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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너희는 마셔라 나는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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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1-1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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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세계|마약의 두가지 풍경

술은 되고 대마초는 안 된다는 금기의 영역에 도전한 재독 한국인 2세 김문주씨

“고된 하루 일과를 끝내고, 술 한잔? 또는 대마초 한대? 안 될 것도 없지!”

독일에서 태어난 한국인 2세 김문주(33)씨는 대마초를 즐겨 피운다. 이를 쉬쉬하며 비밀로 간직해야 할 어떠한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는 그는, 이미 2년 가까이 대마초 합법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현재 독일 행정법원과의 한판 승부를 준비중인데, 여기에서 패배할 경우엔 ‘헌법소원’까지 가겠다는 것이 어느덧 독일 대마초 합법화 운동의 상징이 된 김문주씨의 다짐이다.


환각이 아닌 긴장감 해소를 위해

“대마초 흡연은 ‘사회악’이라는 사람들의 천편일률적인 생각을 바로잡고 싶다”는 동기에서 시작된 그의 대마초 합법화 운동은 일단 독일사회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에는 성공한 듯하다. 단정한 용모, 간간이 떠오르는 기분 좋은 미소와 쉴새없이 상대방을 몰아붙이는 말솜씨하며, 일반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대마초 흡연자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게다가 그에게서는 언뜻언뜻 운동가로서의 ‘투사적 면모’마저 엿보인다. 독일에서는 처음으로 대마초 흡연자로 ‘커밍아웃’한 그는, ‘김은 대마초를 피우고자 한다!’(www.KIMwillKiffen.de)라는 웹사이트를 중심으로 서명작업에서부터 홍보전단 제작, 배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행사에서 근무하는 그의 하루 일과는 퍽 고된 편이라고 한다. 퇴근 뒤면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것이 당연한 욕구, 다만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맥주병을 따는 대신 대마초를 말아 피우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듯, 전 대마초를 피우죠.” 일단 술은 그에게 쓰고 맛이 없다. 맛은 그만두고서라도 그 취기를 견딜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아시아인의 유전자적 특성에서도 기인한다”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아시아인 중 절반가량은 출생부터 알코올을 빠르게 분해하는 ‘엠자임 효소’가 부족하다는 독일 한 의학연구소의 견해서가 행정법원에 제출한 그의 소장에 첨부되어 있다. 여기다 김문주씨는, 시대에 뒤처진 대마초 금지조항들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저는 헌법이 보장하는 ‘자아발전에 대한 권리’와 이와 연관된 ‘행복추구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강조한다. 물론 여기서 행복추구가 ‘완전한 마취(환각)상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긴장감 해소에 도움되는 적절한 양의 대마초를, 어두운 담벼락 뒤가 아닌 일상의 공간에서 흡연할 권리를 그는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만난 독일 보수 기민당의 한 연방의원은 김문주씨에게 “당신은 그저 한명의 대마초 환자”일 뿐이라며, “흡연의 권리는 절대 기본권일 수 없다”라고 그의 주장을 일소했다. 어쩌면 이것이 김문주씨가 극복하고자 하는 차가운 사회적 인식의 단면일지도 모른다.

그는 주문한 콜라잔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차분한 어조로 자신의 기본 생각을 설명해나갔다. 대마초의 유용성에 대해, 사회에 미치는 여러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그리고 고통을 줄여주는 의학적 기능까지. “만약 가족 중 한명이 암으로 고통받으며 죽어가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마초가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며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털어놓는다.

“대마초를 권하는 건 아닙니다”

사진/ 마약 소비의 1번지라 비판받는 '러브 퍼레이드'. 독일에도 마약 관련 사망자 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강정수)
이미 시작된 ‘운동’이 그 목표를 이룰 때까지 멈출 수 없다고 다짐하는 그지만, 그 길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담당 관청을 찾아가고, 수없이 법원과 법률단체도 찾아다녀야 한다. 고된 일과 뒤에 운동의 지지자들을 모아내는 것도 그의 몫이다. 그래도 어느덧 많은 사람들이 이 일에 동참하고 있고, 한 마약관련 전문 변호사도 그의 소송을 흔쾌히 맡아주었다. 이미 9년 전 독일 헌법재판소가 “대마초 금지 법률을 재검토”할 것을 결정한 바 있기 때문에 행정소송의 전망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고 한다. “대마초를 미화하거나 권하려고 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베를린이든 뮌헨이든 독일 어느 곳이든지 합법적으로 대마초를 피우고자 하는 것입니다”라고 강조한다. “대마초가 ‘용인’은 되나 ‘불법’(상자기사 참조)이라는 이율배반적 현실을 이제는 끝내야죠”라는 김문주씨의 소신이, 대마초에 대한 인식변화에 변수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마약 사망’은 ‘정치적 사망’?

