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세계|마약의 두 가지 풍경
아테네 중심가 옴모니아 광장의 저녁… 경찰의 방치 속에 비틀거리는 청소년들
마약 사용에 대해 국가권력이 어느 정도의 통제를 해야 하는가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마약중독자가 늘어만 가는 상황에서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사문화된 마약관련법과 국가의 방치 속에 대마초에서 시작해 코카인에 이르고 마는 그리스 청소년들, 역효과만 부르는 엄격한 마약통제를 반대하며 대마초 합법화를 부르짖는 재독 한국인 2세. 최근 연예인 마약 스캔들 등으로 마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한국은 어디로 가야할지 살펴본다. 편집자
해가 진 뒤 어둠이 잔잔히 깔리기 시작하면서 아테네의 중심가인 옴모니아 광장은 비틀거리는 사람들로 하나둘씩 채워지기 시작한다. 저녁 6시가 되면서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자 가로등 밑이나 나무 아래의 어두컴컴한 곳은 영락없이 벌써 마약에 취한 한 무리의 젊은이들의 차지가 돼버렸다. 벌겋게 상기된 눈꺼풀 주위와 이미 풀려버린 눈동자들은 이들이 마약에 중독됐다는 것을 말해주고도 남는다. 가능하면 빨리 이곳을 벗어나려는 시민들은 귀가를 서두른다.
한조로 편성된 두명의 순경들이 골목길과 광장 곳곳을 다니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지만 마약중독자 무리를 그냥 지나쳐가기만 했고 아무런 참견도 없었다. 밤만 되면 이곳에 모여드는 마약중독자들의 연령층은 매우 다양하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앳된 십대 청소년들부터 60대 노인들까지 오직 마약을 중심으로 하나가 됐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젊은 마약중독자들은 무리를 지어 모여 있는 반면에 나이가 든 사람들은 독자적으로 행동한다. 밤 11시가 되자 옴모니아는 더 많은 마약중독자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제는 경찰관들도 퇴근을 했는지 아니면 포기를 했는지 아예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예술인 거리에서 중독자들의 거리로 썰렁한 날씨로 인해 모여드는 마약중독자 수가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수십명을 헤아린다. 지하철역 입구 에스컬레이터 난간 옆에서는 벌써 마약에 취한 한 청년이 아주 배짱좋게 공개적으로 대마초를 섞어서 담배를 말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서는 충격적이라는 듯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아예 상상도 할 수 없는 장면이다. 건물입구의 계단에는 서너명의 마약중독자들이 아주 나가떨어져 있다. 한 젊은이는 공중장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여유만만하게 대마초를 피우고 있었다. 밤이 깊어갈수록 옴모니아는 낮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옴모니아 광장은 아테네 중심가의 한 지역으로 옛날에는 고전적인 건물들과 수많은 연극 공연장, 카페들로 예술가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던 문화의 중심지였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밤마다 많은 가족들이 산책을 즐기던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낮에는 값싼 물건들을 파는 행상들과 차량, 쇼핑인파, 소매치기들, 밀수담배 판매꾼들로 들끓다가 해가 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마약중독자들과 마약을 거래하려는 마약 밀매꾼들이 하나둘씩 거리로 나서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세상이 된다. 그러다가 밤이 깊어지면서 다음날 이른 아침까지 옴모니아는 아예 이들 마약중독자들에 의해 완전히 ‘점거’된다. 아크로폴리스를 보기 위해 한해에도 1천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아테네를 지나쳐가지만 옴모니아를 중심으로 몰려 있는 많은 호텔들은 이 ‘비참한 분위기’로 인해 숙박료를 턱없이 내려도 관광객이 마다하는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 옴모니아 광장 부근에 있는 호텔 클라리지의 매니저인 바실리스 안토니우(51)는 마약중독자들 때문에 몸서리치는 사람 중 하나이다. 