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플로리다 팜비치 휴양지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다소의 차이는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한 문제를 풀지 않겠다면 우리가 하겠다.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말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이 중국의 도움 없이도 “전적으로(totally)”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역시 ‘어떻게’라는 각론에선 결단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한이 미-중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4월5일 또다시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진행하자 “미국은 북한에 이미 충분히 말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짤막한 성명을 발표하는 데 그쳤다. 중국 입장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시 주석이 미국에 꾸준히 요구해온 ‘신형 대국관계’를 받아들이도록 다시 한번 설득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런 중국의 속내는 3월31일 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공식적으로 알린 정쩌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발언에서 확인된다. 정 부부장은 이날 “(이번 회담은) 미국에서 새 정권이 탄생한 뒤 이뤄지는 첫 중-미 정상회담이다. 양국 정상은 중-미 관계와 양국이 공통적 관심을 가진 중요한 국제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상호이해를 깊게 해 양국 협력을 한층 더 추진하고 이후 일정 기간 이뤄지는 발전의 방향성을 명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정 부부장이 언급한 ‘양국이 공통적 관심을 가진 중요한 국제 문제’는 북핵 문제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반도 긴장과 기대 교차 중국의 진정한 속내는 다음 문장에서 확인된다. 정 부부장은 “딱 보름 전에 틸러슨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미국은 서로 충돌하지 않고, 대항하지 않고 서로 존중하고 함께 윈윈의 정신으로 대중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다’는 명확한 의사 표현을 했다. 중-미 관계와 관련해 중국은 예로부터 “중-미의 공통된 이익은 서로 다른 점보다 훨씬 크고 협력만이 유일한 정확한 최선책’이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고 말했다. 전임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11월 취임한 시진핑 주석과 우호적 미-중 관계 형성을 시도한다. 이런 미국의 의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2013년 6월7일 캘리포니아주 휴양지 서니랜드에서 이뤄진 미-중 정상회담이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이틀 동안 8시간이나 시 주석과 무릎을 맞대고 두 대국의 새로운 관계 구축을 시도했다. 당시 시 주석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요구한 것은 ‘신형 대국관계’ 구축이었다. 신형 대국관계는 미-중 양국이 서로 ‘핵심적 이익’을 존중하면서 대립하는 대신 ‘원윈’ 관계를 모색해가자는 개념이다. 처음 시 주석의 제안을 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매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 만남 뒤 넉 달이 지난 2013년 10월, 중국 국방부는 중-일 영토 분쟁이 진행 중인 센카쿠열도를 포함한 동중국해의 광범위한 지역으로 방공식별구역(ADZ)을 확대한다는 일방적인 조처를 내놓았다. 이후 미국은 한쪽으로 신형 대국관계를 요구하며 다른 쪽으론 남중국해의 무인도를 매립하고 군사기지화를 추진하는 중국에 냉담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과 신형 대국관계를 구축해 가는 대신 미-일동맹을 강화해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적 선택을 내리게 된다. 이 상황에서 등장한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특히 중국은 틸러슨 국무장관의 앞선 발언을 트럼프 행정부가 오바마 대통령이 거절한 신형 대국관계에 상당한 관심이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중국의 기대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의 신형 대국관계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한반도를 위기로 몰아넣는 사드 논란은 단숨에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도 있다.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시 주석의 적극적인 협력 의사를 끌어냈을까. 반대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신형 대국관계에 대한 긍정적 답변을 받아냈을까. 북핵과 사드 문제로 외교적 곤경에 놓인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직접적 영향을 몰고 올 질문들이다. 길윤형 편집장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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