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세계|아르헨티나는 어디로 가는가
좌절과 분노가 연일 터져나오는 아르헨티나의 거리, 그들의 절규를 들어본다
며칠 전 코모도로시에서 일단의 강도들이 식료품 도매상을 털다가 출동한 경찰이 주위를 포위하자 인질극을 벌인 사건이 있었다. 강도들은 경찰과 대치하며 자신들이 강탈한 7천페소와 야채, 밀가루, 소시지 등의 음식물들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라고 했다. 그때 현장에 있던 한 기자가 강도가 전해준 7천페소를 사람들에게 뿌렸으며 트럭 가득 실린 음식물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모여 있던 군중은 그 강도들에게 환호성과 휘파람 그리고 박수갈채를 보냈으나 얼마 뒤 강도들은 경찰과 총격전을 벌인 끝에 두 사람은 죽고 한 사람은 체포되었다.
델라루아 대통령과 카발로 경제장관을 사임시키기 위해 국민들이 냄비를 두들기며 자신들의 의사를 표명한 일명 ‘냄비혁명’은 당시 야당이었던 페론당의 사주가 있었다는 말도 있지만, 사실은 정치인들의 부정부패와 안일주의, 집단이기주의, 무책임에 대한 불만이 극도로 팽배해 터진 사건이다.
델라루아는 믿었으나… 냄비혁명이 일어난 뒤 대통령의 가족들은 한숨을 쉬면서 이렇게 불평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인데도 파티를 열 수 없다니 원….” 축구황제이자 아르헨티나의 영웅인 마라도나마저 “정치인들은 도둑놈들이요 마피아다”라고 했던가. 국민들이 바라보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말로 ‘엽기’ 그 자체이다. 국민들이 믿고 세워준 델라루아 대통령, 자신은 청렴과 결백을 보여준다며 자신의 재산을 공개하고 자신이 받는 세비로는 자산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일부 부동산을 팔고 메넴 대통령 당시 쓰던 개인전용비행기도 판다고 내놓은 적이 있다. 때문에 사람들이 이번은 믿을 수 있는 대통령일까 하고 기대도 걸어보았지만 수많은 공약들 중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지켜지는 것이 없자 결론은 “역시나”였다. “우리가 속았어. 그의 공약을 믿고 뽑아주었는데 또 속다니….” 국민들은 울분과 함께 화를 삭이고 있다. 냄비혁명이 일어나기 몇달 전부터 천주교와 개신교의 교역자들은 “아르헨티나는 지금 장례의식에 참여한 행렬처럼 우울하고 슬픈 군중으로 가득 차 있다. 정치인들이 이것을 모르고 있다면 나중에 큰코다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델라루아 대통령은 그들을 정보에 무지한 사람들이라고 일축하고 말았다. 그는 계속적으로 정치인들의 부정부패 사실들이 드러나자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라틴아메리카에서 유명한 한 미녀 록가수와 염문을 뿌리던 자신의 아들이 부정에 연루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당연히 “대통령 자신의 집안부터 깨끗이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외쳤다. 부정부패에 연루되었던 전 대통령 메넴을 비롯하여, 국민연금과 의료보험을 담당하던 알데레테, 에르만 곤살레스 장관 등이 감옥에 잠시 들어갔다가 모두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판결에 따라 전부 나오자 국민들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메넴은 도둑놈이고, 델라루아는 믿을 수 없는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새 대통령으로 임명된 두알데는 어떤가? 그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필자가 시위현장과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만난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누구나 쓰라린 좌절감과 분노를 토로하고 있었다. 택시기사인 클라우디오는 정치인들만 생각하면 울화가 치민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 남겨놓은 것이 있는가? 