마약중독자들이 언제나 호텔 부근에 모여 있기 때문에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됐고 숙박을 한다 해도 하루만 지나면 다른 호텔로 옮겨가기가 일쑤라고 했다. 그리고 밤늦은 시간, 어떨 때는 마약중독자들이 떼로 몰려들어와서는 돈을 요구하기도 하고 거절할 경우에는 행패를 부리기도 한다는 얘기도 했다. 간혹 사전지식이 없는 ‘순진한 관광객’이 이 부근에 있는 호텔을 숙박지로 정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크로폴리스를 구경하기 위해 아테네에 왔다는 칠레의 고등학교 교사 아드리아나(45·여)는 옴모니아 광장의 대로에서 바로 보이는 호텔에 묵고 있다. “밤에 호텔로 돌아오기 위해 옴모니아 광장에 들어서면 겁이 덜컥 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마약중독자들이 호텔 앞에 무리를 지어 삼삼오오 몰려 있는데 이곳을 통과해야만 호텔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서둘러 귀가를 재촉하던 한 시민은 “도저히 눈뜨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거리의 상황이 악화됐다”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곳에서는 대낮에도 마약에 취해 배회하는 청소년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제 아테네 시민들은 마약에 취해 쓰러져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 비틀거리면서 반쯤 감은 눈으로 돌아다니는 모습에 익숙해져 있다. 화가인 아말리아 아리페즈(47)는 “지하철에서 플랫폼에 발을 옮기는 순간 눈에 들어온 광경은 10대 소년이 주사기 바늘을 팔에 꽂은 채 바로 그 자리에 쓰러지는 장면이었는데 밤도 아니고 밝은 대낮에 목격한 때문인지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한 오페라 가수 마리아 칼라스의 유일한 사촌이며 음악가인 니논은 어느 화창한 날 아침, 자신의 아파트 현관문을 나서면서 그곳에 쭈그리고 앉아 주사기로 마약을 투여하는 청년과 맞닥뜨렸고 귀갓길에도 역시 다시 그 청년이 완전히 마약에 취해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면서 “피어보지도 못하고 꺾인 젊은이들의 망가진 인생을 직접 목격하면서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큰 아픔을 느낀다”는 말을 남겼다. 어린 학생들 상대로 마약장사
얼마 전 경찰은 마약중독자들을 옴모니아 광장에서 고고학 박물관 근처로 ‘강제로 이주’시키는 일을 시작했다. 시민들의 원성을 잠시나마 잠재우려는 대책이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있을 리 만무하다. 옴모니아로 마약중독자들이 밀려들어오기 몇년 전에는 이들을 경기장 부근에다 방치했다고 한 시민이 귀띔해주었다. 마약중독자들은 정오가 되면 ‘물건’을 공급받으려고 지정된 한곳에 모여든다. 오토바이를 탄 ‘구원의 천사’가 마약을 전달하러 와서는 재빨리 일을 마치고 돈을 수거한 뒤에 사라진다. 또는 아기를 안고 오는 여인들의 핸드백에서도 ‘물건’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마약밀수조직은 이미 어린 학생들을 목표로 삼아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제는 학교에서도 마약을 거래하는 중·고등학생들이 늘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해 여름에 수천명의 실업자를 학교 경비원으로 채용하였다. 실업자 구제라는 명목을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마약에 취한 학생들에 의해서 일년에 약 420억원어치에 달하는 학교기물이 파손된다는 것이 진정한 이유였다.
갈수록 증가하는 청소년들의 마약복용은 이미 그리스 사회가 덮어둘 수 있는 수위를 넘어버렸다. 마약중독자재활센터인 ‘디아바시’는 마약중독을 극복하려는 과거의 마약중독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재활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고 있는 젊은이들은 가족친지들이 든든하게 뒤를 봐주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회와 가정에서 버려진 ‘거리의 젊은이’들은 지금도 누군가가 자신들을 구원해주기만을 마냥 기다리고 있다.
아테네=글·사진 하영식 통신원 youngsig@otenet.gr

사진/ 한때 마약중독자였던 이들의 마약 반대 퍼포먼스. 거리의 젊은이들은 구원받을 수 있을까.