사진/ 빈집에서 마약을 주입하고 있는 독일 여성.
지난해 독일 연방정부 마약담당관이 제출한 ‘마약보고서’에 의하면, 18살 이상의 독일 성인 인구 중 약 6%가 대마초 상습흡연자라고 한다. 10대 청소년층을 제외한다 하더라도 약 300만명에 이르는 ‘두터운 대마초 소비층’이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마약 관련 사망자 수가 2000년에 이미 2천명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마약 관련 사망 중 약 10%는 자살, 약 80%가 ‘약물과다 복용’이 그 직접적인 원인이다. 이 보고서는 여러 가지 통계를 바탕으로 마약과 관련된 정치·사회적인 대응의 시급성을 주장하며, 크게 두 가지 정책제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네덜란드 모델을 따른 마약자유화 정책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헤로인, 코카인 등은 ‘강성 마약’으로 분류하고 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반면 대마초는 ‘연성 마약’으로 분류하여 이의 소비 및 판매를 합법화하고 있다. 여기서 합법이라 함은 물론 ‘무제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 소비를 위해 하루 5g 분량의 대마를 정부가 허가한 커피숍에서 구입할 수 있다. 마약류의 판매 및 소비를 금지한다 해도 현실적으로 암시장에서의 거래까지 막을 수는 없는 터이며, 나아가 암시장의 확산은 마약 관련 범죄의 증가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차라리 일부 연성 마약의 합법화를 통해 암시장과 마약 관련 범죄의 증가를 막아보겠다는 것이 마약자유화 정책의 기본 취지이다. 또한 거래와 소비뿐만 아니라, 마약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논의를 후미진 골목길이 아닌 공공영역으로 끌어냄으로써 그 소비를 억제하려는 것도 ‘자유화’로 대변되는 적극적 개입정책의 의도이기도 하다.

독일도 다른 대부분의 나라처럼 기본적으로는 대마초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기는 하나, 주정부별로 행정지침을 통해 적게는 5g에서 많게는 30g까지의 소지 및 흡연을 ‘용인’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 거래는 용인하고 있지 않아, 300만명이 넘는 독일 대마초 흡연자들을 위한 커다란 암시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다고 위의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한편 마약과 관련해 엄격한 통제정책을 취하고 있는 독일 남부의 한 주에서도 2000년 340명의 마약 관련 사망자가 기록되었고, 마약 관련 범죄율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강력한 금지정책에서는 물론 사전예방 정책이나, 마약중독자들이 이를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은 사실상 설자리가 없다. 때문에 ‘대체마약 정책을 위한 가족모임’이라는 한 독일 시민단체는 마약 관련 사망자를 ‘정치적 사망’이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위의 보고서가 제안하고 있는 네덜란드식 마약자유화 정책은, 보수 기민당의 강경한 반대와 마약의 정치쟁점화를 피하고자 하는 집권 사민당의 소극적인 태도로 현실화할 전망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이와 달리 정부 주도 마약보급소 운영이라는 두 번째 정책대안은 현실화 일정을 밟고 있다. 올 2월부터 독일 7개 도시에서 시범적으로 진행되는 이번 프로그램에서 총 1120명의 마약중독자들이 치료차원에서 마약을 공급받게 된다. 이와 유사한 정책을 통해 마약중독자를 뚜렷하게 줄이는 효과를 본 스위스와 네덜란드가 이번 치료정책의 선례가 되었다. 마약자유화를 선거공약으로 제시했지만 집권 4년 동안 이렇다할 마약정책의 성과를 내놓지 못하던 독일 사민·녹색 연합정부는 늦었지만 이번 시범프로그램을 정책전환의 시발점으로 삼고자 하고 있다.



베를린=강정수 통신원 jskang@web.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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