몽땅 다 팔아먹고 판 돈을 국민에게 투자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호주머니에 투자하기 바빴지 않나? 지금 더 팔아먹을 기업이 없으니 세금만 높게 올려 우리만 죽어난다”고 소리쳤다. 새 대통령인 두알데에 대한 감정도 그리 좋지 않다. “그도 부정부패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하지만 두알데는 정치적으로 힘이 있지 않은가. 정치인들이 협력해준다면 정치적인 안정을 되찾을 수 있지 않겠나 싶다” 어쨌든 클라우디오는 두알데에게 마지막으로 기대를 걸어본다. 만약 그마저 실망을 준다면 어떠한 정치인도 믿지 않겠다는 태세다. 이민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가정부로 일하고 있는 크리스티나는 예전에는 중산층이었으나 지금은 하류층으로 몰락했다. 그의 남편은 전기공학기사였지만 회사에서 퇴출당했다. 그는 “나의 미래는 정치인들에게 도난당했다”라고 호소한다. 페소가 평가절하되면 월급이 더 줄어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도 크리스티나 정도는 나은 편이다. 당뇨병 환자인 호세는 매일같이 인슐린을 찾아 약국을 돌아다닌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인슐린을 구할 수가 없었다. 이번 사태가 그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청과물 가게를 하는 미르타는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극소수의 사람들 중 한명이다. 경제가 힘들어도 채소나 과일을 사는 사람은 언제나 줄서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게도 앞으로 살아갈 걱정이 태산이다. “평가절하가 되면 내가 은행에 넣어둔 페소가 순식간에 30∼40% 정도 가치가 떨어진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일주일에 250페소 이상은 인출이 불가능하다고 하니.” 대학생이며 현재 노점을 운영해 생계를 이어가는 니콜라스는 현 정치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했다. 그는 델라루아나 로드리게스 사아를 반대하는 시위를 계속해왔다. “델라루아는 물러나야 했고 로드리게스 사아는 실현 불가능한 말만 했다. 모든 정치인이 그렇듯 사아도 부정부패로 돈을 엄청 모은 사람이다.” 그는 기존 정치인들말고 완전히 새로운 정치인들이 나타나기를 바라고 있다. 정치인과 부유한 사람들만 배를 채우고 대다수 국민들이 희생당하는 신자유주의가 오래 전부터 들어와서 이 나라가 상당히 망가져 있다고 안타까워한다.
아르헨티나의 인근 브라질, 볼리비아, 페루, 파라과이에서 온 이민자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이 나라에 희망을 걸고 왔지만 일자리를 거의 찾아볼 수 없어서 살기가 여의치 않다고 한다. 그중 에스테반이라는 청년은 “우리는 인내를 가지고 계속 기다리고 있다. 고향(볼리비아)에 돌아가고 싶지만 돈이 없다. 그리고 나는 이곳에서 성공하고 싶다. 교육과 문화수준은 이곳이 우리보다 훨씬 높다. 난 결혼한다면 이곳에서 아이를 낳게 할 것이다. 그래서 이곳에서 살 것이다”라고 말한다.
점점 심각해지는 위기의 상황에서 한인사회는 어떨까. 중산층이라고 밝힌 한 교민은 식료품 가게를 하고 있다. 그는 “아르헨티나는 지금 최고로 어려운 처지에 있지만 그렇다고 전혀 굶고 지내는 것은 아니다. 이 나라는 저력이 있는 국가다. 앞으로 정치인들이 각성하여 조금만 경제를 잘 이끌어도 이나라는 부강한 나라가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번 폭동이 일어났을 때 현지 경찰과 연계해서 민첩하게 방어해서 한인밀집지역인 한인타운(일명 백구촌)에 전혀 피해가 나지 않게 한 한인회 회장과 자치회 회장은 교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아르헨티나는 천혜의 무궁무진한 자원을 가지고 있고 문화와 교육의 수준이 높은 나라다. 전세계 언론에서 완전히 망한 국가, 거지들과 굶는 사람들이 득실대는 못사는 국가로 본다고 하지만 그것은 최악의 면만 바라보고 관점이 왜곡된 것이다. 아르헨티나에는 아름다운 곳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야 할 것이다.”
