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전범 처리를 위한 국제형사재판소 지지부진… 인민재판 형식이 대안될 수 있을까
지난해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되자 일각에서 반대의견을 제기한 적이 있었다. 94년 르완다에서 다수종족인 후투족 지상주의자들이 무려 100만명에 달하는 소수 투치족과 후투족 온건파들에 대한 대학살을 자행하고 있던 상황에서 유엔과 국제사회는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음으로써 참극을 방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코피 아난은 당시 유엔의 평화유지업무를 총괄하는 유엔 사무차장직에 있었기 때문에 직무를 유기한 그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하는 것은 온당한 결정이 아니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가차자, 전통사회의 해결방식
다수 후투족과 소수 투치족간의 오랜 반목과 증오감을 불식시키고 민족 대단결과 화해를 도모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는 르완다 정부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대학살에 가담한 혐의가 있는 수감자들을 정식 재판절차가 아닌 인민재판을 통해 해결하려 하고 있어 그 성패 여부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인민재판이라는 절차를 통해 처리하려는 배경에는 수용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고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ICTR)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2만명의 학살가담 혐의자들을 장기간 수용할 만한 수감시설이 부족하여 재소자들이 교대로 잠을 자거나 열악한 위생으로 인하여 재판도 받아보지 못하고 죽어갈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대학살 과정에서 많은 법조인들이 희생됐기 때문에 재판진행절차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탄자니아 아루샤에 소재한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도 연간 8천만달러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4년간 9건만 종결했을 뿐이다. 게다가 대학살에 가담한 혐의자가 가명과 위조여권을 사용, 형사재판소의 직원으로 채용되어 버젓이 활동하다가 체포되는 등 직원채용에서의 관리소홀, 조직 내 부패, 무능이라는 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져왔다. 그나마 재판소의 존립근거를 제공해주는 것은 대학살에 가담한 자들은 반드시 처벌을 받는다는 상징적, 도덕적 메시지를 남기는 정도라고 평가절하를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권문제는 어떻게 하나 따라서 르완다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방법이 가차차(Gacaca)이다. 가차차는 전통사회에서 중지를 모아 공동체 내의 갈등과 분쟁을 자치적으로 해결한 민초적 차원의 법집행이다. 이미 지난해 10월 재판을 진행할 26만명의 가차차재판관들을 선거를 통해 선출했다. 이들은 체계적인 사법교육을 이수한 뒤 올해 5월부터 비교적 경미한 사안에 대한 재판을 진행할 계획이다. 학살에 가담한 정도의 경중에 따라 중범죄인은 정식재판을 통해 처리하고 나머지 가담자들은 가차차재판을 통해서 사회로 복귀하는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가차차재판은 실험적인 성격이 다분하다. 학살과 반인류범죄행위를 저지를 자들을 재판하는 과정에서 객관적 사실 규명의 가능성 여부, 자의적 법집행에 따른 인권침해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가차차재판관들이 문맹이고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도 많아 자질문제도 거론된다. 또한 아물어가는 학살의 악몽을 되살림으로써 부족간 반목과 갈등을 더욱 첨예화하고 재판결과에 대한 불만으로 보복이 뒤따를 가능성도 크다. 인권단체들은 이러한 시도가 자칫 공정한 사법 정의의 실현과는 거리가 먼 인민재판(kangaroo courts)화할 개연성이 높다고 비판하고 있다. 르완다 정부는 최근 후투족 극단주의자들의 영웅적인 투쟁을 미화한 국가를 철폐하고 르완다인이라는 민족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새로운 국가를 건립했다. 다수 후투족과 소수 투치족간에 첨예한 대립각을 형성하고 있는 르완다 사회에서 풀뿌리 사법정의가 실현되어 진정한 ‘아마호로’(키냐르완다어로 평화)가 깃드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헨트=양철준 통신원 YANG.chuljoon@wanadoo.fr

사진/ 르완다 대학살 당시 버려진 주검들. 책임자 처벌은 아직도 지지부진하다.(GAMMA)
탄자니아 아루샤에 소재한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도 연간 8천만달러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4년간 9건만 종결했을 뿐이다. 게다가 대학살에 가담한 혐의자가 가명과 위조여권을 사용, 형사재판소의 직원으로 채용되어 버젓이 활동하다가 체포되는 등 직원채용에서의 관리소홀, 조직 내 부패, 무능이라는 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져왔다. 그나마 재판소의 존립근거를 제공해주는 것은 대학살에 가담한 자들은 반드시 처벌을 받는다는 상징적, 도덕적 메시지를 남기는 정도라고 평가절하를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권문제는 어떻게 하나 따라서 르완다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방법이 가차차(Gacaca)이다. 가차차는 전통사회에서 중지를 모아 공동체 내의 갈등과 분쟁을 자치적으로 해결한 민초적 차원의 법집행이다. 이미 지난해 10월 재판을 진행할 26만명의 가차차재판관들을 선거를 통해 선출했다. 이들은 체계적인 사법교육을 이수한 뒤 올해 5월부터 비교적 경미한 사안에 대한 재판을 진행할 계획이다. 학살에 가담한 정도의 경중에 따라 중범죄인은 정식재판을 통해 처리하고 나머지 가담자들은 가차차재판을 통해서 사회로 복귀하는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가차차재판은 실험적인 성격이 다분하다. 학살과 반인류범죄행위를 저지를 자들을 재판하는 과정에서 객관적 사실 규명의 가능성 여부, 자의적 법집행에 따른 인권침해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가차차재판관들이 문맹이고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도 많아 자질문제도 거론된다. 또한 아물어가는 학살의 악몽을 되살림으로써 부족간 반목과 갈등을 더욱 첨예화하고 재판결과에 대한 불만으로 보복이 뒤따를 가능성도 크다. 인권단체들은 이러한 시도가 자칫 공정한 사법 정의의 실현과는 거리가 먼 인민재판(kangaroo courts)화할 개연성이 높다고 비판하고 있다. 르완다 정부는 최근 후투족 극단주의자들의 영웅적인 투쟁을 미화한 국가를 철폐하고 르완다인이라는 민족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새로운 국가를 건립했다. 다수 후투족과 소수 투치족간에 첨예한 대립각을 형성하고 있는 르완다 사회에서 풀뿌리 사법정의가 실현되어 진정한 ‘아마호로’(키냐르완다어로 평화)가 깃드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헨트=양철준 통신원 YANG.chuljoon@wanadoo.f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