한조로 편성된 두명의 순경들이 골목길과 광장 곳곳을 다니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지만 마약중독자 무리를 그냥 지나쳐가기만 했고 아무런 참견도 없었다. 밤만 되면 이곳에 모여드는 마약중독자들의 연령층은 매우 다양하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앳된 십대 청소년들부터 60대 노인들까지 오직 마약을 중심으로 하나가 됐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젊은 마약중독자들은 무리를 지어 모여 있는 반면에 나이가 든 사람들은 독자적으로 행동한다. 밤 11시가 되자 옴모니아는 더 많은 마약중독자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제는 경찰관들도 퇴근을 했는지 아니면 포기를 했는지 아예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예술인 거리에서 중독자들의 거리로 썰렁한 날씨로 인해 모여드는 마약중독자 수가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수십명을 헤아린다. 지하철역 입구 에스컬레이터 난간 옆에서는 벌써 마약에 취한 한 청년이 아주 배짱좋게 공개적으로 대마초를 섞어서 담배를 말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서는 충격적이라는 듯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아예 상상도 할 수 없는 장면이다. 건물입구의 계단에는 서너명의 마약중독자들이 아주 나가떨어져 있다. 한 젊은이는 공중장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여유만만하게 대마초를 피우고 있었다. 밤이 깊어갈수록 옴모니아는 낮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옴모니아 광장은 아테네 중심가의 한 지역으로 옛날에는 고전적인 건물들과 수많은 연극 공연장, 카페들로 예술가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던 문화의 중심지였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밤마다 많은 가족들이 산책을 즐기던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낮에는 값싼 물건들을 파는 행상들과 차량, 쇼핑인파, 소매치기들, 밀수담배 판매꾼들로 들끓다가 해가 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마약중독자들과 마약을 거래하려는 마약 밀매꾼들이 하나둘씩 거리로 나서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세상이 된다. 그러다가 밤이 깊어지면서 다음날 이른 아침까지 옴모니아는 아예 이들 마약중독자들에 의해 완전히 ‘점거’된다. 아크로폴리스를 보기 위해 한해에도 1천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아테네를 지나쳐가지만 옴모니아를 중심으로 몰려 있는 많은 호텔들은 이 ‘비참한 분위기’로 인해 숙박료를 턱없이 내려도 관광객이 마다하는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 옴모니아 광장 부근에 있는 호텔 클라리지의 매니저인 바실리스 안토니우(51)는 마약중독자들 때문에 몸서리치는 사람 중 하나이다. 마약중독자들이 언제나 호텔 부근에 모여 있기 때문에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됐고 숙박을 한다 해도 하루만 지나면 다른 호텔로 옮겨가기가 일쑤라고 했다. 그리고 밤늦은 시간, 어떨 때는 마약중독자들이 떼로 몰려들어와서는 돈을 요구하기도 하고 거절할 경우에는 행패를 부리기도 한다는 얘기도 했다. 간혹 사전지식이 없는 ‘순진한 관광객’이 이 부근에 있는 호텔을 숙박지로 정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크로폴리스를 구경하기 위해 아테네에 왔다는 칠레의 고등학교 교사 아드리아나(45·여)는 옴모니아 광장의 대로에서 바로 보이는 호텔에 묵고 있다. “밤에 호텔로 돌아오기 위해 옴모니아 광장에 들어서면 겁이 덜컥 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마약중독자들이 호텔 앞에 무리를 지어 삼삼오오 몰려 있는데 이곳을 통과해야만 호텔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서둘러 귀가를 재촉하던 한 시민은 “도저히 눈뜨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거리의 상황이 악화됐다”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곳에서는 대낮에도 마약에 취해 배회하는 청소년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제 아테네 시민들은 마약에 취해 쓰러져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 비틀거리면서 반쯤 감은 눈으로 돌아다니는 모습에 익숙해져 있다. 화가인 아말리아 아리페즈(47)는 “지하철에서 플랫폼에 발을 옮기는 순간 눈에 들어온 광경은 10대 소년이 주사기 바늘을 팔에 꽂은 채 바로 그 자리에 쓰러지는 장면이었는데 밤도 아니고 밝은 대낮에 목격한 때문인지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한 오페라 가수 마리아 칼라스의 유일한 사촌이며 음악가인 니논은 어느 화창한 날 아침, 자신의 아파트 현관문을 나서면서 그곳에 쭈그리고 앉아 주사기로 마약을 투여하는 청년과 맞닥뜨렸고 귀갓길에도 역시 다시 그 청년이 완전히 마약에 취해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면서 “피어보지도 못하고 꺾인 젊은이들의 망가진 인생을 직접 목격하면서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큰 아픔을 느낀다”는 말을 남겼다. 어린 학생들 상대로 마약장사

사진/ 옴모니아 광장을 돌아다니는 마약중독자. 밤 11시만 되면 중독자들로 붐빈다.
![]() 사진/ 마약중독자 재활센터의 재활 프로그램. |
아테네=글·사진 하영식 통신원 youngsig@otenet.g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