희망은 있다, 다만…
사실 아르헨티나는 저력이 있는 국가다. 천혜의 자원, 끝없는 평야, 금강산과 비등한 아름다움을 가진 자연경관, 넓은 땅, 마음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람들…. 얼마 전 아르헨티나 축구팀 라싱클럽이 35년 만에 리그 우승을 하는 일이 있었다. 그날 모든 사람들은 최고의 축제로 여기며 거리마다 라싱클럽의 우승을 축하하는 행렬이 이어졌다. 이 어려운 때에 그처럼 모든 사람들이 환호하며 기뻐하는 것은 라싱의 승리가 자신들의 처지와 미래를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현재가 아무리 힘들고 암울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국민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면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미래의 밝은 하늘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단, 이 나라의 악명높은 정치인들이 부패의 사슬을 끊고, 새로운 정책과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는 전제가 이뤄진다면.
부에노스 아이레스=성기성/ 하니리포터

사진/ "우리는 정치인들에게 완전히 속았어."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쌓이고 쌓인 울분이 마침내 폭발했다.(GAMMA)
델라루아는 믿었으나… 냄비혁명이 일어난 뒤 대통령의 가족들은 한숨을 쉬면서 이렇게 불평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인데도 파티를 열 수 없다니 원….” 축구황제이자 아르헨티나의 영웅인 마라도나마저 “정치인들은 도둑놈들이요 마피아다”라고 했던가. 국민들이 바라보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말로 ‘엽기’ 그 자체이다. 국민들이 믿고 세워준 델라루아 대통령, 자신은 청렴과 결백을 보여준다며 자신의 재산을 공개하고 자신이 받는 세비로는 자산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일부 부동산을 팔고 메넴 대통령 당시 쓰던 개인전용비행기도 판다고 내놓은 적이 있다. 때문에 사람들이 이번은 믿을 수 있는 대통령일까 하고 기대도 걸어보았지만 수많은 공약들 중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지켜지는 것이 없자 결론은 “역시나”였다. “우리가 속았어. 그의 공약을 믿고 뽑아주었는데 또 속다니….” 국민들은 울분과 함께 화를 삭이고 있다. 냄비혁명이 일어나기 몇달 전부터 천주교와 개신교의 교역자들은 “아르헨티나는 지금 장례의식에 참여한 행렬처럼 우울하고 슬픈 군중으로 가득 차 있다. 정치인들이 이것을 모르고 있다면 나중에 큰코다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델라루아 대통령은 그들을 정보에 무지한 사람들이라고 일축하고 말았다. 그는 계속적으로 정치인들의 부정부패 사실들이 드러나자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라틴아메리카에서 유명한 한 미녀 록가수와 염문을 뿌리던 자신의 아들이 부정에 연루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당연히 “대통령 자신의 집안부터 깨끗이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외쳤다. 부정부패에 연루되었던 전 대통령 메넴을 비롯하여, 국민연금과 의료보험을 담당하던 알데레테, 에르만 곤살레스 장관 등이 감옥에 잠시 들어갔다가 모두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판결에 따라 전부 나오자 국민들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메넴은 도둑놈이고, 델라루아는 믿을 수 없는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새 대통령으로 임명된 두알데는 어떤가? 그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필자가 시위현장과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만난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누구나 쓰라린 좌절감과 분노를 토로하고 있었다. 택시기사인 클라우디오는 정치인들만 생각하면 울화가 치민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 남겨놓은 것이 있는가? 몽땅 다 팔아먹고 판 돈을 국민에게 투자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호주머니에 투자하기 바빴지 않나? 지금 더 팔아먹을 기업이 없으니 세금만 높게 올려 우리만 죽어난다”고 소리쳤다. 새 대통령인 두알데에 대한 감정도 그리 좋지 않다. “그도 부정부패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하지만 두알데는 정치적으로 힘이 있지 않은가. 정치인들이 협력해준다면 정치적인 안정을 되찾을 수 있지 않겠나 싶다” 어쨌든 클라우디오는 두알데에게 마지막으로 기대를 걸어본다. 만약 그마저 실망을 준다면 어떠한 정치인도 믿지 않겠다는 태세다. 이민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사진/ 보름 사이에 5명의 대통령이 들어선 진풍경. 왼쪽부터 델라루아 전 대통령, 로드리게스 사아 전 임시 대통령, 두알데 현 임시 대통령.(GAMMA)









