8월27일 발생한 여기자 샌드라 고미지(32) 피살 사건은 텔레비전 연속극을 연상시키는 사건이었다. 이 사건의 범인은 피살자의 연인이었던 같은 신문사의 편집국장이다.

올해 63살의 안토니오 마르코스 피멘타는 30여년의 탄탄한 경력을 자랑하는 경제 전문 언론인. 브라질의 여러 큰 신문사에서 굵직한 요직을 거친 끝에 최근에는 일간지 <에스타도 데 상파울로>의 편집국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미국인 전부인과의 사이에 쌍둥이 딸을 둔 아버지였고, 주변사람들로부터는 자기 관리가 엄격하고 신중한 성격에다 세련된 매너를 갖춘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95년 피멘타가 오랜 워싱턴 특파원 생활을 마치고 브라질로 돌아와 경제 전문 일간지 <가제타 메르칸틸>의 경영진으로 참여했을 때 샌드라는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는 말단 기자였다. 샌드라와 사귀기 시작하면서 부인과 이혼한 피멘타는 곧 애인을 승진시켜줬다. 그러나 얼마 있다 관계가 나빠지자 견습 사원으로 강등시켰고 이에 반발한 샌드라가 휴직원을 냈지만 거부당했다. 피멘타의 간청으로 다시 관계가 회복되자 이번에는 담당 부서의 팀장으로 승진시켰다. 98년에 피멘타가 <에스타도>로 옮기면서 샌드라도 같은 신문사의 경제부 기자로 채용됐고, 99년 초에 피멘타가 편집국장을 맡으면서 샌드라는 일약 경제부장으로 승진했다.

수도 없이 헤어지고 재결합하기를 되풀이하던 두 사람 관계가 완전히 파국에 이른 것은 지난 7월. 피멘타의 병적인 집착을 더이상 참지 못한 샌드라가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이때부터 피멘타는 성격 분열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다지 친하지 않은 외부인과 전화 통화를 하다말고 샌드라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울어대는 일도 있었다. 샌드라가 사는 집 앞 아파트를 세내어 새 남자가 생겼는가를 감시하고 운전사를 시켜 미행을 시키기도 했다. 물론 <에스타도>에서 샌드라를 파면시켰고 다른 신문사의 간부들에게 전화를 걸어 그에게 일자리를 주지 말라고 종용했다.

피멘타는 일요일인 지난 8월27일 샌드라를 찾아가 38구경 권총으로 쏘아 숨지게 했다. 범행 뒤 그는 친구집으로 피신해 수면제 30알을 먹고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병원에 실려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샌드라의 가족들은 “경찰의 구속을 피하기 위한 위장 자살극”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파울루=오진영 통신원ohnong@ig.com.br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