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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나라를 망친 페론당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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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1-0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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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세계|아르헨티나는 어디로 가는가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 해결사가 될 수 있는가, 그들의 공약 남발이 희망인가

사진/ 불타는 5월 광장. 이번 아르헨티나 사태에서 거리로 뛰쳐나온 군중은 대부분 중산층 시민이었다.(GAMMA)
지금 아르헨티나는 역사상 전례가 없는 극심한 위기를 겪고 있다. 유럽식의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문화수준을 누리는 사람들로 알려진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이제 무능력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느라 몰려다니며 냄비 뚜껑을 두드리는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다. 최근 15일 사이에 아르헨티나에서는 5명의 대통령이 옹립되었다가 물러남으로써 당분간 다른 나라에서 깨뜨리기 힘든 진귀한 기록을 남겼다. 이는 어디까지 가야 끝이 날지 알 수 없는 몰락의 과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기록이다.

과거 수십년 동안 세계의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브라질의 수도가 ‘부에노스 아이레스’라고 흔히 알려져 있었다. 이 잘못된 상식 뒤에 숨어 있는 것은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국토가 크고 자원이 많은 나라인 브라질과 같은 대륙에서 가장 선진 도시로 알려진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짝지어 생각하는 연상작용일 것이다. 오늘날에 와서는 이러한 착각이 더이상 계속될 것 같지 않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부와 영화, 매력은 과거지사로 묻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델라루아 대통령과 호드리게스 사 대통령의 하야로 정점을 이룬 이번 아르헨티나 사태는 사회적 혼란과 무능력한 경제정책이 손을 잡았을 때 어떻게 한 국가가 전복의 위기로 치닫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페론주의 정부인 카를로스 메넴 정권과 도밍고 카바조 재무장관은 달러와 페소 환율을 일대일로 고정시키는 환율정책을 시행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르헨티나 경제에 올가미처럼 되어버린 이 환율정책은 마땅히 함께 진행됐어야 할 조세법 개혁과 예산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민영화시킨 공기업의 수익이 사회의 부를 늘리는 데 투자되지 못하고 고스란히 낭비되었다. 이것만으로 모자라다는 듯이 공권력의 부정부패는 전염병처럼 번져갔다.

다섯명 중 한명이 실업자라는 기막힌 상황 아래서 정부가 국민들의 은행 예금 인출마저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결국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위정자라는 사람들의 정체를 깨달았다. 공권력을 앞세운 부패를 이용해 국가의 재산을 들어먹을 관심밖에는 없다는 것을. 이번 아르헨티나 사태에서 거리로 뛰쳐나와 냄비를 두드린 군중이 대부분 중산층 시민들이었다는 점을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중산층이라는 존재 자체가 없어질 위협을 피부로 느꼈다는 이야기다. 조직적인 저항운동 세력이나 정치이념이 뒷받침된 것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자발적이고 자생적인’ 폭발이었다.

도시 변두리의 가난한 서민들은 슈퍼마켓을 털고 중산층은 생존권을 요구하며 대통령궁 앞으로 몰려들었던 최근의 아르헨티나 사태는 토머스 홉스가 말했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떠올리게 한다. 정부는 더이상 ‘모든 것 위에 존재하는 어떤 것’이 아니고 ‘자연의 상태’에서 일개 시민으로부터 정당, 고위 권력자 할 것 없이 개인 각자는 최대의 이익을 찾아 투쟁할 뿐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되도록 빠른 시기에 이 상황을 수습할 정권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이다. 직접 선거로 정부를 선출할 것인가의 문제는 지금 이 시점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해결책의 필요성은 그토록 급박하다. 영향력을 갖고 있는 정당과 정치권 인사, 그리고 국민들이 합심해야만 한다. 바로 여기에 역설과 궤변이 있으니 지금 정권을 잡을 주체는 바로 아르헨티나를 이 상태에 몰아넣은 주역인 페론주의자들이라는 것이다. 우민정치, 대중영합주의, 지킬 수 없는 공약의 남발로 특징지울 수 있는 페론주의자들이 장악한 정당세력의 손에 현 사태를 해결할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데니스 레렐 호젠피우디는 파리대학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무엇이 민주주의인가> <헤겔의 정치와 자유 사상> 등이 있다.

데니스 레렐 호젠피우디/ 리오데그란데도술 연방대학 철학교수
번역·정리 오진영 통신원 ohnong@ig.com.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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