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세계| 통신원 NG 리포트
도쿄 물가가 살인적이라는 사실은 굳이 신문의 국제면을 뒤적거리지 않더라도 대부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도쿄로 출장 온 사람들은, 자판기 커피 한잔을 뽑더라도, 반드시 원화로 환전해 보고 나서는 “야 도쿄 물가 정말 비싸다”라는 소리를 한번쯤 꼭 하고야 만다. 하지만 도쿄에서 6개월 정도 생활한 사람들이라면, 이른바 ‘간이 부어서’ 1천엔을 대충 1천원쯤으로 생각하고 생활해가게 된다. 그렇지 않고 매번 한국 물가로 환산한다면, 아마 그 높은 물가에 머리가 돌아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도쿄 물가 중에서도 가장 비싼 것은 뭐니뭐니해도 교통비일 것이다. 일본에서 국철과 지하철을 이용해서 한국의 청량리에서 강남 정도의 거리만 가더라도 한국돈으로 대략 5천원 정도의 돈이 든다. 그래도 지하철요금은 낫다. 일본 택시의 기본요금은 660엔. 한국 택시요금의 4배쯤 된다. 처음 도쿄에 왔을 때 일본 친구들이 술을 먹다가도 전철 막차시간이 가까워지면 모두 일어나는 것을 보고, 참 쫀쫀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모두 살인적인 택시요금 때문이란 것을 알고 나서부턴 나 역시 그 쫀쫀한 대열에 합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항상 한국사람들과 만날 때 벌어지고 만다. 쉽게 1차로 끝나지 않는 그 오랜 습성 때문일 것이다. 도쿄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의 일이다. 그날도 2차까지 끝내고 어찌어찌하다 그만 막차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다음날 중요한 일도 있고 해서 서울에서처럼 택시를 잡아탔다. 서울로 치면 돈암동에서 답십리 정도의 거리였을까. 요금은 8800엔 정도. 술이 확 깼다. 그때 월 8만엔의 장학금을 받던 시절이었으니까 10분의 1이 한번의 택시요금으로 날아가버린 셈이다. 밤 11시가 넘으면 새벽녘까지 3할증(주간의 3배 정도)이 된다는 것을 안 것도 그때였다. 카드로 택시요금을 지불하고 나서, 너무 허탈해 다리까지 휘청거렸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런 기억은 쉽게 잊혀지는 법. 한국에서 출장 온 친구를 위해 도쿄구경을 시켜준다고 시내 번화가를 돌아다니다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는데, 역시 막차시간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추운 겨울밤, 비싼 택시비 생각을 하다가, 밤새 술 마셔도 5천엔밖에 안 한다는 술집을 찾아 들어갔다. 밴드소리 요란하고 담배연기 자욱하던 그곳도 그러나 새벽 2시가 지나자 조용해졌다. 모두 새벽 5시 첫차를 기다리며 소파에서 코를 골며 잠이 들었기 때문이다. 잠깐 잠이 들었을까. 덜거덕거리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모두들 외투를 걸쳐 입고 붙은 눈을 비벼대며 일어서는 것이었다. 택시비의 공포는 가난한 유학생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대학생들은 또 그들 나름대로의 해결방법이 있다는 것을 안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도쿄의 한 대학 조선어학과 록그룹인 ‘서울우유’ 공연이 있던 날, 2차까지 뒤풀이를 하고 난 뒤, 일행들은 곧바로 ‘가라오케’행. 택시를 타고 돌아갈 수 없는 가난한 대학생들을 위해 대학가 주변 가라오케에선 좀더 싼값에 ‘밤샘코스’를 만들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통금시간이라도 되는 양 군림하는 전철 막차시간도 젊은 대학생들의 발목까지 잡아채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일까.
도쿄=신명직 통신원 mjshin59@hotmail.com

일러스트레이션/ 설은영
책으로 보는 세계|<자유무역으로 인한 굶주림> ![]() |
도쿄=신명직 통신원 mjshin59@hot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